"5만전자엔 임원도 속수무책"..상반기 자사주 108억 사들인 삼전 임원, 수익률은?
3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이달까지 6개월간 삼성전자 임원 60명이 108억3584억원(16만169주)의 자사주를 매입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지난 3월부터 임원들의 삼성전자 '사자' 행렬이 본격적으로 이어진 모습이다. 지난 3~4월 두달 동안 한종희 부회장과 노태문·이정배 사장 등을 비롯해 25명의 임원이 삼성전자 주식 55억4049만원어치를 사들였다. 지난 1~2월에는 불과 8명의 임원이 자사주를 매입했는데 약 3배가 늘어난 것이다. 심지어 지난 1월에는 매도에 나선 임원도 있었다.
한때 '10만 전자'를 바라봤던 삼성전자 주가는 지난 3월부터 본격 '6만 전자' 길을 걷기 시작했다. 주주들의 원성은 커졌다. 이에 3월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한종희 부회장과 노태문 사장 등은 자사주 대량 매입에 나섰다. 한 부회장은 정기 주총 하루 전인 지난 3월 15일 공시를 통해 자사주 1만5000주(10억4850만원)를 매수했다고 밝혔다.
지난 4월엔 회사 차원의 조치가 있었다. 삼성전자 측은 부사장급 이상 일부 임원들에 "회사를 대표하는 경영진 및 주요 임원들이 당사 주식을 매수하면 성장성에 대한 자신감을 대외에 알릴 기회"라는 내용의 e메일을 발송하기도 했다. 삼성전자 임원들은 즉각 행동에 나섰다. 지난 5월 한달간 24명의 임원이 34억2568만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했다.
삼성전자가 1년 7개월 만에 '5만 전자'로 내려 앉은 이달 들어서도 삼성전자 임원들은 꾸준히 자사주 매입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지난달보다는 그 움직임이 큰 폭으로 줄었다. 이달에는 전달의 반토막 수준인 13명의 임원이 11억5022만원어치를 사들였다.
보통 임원들의 자사주 매입은 현재 주가가 바닥이라는 시그널을 시장에 보내 주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하지만 삼성전자 주가는 올해 꾸준히 내리막길을 걸었다. 이달 들어 삼성전자 주가는 8번 신저가를 경신하며 15% 가량 하락했다. 올해초와 비교하면 상반기 삼성전자 주가는 27.48% 빠졌다. 같은 기간 코스피(-21.66%) 보다 큰 낙폭을 기록한 것이다.
올해 상반기 임원들의 수익률 역시 좋지 않다. 이들의 자사주 평균 매입가는 6만7543원으로 이날 종가(5만7000원)과 비교하면 15.61% 가량 손해를 본 셈이다.
증권사에서는 목표 주가를 너도나도 낮추는 등 암울한 전망을 내놓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인플레이션 경고음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삼성전자 역시 경기 둔화 역풍을 견뎌내기 힘들 것이란 이유에서다. 하반기 메모리 반도체 가격 하락과 세트 부문 수요 감소 등 실적이 주춤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황민성 삼성증권 연구원은 "2023년 메모리 반도체 가격은 기존 D램과 낸드 가격이 전년대비 9%, 14% 하락을 가정했다면, 5% 포인트 수준의 추가적인 하락이 있을 것으로 본다"며 "또 2분기 스마트폰 출하량 급감은 GOS 이슈 등으로 소비자가 삼성 제품에 등을 돌렸다고 볼 수 있어 이대로라면 올해 2억7000대 (상반기 1억3500대의 2배)도 장담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 집계에 의하면 전날 기준 삼성전자 올해 연간 영업이익 예상 컨센서스(시장 평균치)는 60조2945억원으로 1개월 전(63조5904억원)보다 3조2959억원 줄어들었다. 이에 따라 지난 3월말 대비 국내 증권사 22곳이 제시한 삼성전자의 목표주가 컨센서스는 당초 9만3227원에서 8만6432원으로 7% 가량 낮아졌다.
여기에 더해 외국계 증권사들도 삼성전자에 등을 돌린 모습이다. 이날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골드만삭스와 JP모건, 노무라증권 등은 최근 삼성전자에 대한 목표 주가를 하향 조정했다. 골드만삭스는 목표주가를 기존 10만3000원에서 9만원으로 낮췄고 JP모건도 10만원에서 8만5000원으로 노무라증권 역시 9만원에서 8만4000원으로 하향했다. 이들 역시 인플레이션과 IT 기기·가전 수요 둔화에 대한 우려를 이유로 들었다.
[김정은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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