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성 설계' 홍장표, KDI 원장직 내려놓나.. 2학기 대학 강의 신청

최형석 기자 2022. 6. 30.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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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장표 소득주도성장특별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2019년 12월 3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소득주도성장 국제컨퍼런스에서 발언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에서 초대 경제수석으로 ‘소득 주도 성장’을 설계한 홍장표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이 부경대 2학기 강의를 신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오는 9월부터 시작되는 2학기 학사일정 전에 홍 원장이 KDI 원장직에서 물러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30일 부경대에 따르면 홍 원장은 2학기에 ‘한국 경제의 이해’라는 전공선택 과목을 강의하겠다고 신청했다. 강의 신청은 지난 24일 경제학부 차원에서 일괄적으로 취합해 처리했다. 강의 신청 마감일은 29일이었다.

부경대 관계자는 “다만 홍 원장이 강의를 열어도 다른 교수가 할 수 있기 때문에 홍 원장의 대학 복직 여부가 확정된 것은 아니다”며 “하지만 최소한 복직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홍 원장이 강의 신청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KDI 관계자는 “홍 원장은 사임과 관련한 내색을 전혀 안 하고 있으며 무슨 생각을 갖고 있는지 전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홍 원장은 최근 연구원들에게 “(새 정부의) 국정 과제를 열심히 연구하자”는 말을 자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내부 회의도 빠지지 않고 참석하고 있다.

홍 원장은 30일 복직 여부를 묻는 본지 질문에 “추측성 기사가 난무한다. 조만간 생각을 정리해서 말하겠다”고 답했다.

홍 원장이 복직을 쉽사리 결정하지 못하는 것은 주변 압력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국책연구원 관계자는 “홍 원장이 자리에 연연하는 것 같지 않지만 혼자 (사임) 의사 결정을 할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닌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홍 원장이 학교로 돌아가고 싶더라도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된 다른 국책연구원장들과 버티기 대오를 짜놓은 탓에 단독으로 행동하지 못하는 것이다”고 덧붙였다. 홍 원장만 독단적으로 사임하면 진보 진영에서 ‘배신자’ 낙인이 찍혀 부담스러울 것이라는 말이다.

그러나 경제 철학이 새 정부와 정반대인 홍 원장이 KDI에 계속 남아있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문재인 정부에서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등을 주도한 홍 원장이 시장 원리를 강조하는 윤석열 정부의 정책연구원 수장을 계속 맡는 것이 모순이라는 뜻이다.

한 대학 교수는 “국책연구원장이 되기 전 경제·인문사회연구회에서 정부를 위해 연구 기여를 하겠다는 약속을 하는데 정부가 바뀌어도 원장들이 남아있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했다. 다른 국책연구소 관계자는 “국책 연구소들은 정부 예산을 지원받는데 원장과 정부의 갈등이 운영에 영향을 줄까 봐 다들 걱정”이라고 했다.

홍 원장은 작년 5월 KDI 원장에 취임할 때에도 논란에 휩싸였다. KDI 출신인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은 당시 “소주성 책임자가 원장이 되다니 KDI마저 입을 틀어막으려는 문재인 정권은 염치도, 양심도 없다”고 비판했다. 홍 원장은 지난 2월 ‘문재인 정부가 추진한 최저임금 인상이 일자리 축소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내용의 논문(2018∼2019년 최저임금 인상의 고용 및 소득효과)을 내기도 했다. 소주성 정책을 옹호한 것이다.

한편, 한덕수 국무총리는 28일 출입기자단 만찬에서 ‘정해구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이사장이나 홍장표 KDI 원장의 거취는 어떻게 되느냐’는 질문에 “바뀌어야지. 우리(새 정부)하고 너무 안 맞는다”며 “소득 주도 성장 설계자가 KDI 원장으로 앉아 있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했다. ‘(홍 원장이) 어떻게 정리될 것인가가 다들 관심사’라는 질문에는 “시간이 해결해 줄 것”이라고 답했다. 사실상 자진 사퇴를 압박한 것으로 풀이됐다. 홍 원장과 정 이사장의 임기는 각각 2024년 5월과 같은 해 3월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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