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반 클라이번 우승' 임윤찬 "달라진 건 없어요"..손민수 "윤찬인 피아노 안에서 이미 도사"

2022. 6. 30.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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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클라이번 콩쿠르 역대 최연소 우승
결선곡 조회수가 350만..전 세계 신드롬
"달라지는 건 없어..계속 배울 예정"

리스트 이해하기 위해 단테 '신곡' 읽어
"가장 재밌고, 거의 외우다시피 하는 책"
반 클라이번 콩쿠르에서 역대 최연소 우승을 차지한 피아니스트 임윤찬이 30일 서울 서초구 한국예술종합학교 서초동캠퍼스 이강숙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연주를 하고 있다. 임세준 기자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작고 여린 새처럼 날아 들어와 검은 스타인웨이 피아노 앞에 앉았다. 금방이라도 부서질 듯한 소년의 모습은 피아노 앞에서 자취를 감춘다. 깊고 어둔 바다를 유영하듯 시작한 스크랴빈 피아노 소나타 2번 1악장은 폭풍우처럼 휘몰아치다 잔향을 남긴다. 연주를 마친 임윤찬은 쉴 새 없이 터지는 카메라 소리에 쑥스러운 듯 고개를 숙이고, 손만 만지작거린다.

제16회 반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역대 최연소 우승에 청중상, 신작 최고연주상 등 3관왕에 오른 피아니스트 임윤찬(18·한국예술종합학교)이 30일 서울 서초동 한국예술종합학교 이강숙 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콩쿠르에서 우승을 했다고 실력이 더 늘어난 것은 아니다. 지금도 달라진 건 없다”고 담담히 말했다.

어린 시절 태권도 대신 피아노 학원을 다닌 것이 계기가 돼 음악가의 길을 가게 된 임윤찬은 등장과 동시에 ‘신동’, ‘천재’로 불리던 유망주였다. 이미 열다섯이던 때에 윤이상국제음악콩쿠르에서 최연소 우승을 했지만, 이번 콩쿠르 이후 국제 무대에서의 위상이 달라졌다. 그의 콩쿠르 결선곡은 무려 350만 조회수를 기록 중이다. 다른 영상들 역시 100만 조회수를 훌쩍 넘었다. “반 클라이번 콩쿠르 역사상 가장 센세이셔널한 무대”라는 평가가 잇따랐다. 콩쿠르와 함께 신드롬은 시작됐지만, 이를 체감하지 못하는 사람은 임윤찬뿐이다.

그는 “콩쿠르 기간에 휴대폰의 유튜브는 물론 내 연주곡도 다 지워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다”며 “지금도 사실 콩쿠르에서의 연주를 제대로 들어보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과정을 지켜보는 그의 스승인 피아니스트 손민수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의 마음도 뿌듯하다. 손민수 교수는 “너무나 큰 관심을 가져주셔서 같은 클래식 음악가로서 긍지를 느낀다”며 “음악의 순수함이 통했다고 생각한다. 이것이 우리가 음악을 하는 이유이고, 음악으로 소통할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같아 감사한 마음이다”라고 했다.

열두 살 때부터 임윤찬을 지도한 손 교수는 “윤찬이를 처음 만났을 땐 열여덟에 반 클라이번에서 우승하고 이렇게 많은 음악의 힘을 보여줄 거라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가 기억하는 임윤찬은 유난히 반짝였다. 손 교수가 본 임윤찬은 “다른 생각 없이 음악에만 몰두하는 사람, 늘 새로운 것을 찾아나가는 사람”이다. 그는 “윤찬이를 보면 진정한 자유, 음악의 힘을 느낀다”며 “그것이 윤찬이의 조그만 연습실 안에서 자기 단련과 절제를 통해 이뤄졌다는 것이 놀랍고 대단하다는 마음이 든다”고 말했다.

반 클라이번 콩쿠르에서 역대 최연소 우승을 차지한 피아니스트 임윤찬(왼쪽)이 스승인 손민수 한국예술종합대학 교수와 30일 서울 서초구 한국예술종합학교 서초동캠퍼스 이강숙홀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있다. 임세준 기자

손 교수와의 만남은 임윤찬의 음악과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임윤찬은 “음악을 제외하고도 살아가면서 경험할 수 있는 모든 것, 제 인생의 모든 것에 영향을 주셨다”고 말했다. “피아노 레슨을 하면서도 피아노 이야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장르의 이야기,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과거의 예술가들은 어떤 마음으로 살았는지 가르쳐주셨어요.”

이번 콩쿠르에서 특히 화제가 된 무대는 결선에서의 라흐마니노프 협주곡 3번과 준결선 무대인 리스트 초절기교 연습곡 전곡 연주다. 이 곡은 임윤찬이 지난해 국내 리사이틀 당시 “아무도 도전하지 않은 곡을 하고 싶어 선택했던 곡”으로 콩쿠르까지 이어졌다.

임윤찬은 “리스트의 초절기교 연습곡은 사람들 머릿속에 기교적으로 어렵고, 초절기교라는 이름부터 조금 위협적으로 다가오는 곡”이라며 “손민수 선생님께서 강조한 부분은 초절기교는 테크닉뿐만 아니라, 어려운 테크닉을 넘어 다시 음악적인 음악으로 되돌아오는 순간이 초절기교라고 말씀하셔서 그 부분을 생각하며 연습했다”고 말했다.

특히 콩쿠르에서 오케스트라를 지휘한 마린 알솝 심사위원장이 임윤찬의 결선 무대 이후 눈물을 훔치는 장면은 전 세계에서 화제가 됐다. 임윤찬은 “마린 알솝 선생님은 퀸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 지휘하는 모습으로 처음 봤다. 어릴 때부터 굉장히 존경하는 지휘자였다”며 “음악이 너무나 좋아 언젠가는 연주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이번 콩쿠르에서도 선생님이 심사위원장이라 굉장히 기대하고 갔다. 그 마음이 통해서였는지 음악이 더 좋게 나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콩쿠르의 전 과정이 전 세계로 생중계되며 임윤찬은 어린 나이가 믿기지 않는 깊은 음악성으로 “18세의 몸 안에 108세의 어른이 들어있다”는 이야기까지 들었다. 세계 클래식 애호가들은 “20세기 초반 거장들을 연상케하는 연주”라는 반응도 쏟아냈다. 임윤찬은 “그 시대의 음악가들에게서 얻을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했다.

“이전 음악가들은 인터넷도 없던 시절, 단지 악보에어 자기 생각을 많이 넣으며 독창적인 음악을 만들어갔어요. 솔직히 이야기하면, 저도 모르게 무의식적으로 좋았던 연주를 따라하게 되는 순간을 많이 경험했어요. 그런 것은 잘못된 것이라 생각해요. 예전 예술가들은 오로지 자신이 생각과 악보를 통해 음악을 만들어냈는데, 그 점은 본받아야 할 부분인 것 같아요.” (임윤찬)

반 클라이번 콩쿠르에서 역대 최연소 우승을 차지한 피아니스트 임윤찬이 30일 서울 서초구 한국예술종합학교 서초동캠퍼스 이강숙홀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있다. 임세준 기자

음악에 대한 해석과 깊이를 더해주는 것은 독서다. 임윤찬은 ‘데미안’이나 법정스님의 책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책을 만난다. 최근엔 “단테의 ‘신곡’을 가장 재밌게 봤고, 계속 읽게 되는 책”이라고 했다.

“2020년 즈음에 금호아트홀에서 리스트 ‘순례의 해’ 모음곡 중 두 번째 ‘이탈리아’를 연주했어요. 그 중 마지막 곡이 ‘단테 소나타’였어요. 누구나 이 곡을 이해하려면 단테의 신곡을 읽어야 한다고 생각해 여러 출판사의 책을 구입해서 봤어요. 거의 유일하게 전체를 외우다 시피 읽은 책이에요.”

작곡도 종종 하지만, 스스로는 “작곡에는 소질이 없는 거 같다”며 “주위에 작곡하는 뛰어난 친구들이 많은데 곡을 보여주니 반응이 안 좋았다. 웬만해선 안 할 것 같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포스트 조성진’으로 불리며 새로운 천재 피아니스트의 등장에 열광하고 있지만, 임윤찬은 자신보다 어린 후배들에게 “나를 ‘롤모델’로 삼으면 안된다”고 말했다.

“저보다는 더 훌륭한 전설적인 피아니스트를 롤모델로 삼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에요. 전 다른 생각 없이 여태까지도 피아노만 쳤고, 피아노만 치며 살아왔기에 달라지는 것은 전혀 없어요. 손민수 선생님과 상의하며 앞으로 일을 결정하고 피아노를 (계속) 배울 예정이에요.” (임윤찬)

이제 열여덟이 된 피아니스트의 미래는 음악계의 관심사다. 손 교수는 “윤찬이는 앞으로 본인의 선택에 맞게 인생을 개척해나갈 거고, 모든 발걸음이 본인의 선택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미 피아노 안에선 도사가 돼있는 것 같아 특별히 걱정할 필요는 없다.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음악 안에서의 문제를 잘 풀어가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피아니스트에게 나와 피아노의 관계에 있어 풀리지 않는 문제와 대답을 찾는 것이 매일의 일상이지만 그보다는 한 인간으로서의 사람이 먼저”라며 “본인의 음악적 지조를 잃지 않는, 누가 흔들어도 흔들리지 않는 연주자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세계 클래식 음악계에 강력한 존재감을 새긴 임윤찬은 오는 7월 미국 아스펜 지역을 시작으로 북미 지역에서 연주회를 연다. 8월엔 국내 연주가 기다린다. ‘바흐 플러스’(8월 10일, 롯데콘서트홀), ‘클래식 레볼루션’(롯데콘서트홀)으로 관객과 만난다. 이후 한국과 아시아를 오가며 일정이 이어진다. 오는 11월엔 싱가포르, 홍콩, 대만 등에서 아시아 투어를 진행하고, 12월 10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선 우승 기념 독주회를 연다.

[영상=시너지영상팀]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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