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감옥'에 몸을 가둔 노동자, '1만원 모금'으로 연대하는 시민들

이우연 2022. 6. 30.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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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우리가 스스로 몸을 가두고 고통스러운 투쟁을 할 수밖에 없는지 우리 하청 노동자들의 삶이, 그리고 목소리가 왜 산업은행에 전달되지 않는지, 왜 우리를 대화의 상대로 인정하지 않는지 되묻고 싶습니다."

장대비가 오락가락하던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 앞, 김형수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장이 마이크를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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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 29일째 파업
운반선 철 구조물에 들어가 농성하기도
파업연대기금 하루 반나절 만에 6200만원
"원청, 대주주 교섭 응해라"
민주노총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 유최안 부지회장이 6월24일 화물창 바닥에 가로·세로·높이 1m의 철 구조물을 안에서 용접해 자신을 스스로 가둔 채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금속노조 선전홍보실 제공

“왜 우리가 스스로 몸을 가두고 고통스러운 투쟁을 할 수밖에 없는지 우리 하청 노동자들의 삶이, 그리고 목소리가 왜 산업은행에 전달되지 않는지, 왜 우리를 대화의 상대로 인정하지 않는지 되묻고 싶습니다.”

장대비가 오락가락하던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 앞, 김형수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장이 마이크를 잡았다. 김 지회장을 비롯한 대우조선해양의 하청노동자들 200명은 지난 2일부터 29일째 파업을 이어가고 있다. 조선업계 불황이 찾아올 때마다 가장 먼저 해고당하고 임금을 깎인 것이 하청노동자들이기 때문이다. 지회는 지난 5년 간 임금 삭감률이 30%라며 임금 원상회복을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 1년간 하청업체와 임금·단체협약 체결 교섭을 했음에도 결론이 나지 않자 원청인 대우조선해양과 대주주인 산업은행이 나설 것을 요구하고 있다.

회사 쪽이 답을 내놓지 않자 노동자들은 배 안에 감옥을 만들어 자신을 가두는 방식으로 투쟁을 시작했다. 지난 22일 유최안 부지회장은 경남 거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제1도크에서 건조 중인 초대형 원유 운반선 화물창에 가로·세로·높이 1m 크기의 철 구조물에 들어간 뒤 안에서 철판을 용접해 출구를 막았다. 6명의 하청노동자들도 도크 바닥에서 20m 높이의 스트링어(난간)에 올라 점거 농성을 벌이고 있다.

이들의 농성이 알려지자 시민들은 파업연대기금 모금에 응답하며 연대를 표하고 있다. 지회는 한 달 가까운 파업으로 생계가 곤란해진 노동자들을 위해 시민 1만명이 1만원씩 1억원을 모으자는 ‘10000X10000 프로젝트’를 지난 29일 제안했다. 파업에 참여한 200명의 하청노동자에게 50만원씩 지급하는 것이 목표다. 프로젝트의 취지를 설명하는 글과 계좌번호(우리은행 1005-603-022783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노동조합), 철 구조물에 몸을 구겨 넣은 유최안 부지회장이 ‘이대로 살 순 없지 않습니까?’라고 쓴 종이를 들어 보이는 사진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공유됐다.

지회는 29일 하루에만 2200여명이 약 4400만원을 보냈고, 30일 낮 12시 기준으로 6200만원가량이 모였다고 밝혔다. 이김춘택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 사무장은 “‘힘내라’는 메시지와 함께 파업연대기금을 보내주는 시민들이 있어 큰 힘이 된다”고 전했다.

이날 여의도 산업은행 앞에서 김형수 지회장과 기자회견을 연 법률·인권단체 활동가들도 하청 노동자와 연대하겠다고 밝혔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노동위원회와 전국 53개 인권단체가 모인 ‘평등과 연대로! 인권운동더하기’ 등은 “대우조선해양과 대주주인 산업은행은 책임 있게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과 다산인권센터 등 법률·인권단체 관계자들이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앞에서 연 대우조선 협력업체 하청노동자 파업 지지 기자회견에 참석한 김형수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장이 발언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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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hani.co.kr/arti/economy/marketing/1048895.html

이우연 기자 az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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