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콘 꿈꾸던 '부릉' 국내·외 자금 유치 잇따라 불발 [시그널]
기업가치 줄여도 투자자 등 돌려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스타트업) 도약을 눈 앞에 뒀던 배달 대행 서비스 ‘부릉’의 운영사인 메쉬코리아가 국내·외 투자유치에서 잇따라 실패의 쓴 맛을 보고 있다. 외형은 커졌지만 손실도 늘어나는 플랫폼 기업의 특성을 벗어나지 못하면서 투자가들의 눈높이를 충족시키지 못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30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KB프라이빗에쿼티(PE)는 최근 메쉬코리아 투자를 위한 실사를 마쳤지만 투자가 어렵다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업계 관계자는 “회사가 원하는 기업가치는 1조원 이상으로 높지만 당기순손실 상태여서 투자금을 모으기 어렵다”면서 “기업가치를 낮춘다면 지분율이 높아지면서 기존 투자자와 이해관계가 충돌한다”고 설명했다. KB금융지주 차원에서도 당분간 신규 벤처 투자는 신중하게 하라는 지침이 내려진 영향도 있다.
메쉬코리아 매출은 2019년 1614억 원에서 지난해 3038억 원으로 늘었지만 같은 기간 판매비와 관리비 역시 1737억 원에서 3406억 원으로 증가했다. 이 때문에 영업손실은 122억 원에서 315억 원, 당기순손실은 156억 원에서 355억 원으로 증가했다.
메쉬코리아는 지난해부터 크레디트스위스(CS)를 주관사로 선정하고 1조 2000억원 이상 기업가치를 기준으로 3000억 원의 투자유치를 추진해왔다. 당시 소프트뱅크 등 10여 곳의 해외 투자자가 관심을 보였고 특히 소프트뱅크는 초반에 유니콘으로 인정하기로 했다. 그러나 평균 순매출(총 매출에서 에누리 등을 뺀 실제 매출)이 300억 원에서 늘지 않고 타기업과 합작사를 설립하면서 비용이 커질 것으로 예상되자 소프트뱅크마저 기업가치를 8000억 원으로 낮추면 700억 원을 투자하겠다고 제안을 바꾸면서 협상은 결렬됐다.
올 들어서는 6000억~7000억 원 기업가치에도 투자를 하겠다는 곳이 좀처럼 나타나지 않았다. 다만 KBPE가 보통주보다 안전한 전환사채(CB)형식의 투자를 검토해 왔다. KB PE의 투자를 전제로 3~4곳의 공동투자자가 모두 1000억 원 투자를 고려했지만, KBPE가 투자를 보류하면서 후속 투자자를 찾는 일은 쉽지 않게 됐다. 일부 투자자가 100억 원 안팎의 투자를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회사의 애초 기대보다 크게 낮은 수준이다.
메쉬코리아의 투자 실패는 금리 상승기가 되면서 플랫폼 기업에 대한 투자 심리가 위축된 탓이 크지만, 회사 만의 쟁점도 있다. 메쉬코리아는 네이버와 지에스리테일이 최대 주주로서 각각 18.5%의 지분을 갖고 있어 창업자인 유정범 대표(14.8%) 보다 지분이 많다.
여기에 수차례에 걸친 투자유치로 현대차(005380)(8.9%), 솔본인베스트먼트(7.5%) 등 10곳이 넘는 주요 주주가 경영에 입김을 행사하고 있다. 마지막 투자 유치 당시 5500억 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은 메쉬코리아에 6000억~7000억 원 가치로 새 투자자를 받으면 기존 투자자와 별 다른 지분율 차이가 나지 않게 된다. 앞으로 상장을 통해 투자금을 회수할 때 기존 투자자와 신규 투자자 간 투자금 회수 순서를 높고 다툼이 생길 수 있다.
유정범 대표 등 주요 경영진이 회사 운영자금 마련을 위해 지난 2월 받은 주식담보대출도 신규 투자 유치에 걸림돌이 됐다는 관측이다. 업계 관계자는 “기존 투자자의 동의를 거쳐 대출이 이뤄졌지만, 신규 투자자 입장에서는 투자금이 사업이 아니라 빚을 갚는 데 들어가기 때문에 달갑지 않다”고 설명했다.
제2금융권에서 받은 해당 대출은 6개월 동안은 금리가 7~8%이지만 8월부터는 11~12%대로 올라간다. 메쉬코리아 상황에 밝은 한 관계자는 “현재는 CS와 투자 주관사 계약도 해지됐고, 회사가 직접 운영자금을 위해 뛰어야 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회사는 투자 유치가 계속 진행되고 있으며, 최종 확정 때까지는 정보를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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