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역대 두번째 '재판 취소'.."한정위헌 기속력 무시"

김재환 2022. 6. 30.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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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 조항의 해석을 문제 삼는 '한정위헌 결정'이 내려졌는데도 재심을 받아들이지 않은 법원의 재판을 취소하라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다.

우선 헌재는 헌재법 68조 1항에서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할 수 없는 '법원의 재판' 범위에서 위헌 결정의 기속력에 반하는 재판은 제외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광주고법과 대법원이 재심청구를 기각한 것은 위헌 결정의 기속력에 반하는 재판으로 헌법소원을 청구할 수 있으며, 기본권을 침해하는 공권력 행사라는 점에서 취소해야 마땅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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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한정위헌 결정 이후 재심청구…법원은 기각
헌재 "한정위헌도 기속력 가져…재심 가능해"
"기속력 반하는 재판은 헌법소원 청구 대상"

[서울=뉴시스] 추상철 기자 = 유남석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재판관들이 30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6월 심판 선고'를 위해 자리에 앉아 있다. 2022.06.30. scchoo@newsis.com


[서울=뉴시스] 김재환 기자 = 법 조항의 해석을 문제 삼는 '한정위헌 결정'이 내려졌는데도 재심을 받아들이지 않은 법원의 재판을 취소하라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다. 헌재가 법원의 재판을 직접 취소한 것은 이번이 두 번째 사례다.

헌재는 30일 오후 A씨와 B씨의 재심청구를 기각한 법원의 재판을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취소하라고 했다.

이와 함께 A씨 등이 헌재법 68조 1항 등에 관해 낸 헌법소원심판에서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일부 위헌 결정했다.

A씨 등은 제주 통합영향평가 심의위원으로 위촉돼 활동하면서 직무와 관련해 뇌물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징역형 등을 선고받았다.

당시 검찰은 통합환경평가 심의위원이 공무원에 해당한다고 보고 옛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혐의를 적용했다. 이에 A씨 등은 옛 특가법상 뇌물죄의 처벌 대상인 공무원에 통합영향평가 심의위원으로 위촉된 사람은 포함되지 않는다며 헌법소원을 냈다.

헌재는 지난 2012년 A씨 등의 주장을 받아들여 옛 특가법상 뇌물죄 조항 중 공무원에 통합영향평가 심의위원으로 위촉된 사람도 포함된다고 해석하는 건 헌법에 어긋난다며 한정위헌 결정을 내렸다.

한정위헌 결정을 받은 A씨 등은 법원에 재심을 청구했으나 광주고법은 지난 2013년 재심 청구를 기각했다. 이듬해 대법원도 재항고를 기각함으로써 A씨 등의 재심 청구는 최종적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단순위헌이나 헌법불합치가 아닌, 한정위헌 결정에는 효력이 없어 법원을 기속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러자 A씨 등은 헌재법 68조 1항을 상대로 다시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해당 법 조항은 기본권이 침해됐을 경우 헌법소원을 청구할 수 있도록 규정하는데, 법원의 재판은 청구가 가능한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아울러 A씨 등은 자신의 재심 청구를 기각한 광주고법 및 대법원의 재판을 취소해달라고 요구했다.

헌재는 A씨 등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우선 헌재는 헌재법 68조 1항에서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할 수 없는 '법원의 재판' 범위에서 위헌 결정의 기속력에 반하는 재판은 제외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헌법으로부터 부여받은 법률 위헌심사권을 행사하는 곳이 헌재인데, 위헌 결정은 법원을 비롯한 모든 국가기관에 기속력을 갖는다는 이유에서다.

그런데 이러한 기속력에 반하는 법원의 재판은 헌재에 위헌심사권을 부여한 헌법에 위배된다는 게 헌재 설명이다. 과거에도 같은 법 조항에 대해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재판'은 제외해야 한다는 한정위헌 결정이 내려진 점도 근거로 제시됐다.

그뿐만 아니라 헌재는 A씨 등의 재심 청구를 기각한 재판도 취소하라고 결정했다.

법 조항을 특정 방식으로 해석할 경우 위헌이라고 보는 '한정위헌 결정'도 기속력을 가진다는 이유에서다. 단순위헌이나 헌법불합치 결정이 내려진 법 조항은 효력을 상실해, 이에 근거해 확정된 판결에 대해선 재심청구가 가능하다.

그러나 법원은 한정위헌 결정에 대해선 효력 상실을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한정위헌 결정의 효력을 두고 헌재와 법원은 줄곧 마찰을 빚기도 했다.

헌재는 광주고법과 대법원이 재심청구를 기각한 것은 위헌 결정의 기속력에 반하는 재판으로 헌법소원을 청구할 수 있으며, 기본권을 침해하는 공권력 행사라는 점에서 취소해야 마땅하다고 했다.

다만 A씨 등이 이미 확정받은 유죄 판결에 대해선 헌법소원이 불가능하다고 했다. 헌재가 위헌 결정을 내려지기 전에 이뤄진 재판이라는 이유다.

한편 헌재가 직접 법원의 재판을 취소한 건 지난 1997년 이후 두 번째다.

☞공감언론 뉴시스 cheerleader@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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