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잔액 8조 남긴 씨티은행..금융권 대환대출 경쟁 '위험수위'

노지원 2022. 6. 30.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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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은행 최대 연 3%포인트 우대금리 제시
일각에선 "역마진" 우려 지적도
한국씨티은행 공식 누리집 화면 갈무리

“씨티은행 대출잔액 8조원을 잡아라.”

한국씨티은행이 소비자 금융 업무에서 손을 떼기로 결정한 가운데, 국내 은행들이 기존 씨티은행 고객을 끌어모으려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모양새다. 7월1일부터 씨티은행과 제휴한 케이비(KB)국민은행, 토스뱅크가 대출 갈아타기 업무를 시작하는 가운데 신한, 하나, 우리은행 등 다른 은행들도 파격적인 ‘금리 우대’ 등 혜택이 담긴 씨티은행 전용 대환 대출 상품을 앞다퉈 내놓고 있다. 업계에서는 은행들이 ‘출혈 경쟁’을 벌인다는 지적도 나온다.

30일 신한은행은 보도자료를 내어 “1일부터 씨티은행 대환전용대출 상품을 출시한다”며 “거래 실적에 따라 최고 연 1.6%포인트까지 금리를 감면한다”고 밝혔다. 전날인 29일 하나은행도 1일부터 ‘씨티 갈아타기 대출’을 출시한다면서 최대 연 3%포인트라는 파격적인 금리 우대 혜택 계획을 밝혔다. 우리은행은 지난 26일 씨티은행 대환 고객에게 최대 연 1.5%포인트 우대금리를 주겠다고 했다. 이러한 국내 은행들의 대환 대출 상품 우대금리는 씨티은행과 업무 제휴를 맺은 은행들(국민은행, 토스뱅크)의 우대금리보다 최대 10배(하나은행-토스뱅크 비교 시)나 높다. 국민은행은 최대 0.4%포인트(케이비 자체 신용평가 결과 6등급 이내), 토스뱅크는 연체나, 파산 고객이 아니라면 아무런 조건 없이 최대 0.3%포인트 우대금리를 주기로 했다.

씨티 제휴은행이든 아니든 우대금리 외에 다른 조건은 대체로 비슷하다. 제휴은행의 경우 대환 대출에 필요한 각종 서류 제출이 필요하지 않다는 이점이 있긴 하지만, 비 제휴 은행으로 갈아타더라도 중도상환수수료 및 대환대출 금액에 따른 인지세 등이 면제되는 혜택은 모두 같다. 국민은행, 토스뱅크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으로 간편하게 대환 대출을 신청할 수 있다고 강조하지만 비대면 대출이 가능한 점은 비 제휴은행도 마찬가지다.

오히려 신한, 하나, 우리 등 비 제휴은행들은 제휴은행보다 우대금리가 최고 10배씩이나 차이가 나는 혜택을 앞세워 홍보에 나서고 있다. 하나은행은 씨티은행 신용대출 고객이라면 누구나 최대 2.1%포인트의 기본 우대금리를 주고, 추가 거래를 약속할 경우 0.9%포인트 금리 감면 혜택을 제공해 최대 3%포인트나 금리를 깎아주겠다고 한 상태다. 대환금액 범위는 최대 2억2천만원까지다. 특히 하나은행은 대환 신규 고객 중 1111명을 추첨해 최대 300만원까지 하나머니를 제공하는 이벤트도 진행 중이다. 신한은행의 경우 현재 보유한 신용대출 원금 이내에서 최대 5억원까지 가능하다. 우리은행은 대환금액 범위 안에서 연 소득의 최대 230%까지, 최대 3억원까지로 상한을 정했다.

제휴사인 국민은행, 토스뱅크는 대환금액 한도가 따로 없어 기존 씨티은행 대출고객이라면 기존 대출 금액 그대로 갈아탈 수 있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한국씨티은행의 소매 금융 단계 폐지와 관련해 이용자 불편 등을 고려해 대출 금액 증액이 없는 경우 씨티은행 고객의 타 은행 대환 때 신용대출 한도를 없애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제휴은행의 경우 고객이 씨티은행에서 받았던 대출 금리를 그대로 적용해주지만, 비 제휴은행의 경우 현재 기준금리 상황과 고객 신용평가를 통해 다시 적용 금리를 산출한 뒤 우대금리를 적용한다는 차이는 있다. 최근 기준금리가 많이 오른 상태라 고객에게 어떤 은행의 금리가 가장 유리할지는 개인별로 다를 것으로 보인다. 하나은행이 최대 연 3%포인트를 깎아주더라도 중신용자의 경우 이미 오른 기준금리 상황과 개인 신용평가 결과에 따라 책정되는 금리 수준이 높을 가능성이 다분하기 때문에 금리 우대 혜택의 효과가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얘기다. 이번 씨티은행 대환 대출의 경우 금액을 나눠서 갈아타기 하는 것도 가능하기 때문에 소비자가 자신에게 유리한 방법을 따져본 뒤 결정하면 좋다.

비 제휴은행인 하나, 신한, 우리은행이 기존 제휴은행보다 최대 10배까지 우대 금리를 쳐주는 상황에 대해 은행권에서는 “출혈 경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한겨레>와 통화에서 “씨티은행의 대출 잔액은 8조원 규모인데 일부 은행이 무리하게 우대금리 혜택을 주다 잘못하면 역마진이 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상 출혈 경쟁인 셈이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은행권 관계자는 “대부분 은행의 올 상반기 대출 판매 실적이 저조한 상태다. 전략적으로 고객 끌어모으기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노지원 기자 z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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