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외친 이재용의 3나노, TSMC에 18년만의 '골든크로스'

심재현 기자 2022. 6. 30.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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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30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회계부정·부당합병' 관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스1


삼성전자가 30일 GAA(게이트올어라운드) 방식의 3나노미터 파운드리 공정 양산을 세계 최초로 발표한 것은 파운드리 시장 선두주자인 대만 TSMC를 따라잡기 위한 특단의 조치로 풀이된다. 차세대 기술을 선제적으로 도입, 기술경쟁력 입증을 통해 메모리반도체에 이어 파운드리 시장에서도 세계 1위에 오르겠다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반도체 비전 2030'이 빚어낸 값진 성과라는 분석이다.

삼성전자가 2004년 파운드리 사업을 시작한 이후 35년 업력의 TSMC(1987년 설립)를 공정 기술에서 앞선 것은 사실상 처음이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의 3나노 공정 추월이 기존 시장 상식과 논리로는 불가능했을 역사라는 얘기도 나온다.

삼성전자가 차세대 제조기술력의 상징으로 꼽히는 EUV(극자외선) 노광장비를 2019년 세계 최초로 7나노 시스템반도체에, 2020년 3세대 10나노급(1z) 메모리반도체 D램에 도입하는 등 최근 기술 행보에 부쩍 속도를 내는 것과 맞물려 3나노 파운드리 공정 양산이 시장 판도를 뒤틀 '골든크로스'로 작용할지를 두고 업계의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상식 넘어선 기술의 삼성, 게임체인저로

기술적인 측면에서 반도체 회로 선폭을 100만분의 3㎜(1㎚는 10억분의 1m)로 제조하는 3나노 공정은 반도체업계를 통틀어 초미세공정의 한계를 한단계 돌파한 쾌거로 평가된다. 박재근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장(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교수)은 "반도체 공정이 10나노 이하로 진입하면서 1나노를 줄이는 데도 2~3년 전보다 훨씬 더 많은 시간과 투자가 소요된다"며 "4나노에서 3나노로 간다는 것은 선폭을 25%나 줄인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초미세공정의 이런 난관은 7나노 이하 공정 양산 업체가 삼성전자와 TSMC뿐이라는 데서도 확인된다. 미국 마이크론 등은 10나노 이하 공정 진입을 잠정 포기한 상태다.

삼성전자의 3나노 공정 양산이 더 주목받는 것은 업계에서 처음으로 GAA 방식을 적용, 기존 핀펫 공정의 한계를 넘어섰다는 데서다. GAA 신기술은 반도체를 구성하는 트랜지스터에서 전류가 흐르는 채널 4개면을 게이트가 둘러싸는 형태의 기술이다. 채널의 3개면을 감싸는 기존 핀펫 구조와 비교해 게이트의 면적이 넓어지면서 공정 미세화에 따른 트랜지스터 성능 저하를 극복하고 데이터 처리 속도와 전력 효율을 높이는 차세대 반도체 핵심 기술로 손꼽힌다. TSMC는 2025년으로 예상되는 2나노 공정부터 GAA 기술을 적용할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채널을 얇고 넓은 모양의 나노시트 형태로 구현한 독자적 MBCFET GAA 구조도 3나노 공정에 적용했다. 나노시트의 폭을 조정하면서 채널의 크기도 다양하게 변경할 수 있는 데다 기존 핀펫 구조나 일반적인 나노와이어 GAA 구조보다 전류를 더 세밀하게 조절할 수 있어 고성능·저전력 반도체 설계에 유리하다.

10나노 미만 시장은 이미 접전…판 뒤집기 예고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3나노 양산 경쟁에서 TSMC보다 한발 앞서 나가면서 향후 초미세공정 시장 구도에서 유리한 고지에 올라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 세계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TSMC가 50%, 삼성전자는 18% 수준이지만 최신기술이 적용되는 10나노 미만 점유율로 범위를 좁히면 점유율 격차가 6대 4 정도로 줄어든다.

초미세공정이 진행될수록 기술력에 따라 점유율 구도에 급격한 변화가 이뤄질 수 있다는 얘기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는 3나노 공정 매출이 올해부터 발생해 2024년 5나노 공정 매출을 넘어서고 2025년까지 연평균 85%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

삼성전자의 잠재 고객사로는 애플, 인텔, 구글, AMD, 엔비디아 등 글로벌 IT업체들이 꼽힌다. 삼성전자 파운드리 고객사는 2017년 파운드리사업부 분리 당시 30여곳에서 지난해 100곳 이상으로 늘어난 것으로 전해진다. 삼성전자는 2026년까지 고객사를 300곳 이상으로 늘린다는 목표다.

옴디아에 따르면 지난해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 매출은 약 169억달러(약 20조원)으로 파운드리사업부 매출을 집계하기 시작한 2018년 117억달러와 견줘 연평균 성장률이 13%에 달한다.

관건은 수율…"삼성의 도전이 글로벌 기술 발전 이끌어" 평가도

마지막 관건은 수율(생산되는 합격품의 비율)이다. 3나노 공정을 선제적으로 도입했지만 결국은 수율이 뒷받침돼야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수율 면에서 그동안 TSMC에 뒤처진다는 평가를 받았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의 도전적인 첨단공정 도입이 업계 전반의 파운드리 기술발전을 이끌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안기현 한국반도체협회 전무는 "삼성전자가 기술혁신 대신 안정적인 길을 택했다면 TSMC 역시 차세대 공정 도입을 서두를 필요가 없어진다는 점에서 파운드리 생태계의 기술발전 속도는 지금보다 훨씬 더뎠을 것"이라며 "삼성의 의지가 대한민국의 반도체산업뿐 아니라 글로벌 기술 수준을 빠르게 끌어올리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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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재현 기자 urm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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