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마워, 쌀!" 세계 곡물 위기, 쌀 소비 늘리는 나라들

김미향 2022. 6. 30.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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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곡창지대로 꼽히는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이 일어나면서 밀, 옥수수, 해바라기씨유 등 이 나라가 수출하는 주요 농산물의 가격이 급등했지만, 이와 대조적으로 아시아인의 주식 쌀은 잇단 풍작으로 가격 변동이 전체적으로 미미했다.

29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 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국제 주요 곡물 가격이 급등한 가운데 쌀을 주식으로 하는 아시아는 상황이 덜 암울하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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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솟는 물가]밀·옥수수 가격 급등과 견줘 안정세
이집트 농부가 말을 이용해 논에서 쌀을 경작하고 있는 모습. AFP 연합뉴스

“고마워, 쌀”

세계적 곡창지대로 꼽히는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이 일어나면서 밀, 옥수수, 해바라기씨유 등 이 나라가 수출하는 주요 농산물의 가격이 급등했지만, 이와 대조적으로 아시아인의 주식 쌀은 잇단 풍작으로 가격 변동이 전체적으로 미미했다. 세계 식량난 해소에 쌀이 일부 도움이 될지 주목된다.

29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국제 주요 곡물 가격이 급등한 가운데 쌀을 주식으로 하는 아시아는 상황이 덜 암울하다고 보도했다. 세계은행 곡물시장 자료를 보면, 우크라이나 전쟁 전인 올해 1월 쌀 가격은 베트남산 장립종 기준 t당 395.94달러였지만 5월 406.45달러로 소폭 상승했다. 반면, 밀 가격은 미국산 연질밀 기준 올해 1월 t당 332.06 달러에서 5월 650.66 달러로 두 배 가까이 큰 폭 상승했다.

주식인 쌀 가격의 안정세는 아시아 지역의 물가 안정에 기여하고 있다. 아시아개발은행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아시아 개발도상국의 물가상승률은 미국과 유로존의 절반 정도였고 라틴 아메리카와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에 견주면 약 4분의 1 수준이었다.

쌀 가격이 낮게 유지되고 있는 주된 이유는 잇따른 풍작 때문이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중국·인도·방글라데시·인도네시아·베트남·타이 등 세계 주요 쌀 생산국들의 지난해 쌀 생산량은 5억2100만t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올해도 5억2000만t으로 지난해와 거의 비슷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우크라이나는 쌀 주요 수출국이 아니기 때문에 세계적으로 봐도 쌀 공급은 전쟁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지 않았다. 요제프 슈미트후버 유엔식량농업기구(FAO) 시장무역 부국장은 쌀이 “세계 식량 안보에 안정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곡물 가격 급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세계 각국은 밀의 대체 식품으로 쌀 소비를 늘리고 있다. 이란과 이라크는 쌀 수입을 늘리고 있다고 유엔식량농업기구는 밝혔다. 아프리카 국가들은 올해 쌀 수입량이 10% 증가해 사상 최고치인 1940만t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베트남에서는 돼지에 먹이는 사료로 옥수수와 밀 대신 쌀을 사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코트디부아르 아비장의 빵 가게에서 밀가루와 카사바 가루를 이용해 빵을 굽는 모습. AFP연합뉴스

인도 뉴델리에서 ‘비르야니’(볶음밥) 식당을 운영하는 샤리프 부하리는 <월스트리트저널>에 빵 가격이 비싸져서 점점 쌀을 더 많이 먹고 있다고 말했다. 밀 가격이 상승하기 전 가족들은 종종 빵의 일종인 ‘난’을 만들어 먹곤 했지만 지금은 아니라고 말했다.

고객센터에서 일하는 필리핀인 제니퍼 자스메는 가족들이 집에서 밥을 간단히 해먹고 외식을 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소고기와 닭고기 가격과 달리 내가 주로 사는 브랜드의 쌀 가격은 변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농업 전문가들은 쌀 가격 안정만으로 세계 기아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유엔식량농업기구의 쌀 경제학자 셜리 무스타파는 <월스트리트 저널>에 “바스마티카(인도 등에서 주로 먹는 장립종 쌀)로 카르보나라 (파스타)를 만들지는 않겠죠?”라고 짚었다. 주식이 쌀이 아닌 나라는 쌀 가격이 저렴해도 쌀 소비를 늘리는 데 한계가 있다는 뜻이다.

또한, 일부 쌀 품종은 밀보다 더 비싸고, 쌀은 집중적으로 물을 대는 관개시설에 의존해 생산되기 때문에 설비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나아가 일부 국가들이 국내 생산을 지원하기 위해 수입산 쌀에 높은 관세를 부과하는 것도 쌀의 세계적 활용을 제한하는 요인이라고 신문은 설명했다.

김미향 기자 aro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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