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르키예는 골칫거리?.."전략적 이익 기여, 나토가 인내해야"
기사내용 요약
튀르키예·나토, 냉전 시기 잘 결합…신뢰할 수 있던 동맹 관계
에르도안 집권 후 변화…국익 중심·친러 행보에 나토 골치
러시아-서방 핵심 완충지…전문가 "안보·정치 상호이익 관계"
[서울=뉴시스]김태규 기자 = 튀르키예(터키)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 내에서 항상 골칫거리만은 아니었으며, 기여하고 있는 전략적 이익을 위해 동맹들이 인내할 필요가 있다고 미 CNN 방송이 전문가를 인용해 29일(현지시간) 분석 보도했다.
튀르키예가 스웨덴·핀란드의 나토 가입 신청 이후 반대 입장을 고수하면서 한 때 일각에서 퇴출 필요성까지 거론되던 것과는 대조적 평가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오야 두르순-오즈카카 미 펜실베이니아 대학 정치학 교수는 "터키는 과거 냉전 기간 동안 서방의 안보 인프라에 잘 결합돼 있었다"면서 "터키와 서방은 반세기 이상 서로를 상당히 신뢰할 수 있는 정치적인 동맹국 관계로 잘 지내왔다"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터키가 시간이 지나면서 반(反) 서방 외교정책을 적극적으로 취하면서 나토 동맹국들 사이에 의견이 일치하지 않는 빈도는 점점 증가했으며, (의견 불일치) 강도도 점점 커졌다"고 지적했다.
실제 에르도안 대통령은 시리아와 리비아 난민 등 분쟁지역과 관련한 여러 현안에서 나토 회원국과 다른 외교적 노선을 전략적으로 취해왔다. 시리아 난민 수용 대가로 유럽 국가들로부터 지원금을 받아오다가, 강제 송환으로 갈등을 빚기도 했다.
CNN은 "에르도안의 튀르키예는 자국의 지정학적 위치를 활용해 유럽으로부터 더 많은 지원과 양보를 얻어내기 위해 난민 문제를 전략적으로 활용했다"고 평가했다.
2009년 8월 당시 아네르스 포그 라스무센 덴마크 전 총리의 나토 사무총장 임명을 반대한 것도 튀르키예가 나토 회원국 간 빚었던 대표적 갈등 사례로 꼽을 수 있다. 당시 튀르키예 총리였던 에르도안은 덴마크 신문에 마호메트 풍자만화가 게재된 것을 문제 삼으며 라스무센 전 총리가 나토 사무총장 자격이 없다고 주장했었다.
에르도안 대통령이 과거 보인 친(親) 러시아 행보도 나토 회원국 사이에서는 큰 갈등 요소로 작용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이 2017년 러시아제 미사일 방어체계인 S-400 지대공 미사일을 도입한 것이 대표적이다.
당초 튀르키예는 자국 전투기 현대화 사업의 일환으로 미국의 최신 스텔스 전투기 F-35를 공동개발하기로 했지만 그 과정에서 S-400을 도입했다. 그 결과 미국으로부터 F-35 구매는 물론 F-16 전투기도 구매를 거부 당했다.
튀르키예가 미국의 공격무기 체계인 F-35 전투기와 러시아의 방어무기 체계인 S-400 미사일 방어체계의 일부인 레이더를 동시에 운용할 경우 F-35의 레이더 반사 면적 등 미국의 군사기밀 자료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S-400은 러시아가 나토 회원국을 비롯한 서방 전투기를 격추시키기 위해 개발한 미사일이라는 점에서 튀르키예의 도입은 미국을 비롯한 나토 회원국이 수용하기 어려운 결정이었다.
튀르키예가 자국이 테러 단체로 규정한 분리독립 세력 쿠르드노동당(PKK)을 지지한다는 이유로 스웨덴·핀란드의 나토 가입을 반대했지만, 실질적으로는 미국으로부터 F-16 전투기 구매를 얻어내기 위한 명분에 불과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이처럼 튀르키예가 자국의 이익만을 앞세운 탓에 나토 회원국들 사이에서는 한동안 골칫거리였었다.
튀르키예는 1952년 독일·스페인·그리스와 함께 나토에 가입한 국가로 초대 창설 멤버를 제외하면 가장 오래됐다. 가입과 마찬가지로 퇴출 역시 만장일치로 결정하는 규정 탓에 스스로 탈퇴하지 않으면 축출할 방법도 없었다.
이처럼 갈등 요소가 적지 않았지만 튀르키예가 나토 내에서 기여하고 있는 전략적 가치가 만만치 않다고 CNN은 평가했다. 특히 동진하고 있는 나토와 옛 소련의 팽창주의 노선을 걷고 있는 러시아가 충돌하고 있는 가운데 튀르키예의 지정학적 가치는 더 중요하다.
흑해와 지중해를 연결하는 보스포루스 해협을 차지한 튀르키예는 과거 냉전 시절 소련 흑해 함대의 길목을 틀어막고 소련의 남하를 결정적으로 저지했다.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에는 해협을 차단해 러시아의 발틱 함대가 흑해로 진입하는 것을 막는 역할을 했다.
CNN은 이러한 튀르키예의 지정학적 가치를 에르도안 대통령 역시 잘 알고 있으며, 자국의 국익에 충실히 따르고 있는 에르도안 대통령을 동맹이 인내를 갖고 용인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튀르키예는 러시아와 서방 사이의 핵심 완충지 역할을 하고 있으며, 나토 회원국 사이에서 미국 다음으로 큰 규모의 군대를 보유하고 있다. 정치적으로 불안한 중동 국가들과 인접해 있다는 점도 튀르키예를 간과하기 어려운 요소로 분석했다.
미국 싱크탱크 애틀랜틱카운슬 리치 아웃젠 선임연구위원은 "튀르키예인들은 철저하게 국익 중심으로 판단하는 경향에 따라 합의 기반 나토 의사결정을 어렵게 만들어 왔다"면서도 "다만 이것이 나쁜 행동이라 할 수는 없다. 전형적인 동맹의 행동"이라고 말했다.
튀르키예 외교관 출신으로 이스탄불 싱크탱크 경제·외교정책연구센터(EDAM) 의장을 맡고 있는 시난 울겐은 "튀르키예가 나토의 전략적 안보를 위해 지원했던 것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면서 "둘 사이의 관계는 안보와 정치적으로 상호 이익이 되는 관계다. 궁극적으로 튀르키예와 나토는 서로를 필요로 한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kyustar@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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