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결수의 '집사변호사', 교도관 공무집행방해 아냐"..대법 판단

이보라 기자 입력 2022. 6. 30. 14:54 수정 2022. 6. 30.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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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규선씨. 우철훈 선임기자

이른바 ‘집사 변호사’를 고용한 뒤 구치소에서 수십 차례 접견하며 변론 활동과 무관한 개인 업무를 처리하게 한 것은 교도관의 공무집행을 방해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대법원이 판단했다.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30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와 자본시장법·근로기준법 위반, 위계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최규선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6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최씨는 김대중 정부 시절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최규선 게이트’의 장본인이다.

서울구치소에 미결수로 수감돼 있던 최씨는 2016년 12월 변호인 접견을 가장해 회사 업무 보고를 받는 등 개인 업무를 처리하기 위해 A 변호사를 ‘집사 변호사’로 고용했다. 최씨는 접견할 때 A 변호사로부터 회사 운영 사항을 보고받는 등 변호사 6명에게 총 47회에 걸쳐 개인 업무를 처리하게 했다.

검찰은 최씨가 변호인 접견 업무를 담당하는 교도관의 직무집행을 방해했다고 보고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기소했다. 본인 업체의 지분을 담보로 제공하겠다며 다른 업체로부터 55억원 상당의 달러화·엔화를 받은 혐의(특경법상 사기), 직원 임금과 퇴직금 28억원 가량을 체불한 혐의(근로기준법 등 위반)도 함께 재판에 넘겼다.

재판이 두개로 나뉘었던 1심을 병합한 2심은 임금 체불 부분을 제외한 대부분의 혐의를 유죄로 인정하고 최씨에게 징역 6년을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변호인과의 접견교통권의 한계를 넘는 것으로 최씨가 수용자에 대한 변호인 접견 업무와 서신 수수 등 교도관들의 직무집행을 방해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최씨 혐의 중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를 무죄로 뒤집었다. 대법원은 “미결수용자의 변호인이 구체적으로 어떠한 변호 활동을 하는지, 실제 변호를 할 의사가 있는지 등은 교도관의 심사대상이 되지 않는다”며 “접견 변호사들이 미결수용자의 개인적인 업무나 심부름을 위해 접견신청 행위를 했다는 이유만으로 교도관의 직무집행이 구체적이고 현실적으로 방해되었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최씨는 과거 김대중 전 대통령의 셋째 아들 홍걸씨와의 친분을 이용해 기업체로부터 뒷돈을 받아 논란이 됐던 인물이다. 그는 이후 150억원대 횡령과 배임 등 혐의로 2018년 대법원에서 징역 9년을 확정받아 수감생활을 하고 있다.

이보라 기자 purpl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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