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톡]韓 스타트업, 월동 준비는 돼 있나

조재학 입력 2022. 6. 30. 14:50 수정 2022. 6. 30. 1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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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 오고 있습니다." 최근에 만난 한 스타트업 대표가 우려 섞인 목소리로 기자에게 한 말이다.

실제 국내에선 거의 유일한 엑시트(EXIT·투자금회수) 수단인 기업공개(IPO) 시장이 얼어붙고 유망 스타트업 밸류에이션 리레이팅(가치 재평가)에 들어가는 등 '제2 벤처 붐'이라는 빛에 가려진 그림자가 서서히 드리우고 있다.

스타트업은 부족한 자본과 인력으로 '세상에 없는 것'을 만들어 내고 시장을 혁신하는 주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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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 오고 있습니다.” 최근에 만난 한 스타트업 대표가 우려 섞인 목소리로 기자에게 한 말이다. 세계 최대 투자 시장인 미국을 중심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벤처 투자, 파티는 끝났다”는 부정적 시각이 커지는 가운데 한국도 '월동 준비'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 국내에선 거의 유일한 엑시트(EXIT·투자금회수) 수단인 기업공개(IPO) 시장이 얼어붙고 유망 스타트업 밸류에이션 리레이팅(가치 재평가)에 들어가는 등 '제2 벤처 붐'이라는 빛에 가려진 그림자가 서서히 드리우고 있다. 한 벤처캐피털(VC) 관계자가 “최근 추진해 오던 딜(투자계약)이 번번이 무산되면서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라고 토로할 정도다.

최근까지 벤처·스타트업 업계는 매월 1조원대 뭉칫돈이 쏟아지면서 훈풍을 만끽했다. 막대한 투자자금을 바탕으로 대기업을 뛰어넘는 사내 복지를 자랑하며 스타트업이 '힙한' 기업문화를 이끌었다. 인재 확보를 위한 고육책이라고는 하지만 '거화취실'(去華就實·화려함을 멀리하고 실리를 추구한다)이라는 어느 대기업 총수의 신조와는 정반대다. 비즈니스모델(BM)이라는 사업 본질보다는 겉치레가 더 강조되는 경우도 있다. 오죽하면 스타트업과 비스타트업은 '사내에서 영어 이름을 사용하느냐 하지 않느냐'에 따라 구분된다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올까.

스타트업 이미지가 실제 현장과 거리가 있다는 점도 문제다. 스타트업은 부족한 자본과 인력으로 '세상에 없는 것'을 만들어 내고 시장을 혁신하는 주체다. 파이팅이 가장 넘치고 생존을 위해 몸부림쳐야 할 곳이 스타트업이다. 세련되지도 화려하지도 않다. 스타트업이 트렌디한 사업 아이템을 세상에 내놓는 과정은 '워라밸' 등을 강조하는 최근 업무 트렌드와는 거리가 멀다. 백조의 유영은 물 아래 발버둥 덕분인데 더 치열해야 할 스타트업 업계가 언제부턴가 스스로 놓은 덫에 걸린 듯한 모습이다.

이제 옥석을 가릴 시간이 왔다. “썰물 때가 되면 누가 벌거벗고 헤엄쳤는지 알 수 있다”는 워런 버핏의 말처럼 진짜와 가짜가 드러나는 때다. 누군가 붐에 취해 허우적거릴 때 착실히 BM 구축에 매진한 스타트업의 진가가 발휘될 것이다. 스타트업은 우리말로 바꾸면 '새싹기업'이다. 겨울을 이겨낸 스타트업은 봄이 오면 싹을 틔우고 가을에는 열매를 맺을 것이라고 믿는다. 대기업이 미처 들여다보지 못하는 새롭고 신선한 아이디어나 창조적인 서비스를 만들어 내는 스타트업이 늘고, 글로벌 기업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기업이 탄생할 것으로 기대한다.

조재학기자 2jh@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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