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나' 수지, 하이힐 위 아슬아슬한 거짓말쟁이 인생 [TV와치]

송오정 2022. 6. 30.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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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엔 송오정 기자]

구두 굽이 높으면 높을수록 발목은 언제든지 꺾일 위험에 처한다.

지금 당장 흙바닥에 나동그라져도 이상하지 않을 아슬아슬한 하이힐. 바로 '안나' 속 수지 인생이다.

6월 24일 첫 공개된 쿠팡플레이 오리지널 '안나(ANNA)'에서 '안나'는 전봇대에 처박힌 자동차에서 머리에 피를 흘리며 내리는 충격적인 장면으로 시작됐다. 고통에 찬 신음소리. 그리곤 가방에 불을 붙여 이미 퍼져버린 차 안에 던지곤 유유히 멀어진다.

"사람은 혼자 보는 일기장에도 거짓말을 씁니다"라는 내레이션과 함께 작품은 안나의 어린시절로 돌아간다. '유미'라는 이름으로 살던 그 시절. 그는 작은 양복점을 운영하는 아버지와 장애를 가진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미군 대령과 그의 아내 눈에 든 유미는 피아노와 영어를 배울 수 있었다. 대령 와이프 덕분에 자연스럽게 미국 문화를 접한 유미는 성장해 발레 배우고, 미술까지 배우며 누가봐도 지적이고 부유한 '문화인'의 삶을 살았다. 이때까지만 해도 그저 치기어린 단순 허영심이었다.

그러나 젊은 선생님과 열애하다 발각되면서 서울로 강제 전학가게 된 유미는 떨어져 지내며 걱정하는 부모님에게 명문대에 합격했다는 거짓말을 하게 된다. 그렇게 한 번 시작된 거짓말은 크기를 불려 갔다. 같은 하숙집에서 만난 학교 선배도 유미가 같은 학교 학생이라 생각하고 교지 편집부 가입까지 권했다. 유미의 거짓말에 속은 사람은 학교 교지 편집부, 그리고 서울지부 교지 편집부로 더 나아갔다. 사업하는 아버지를 따라 미국에서 왔다고 말한 유미는 교지 편집부 모임에서 만난 남자와 유학까지 꿈꾸지만 결국 들통나고, 갑작스럽게 아버지까지 떠나보내면서 잠시 거짓말을 '멈췄다'.

우연히 번덕스러운 갤러리 관장 딸 현주(정은채 분) 덕분에 수입 가구 갤러리에 취직하게 유미는 관장과 현주의 괄시와 모멸 속에서 힘든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그러다 유미는 현주 집에 심부름을 갔다가 빨간 하이힐을 발견했다. 매번 흙 묻은 단화만 신다가 잘 관리된 하이힐을 처음 신어 본 유미는 높아진 굽만큼 자신의 자존감도, 신분도 상승한 것만 같은 만족감을 느꼈다.

일련의 사건으로 유미는 현주의 신분증과 서류를 훔쳐 현주의 영어 이름인 '안나'로 개명했다. 학벌과 촌스럽던 외형까지 싹 '안나'로 바꾸고 입시 미술 학원 강사로 취직해 대학교 평생교육원 강사를 거쳐, 신생 IT기업 최지훈(김준한 분)과 결혼하고 남편 인맥을 통해 교수 자리까지 꿰찼다.

상견례 당시, 부모님 대행 연기를 했던 이들에게 "지금보다 조금 더 의상과 머리에 신경을 좀 써주셨으면 해요", "저는 여유가 있는지 없는지를 판단할 때, 머릿결과 구두를 보거든요"라고 말했던 안나는 더 이상 낮은 구두를 신지 않는다. 높아진 안목만큼 높은 하이힐을 신고 또각또각 걸으며 그의 얼굴과 외형은 항상 화장과 값비싼 옷으로 '무장'되었다. 안나는 이제 민낯을 보여주지도, 하이힐에서 내려올 생각도 없다.

그러다 2화 끝무렵 안나는 현주와 우연히 조우했다. 거짓말쟁이 인생이 들통날 위기를 맞이하면서 안나의 높은 하이힐이 주춤하며 영상은 마무리된다.

한 여성의 스펙터클한 인생사는 충격적인 내용과 다르게 작품은 사뭇 조용하게 그저 시간 흐름을 따라 흘러간다. 큰소리 하나 없이 배우 수지의 잔잔한 대사 한 마디, 미세한 표정 변화를 따라가면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을 바라보듯 긴장감과 몰입감도 배가된다.

'유미'와 '안나'. 안나는 거짓된 학벌과 집안으로 부와 인맥 등을 쌓았다. 비록 허영이라고 하더라도 유미로서 살아갈 때보다 훨씬 많은 것을 얻었고 자신이 그토록 원하던 삶을 그릴 수 있었다. 그러나 꼬리가 길면 밟히는 법. 모래 위 만들어진 안나의 삶이 통째로 무너지게 생겼다.

과연 유미와 안나의 가녀린 발목은 끝을 모르고 높아지는 하이힐을 감당할 수 있을까. 아니면 결국을 파국을 맞이할까. 거지 같은 인생에서 벗어나기 위한 그의 조용한 몸무림을 계속 지켜보고 싶어 진다.

한편 쿠팡플레이 '안나'는 총 6부작으로 매주 금요일 오후 8시 공개된다. (사진= 쿠팡플레이 제공)

뉴스엔 송오정 songoj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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