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제본 안 하는 문구점에서 제본비 21만원?..김승희, 의원 시절 수상한 문구점 거래

민서영 기자 2022. 6. 30.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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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희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달 30일 서울 서대문구 국민연금공단 충정로 사옥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김창길기자

김승희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의원 시절 특정업체에서 취급하지 않은 품목으로 영수증을 끊는 등 입법정책개발비 사용이 석연치 않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김 후보자는 임기 마지막 날 해당 업체에서 1원 단위까지 맞춘 지출 금액으로 남은 정치자금을 모두 사용하기도 했다.

30일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국회 사무처로부터 제출받은 김 후보자의 입법정책개발비 지급 청구서와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김 후보자는 의원 시절인 2019년 11월 ‘이기는 선거와 현장 조사’ 자문회의를 열었다. 김 후보자는 자문회의에서 총 65만3000원의 입법정책개발비를 사용했는데, 이 중 21만원은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A잡화점에서 제본을 하는 데 사용했다며 영수증을 첨부했다.

앞서 김 후보자측은 해당 자문회의가 ‘통상적인 의정활동’이라고 해명한 바 있지만, 주요 회의 내용을 보면 “선거보도를 절대로 믿는 것을 지양해야 한다. 휘둘리지 말고 무소의 뿔처럼 가야한다” “후보가 난립할 때는 지키고 갈라치고 가져오는 것이 중요하다” 등의 내용이 포함돼있는 등 사실상 자신의 선거 전략을 준비하는 회의에 가까웠다. 입법정책개발비는 국회의원의 입법활동을 지원하는 용도로만 사용할 수 있다.

국회사무처가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김 후보자의 입법정책개발비 거래명세표. 김 후보자는 자신의 선거전략을 준비하는 자문회의 제본비로 A잡화점에서 21만원을 지출했다. 신현영 의원실 제공

문제는 A잡화점이 주로 문구와 다과 등을 취급하고, 제본·인쇄는 하지 않는 곳이라는 점이다. 업체에서 취급하지 않는 품목으로 가짜 영수증을 끊은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온다. 김 후보자는 같은 해 10월 ‘마약류 규제현황’ 간담회와 11월 ‘정책 여론조사’ 간담회에서도 A잡화점에서 제본비로 각각 6만원과 7만5000원을 결제한 영수증을 첨부했다.

A잡화점은 앞서 김 후보자가 이곳에서 매달 A4 용지 구입으로만 정치자금 24만원 이상을 쓰는 등 흔치 않은 씀씀이로 논란이 됐던 곳이다. 이 잡화점에서 구매한 것은 주로 사무용품과 음료·다과로, 김 후보자는 의원 임기동안 이곳에서 총 3492만4797원을 결제했다. 한 해 평균 985만원 꼴로, 대부분 계좌이체를 통해 대금을 납부했다. A4 등 사무용지 외에는 정치자금으로 어떤 잡화 및 문구·사무용품을 구입했는지 명시하지 않았다.

의원 임기 마지막날이었던 2020년 5월29엔 ‘사무용품 및 용지대’로 A잡화점에서 정치자금 32만3397원을 지출하기도 했다. 의정 활동이 마무리되는 날에 32만원어치 사무용품을 또 구입한 것이다. 당시 김 후보자는 보름 전인 5월15일에 이미 의원실 이사 용품 구입으로 이 잡화점에서 24만9500원을 결제했었다.

사실상 ‘정치자금 털기’ 목적으로 1원 단위까지 맞춘 영수증을 임의로 처리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임기 마지막날 김 후보자의 정치자금 잔액은 총 132만3397원이었는데, 김 후보자는 A잡화점에서 32만3397원을 결제한 후 남은 100만원은 보좌진 격려금으로 지출해 잔액 0원을 맞췄다.

앞서 김 후보자는 관용으로 사용하다 소유하게 된 렌터카의 보증금, 배우자의 차량 보험료를 정치자금으로 지출한 뒤 장관 후보자가 되기 전까지 돌려주지 않아 ‘정치자금 사적 유용’ 논란에 휩싸였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지난 28일 대검찰청에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수사의뢰를 한 바 있다. 정치자금법 제47조는 정치자금을 사적 경비로 지출하거나 부정한 용도로 사용하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4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인사청문회준비단 관계자는 “A잡화점에서 직접 제본을 하지는 않지만 의원실 일손이 부족할 경우 해당 업체에 부탁을 해 그 업체에서 제본업체에 제본을 맡기고 의원실까지 배송해준 사례가 몇 차례 있었다”고 해명했다. 임기 마지막날 사무용품 지출과 관련해선 “마지막날 의원실을 정리하면서 물건을 옮길 박스, 테이프 등을 구매했고 구매금액이 결제한 금액인 32만3397원보다 조금 더 나왔으나 해당업체에서 그 금액만 수령했다”고 밝혔다.

신 의원은 “정치자금법 위반을 비롯한 각종 논란으로 김 후보자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이미 바닥난 상태”라며 “윤석열 대통령은 각종 논란과 의혹으로 진작에 부적격 인사로 판명난 김 후보자의 임명을 강행할 것이 아니라 인사 검증 시스템의 미흡함을 국민께 시인하고 유능하고 도덕적인 후보를 다시 선임하는 것이 순리”라고 말했다.

21대 국회 전반기 보건복지위원을 지냈던 민주당 의원들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 후보자가 대검찰청 수사를 받는 범죄 혐의자가 되었다”며 “윤 대통령은 즉각 지명을 철회하고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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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khan.co.kr/politics/politics-general/article/202206191725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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