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 초점 잃은 반도체 인력 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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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초가 이렇게 많을 줄 몰랐다.
반도체 인력 증원 문제가 논쟁을 넘어 논란으로 번졌다.
반도체 인력난이 이제야 해갈될 수 있다는 희망에 부풀었다.
급기야 전국교수노동조합과 전국대학노동조합 등 8개 단체는 "정부의 반도체 인력 양성 정책이 불필요한 갈등만 야기한다"며 백지화까지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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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초가 이렇게 많을 줄 몰랐다. 작은 잡초인 줄 알았는데 뿌리가 줄줄이 이어진다. 당황스럽다. 반도체 인력 증원 문제가 논쟁을 넘어 논란으로 번졌다.
윤석열 대통령이 대책을 주문하자 반도체 업계는 환호했다. 반도체 인력난이 이제야 해갈될 수 있다는 희망에 부풀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을 첫 방문지로 삼은 직후였다. 반도체가 국가안보와 직결된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자연스럽게 형성됐다. 인력 양성으로 귀결되는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한 물음의 답은 정해진 것 같았다. '어떻게 할 것인가'의 문제처럼 보였다.
그런데 '방법론'으로 시작된 논쟁이 이젠 '무용론'으로 막가는 형국이다. 급기야 전국교수노동조합과 전국대학노동조합 등 8개 단체는 “정부의 반도체 인력 양성 정책이 불필요한 갈등만 야기한다”며 백지화까지 요구했다.
논란의 불씨는 반도체학과 정원 확대다. 수도권 정원 제한이 풀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지방대학이 펄쩍 뛰었다. 학령인구 감소로 정원을 채우기도 어려운 판국에 학생이 수도권으로 더 많이 유출되면 지방대학은 망할 수밖에 없다고 맞섰다. 반도체학과 정원 확대보다 지방대학 생존 대책이 더 시급하다고 받아쳤다. 지방 정부까지 거들면서 반도체 인력 양성 이슈는 지방대 생존 문제, 지역 균형 발전 등으로 프레임이 옮겨 가고 있다.
사실 정원 확대 대책도 간단치 않다. 늘어나는 학생만큼 가르칠 교수 확보가 필요하다. 하루아침에 되는 일이 아니다. 실험실습 장비나 수백억원의 공사비가 들어가는 클린룸도 갖춰야 한다. 재정이 열악한 한국 대학의 현실을 감안하면 결코 쉽지 않다. '어떻게 할 것인가'의 문제도 막막한데 다시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로 돌아오니 맥이 풀린다. 결국 이것도 저것도 하지 못하는 딜레마에 빠질 것이다.
기술 패권이 국가 안보를 좌우하는 시대다. 앞으로 모든 기계에 컴퓨터가 들어간다. 반도체 칩이 없으면 기계는 물론 일상이 멈춘다. 반도체 칩이 원유나 핵무기에 버금가는 무기가 됐다. 미국이 중국에 반도체 장비 수출을 막고 반도체 기업 유치에 열을 올리는 것도 이런 연유다. 반도체 인재가 전장의 군인만큼 중요해졌다.
다시 '어떻게 할 것인가'에 집중해야 한다. 지방대학 소멸과 같은 문제점을 보완하는 논의라면 금상첨화다. 수도권 이외의 지역 대학에도 반도체학과를 신설하자는 제안은 이미 나왔다. 시스템반도체설계지원센터의 설계 인력 양성과정이나 KAIST가 추진하는 마이크로 반도체 학위과정 등도 대안이 될 수 있다. 4년 학위과정을 마친 학생을 상대로 6개월에서 1년간 재교육을 통해 반도체 전문가로 기르는 방안이다. 물리, 화학, 기계 등 유관 학과 전공자에게 반도체를 복수로 전공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 주는 아이디어도 있다.
소재·부품·장비(소부장)나 팹리스 중소기업은 그래도 걱정이 많다. 그나마 늘어난 인력이 대부분 대기업으로 먼저 흡수될 게 뻔하기 때문이다. 반도체 산업은 반도체 대기업이라는 한쪽 날개로만 날 수 없다. 소부장, 팹리스 등이 받쳐 줘야 한다. 이들이 낙수효과를 보려면 인력 배출의 '모수'(母數)를 크게 늘리는 방법밖에 없다. 매년 3000여명이 부족하다. 지금은 수도권과 지역을 가르는 것보다 다른 전공자까지 끌어들여야 할 판국이다. 다시 지혜를 모아야 한다. 무엇을 할 것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할 것인가.
장지영 부국장 jyaja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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