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찔? 순식간에 2단 킥다운, 전동화가 서운할 람보르기니 우라칸

강희수 입력 2022. 6. 30. 14:08 수정 2022. 7. 1. 0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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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OSEN=강희수 기자] 전동화를 외치지 않으면 시대에 뒤쳐지는 브랜드로 치부되는 세상이다. 물론 옳은 방향이다. 그렇지만 이런 감성 하나쯤은 오래 기억하고 싶다. 람보르기니 우라칸으로 이탈리아 볼로냐의 한적한 시골 도로와 산악 종단 코스를 내달렸을 때의 기억이다. 

폭스바겐그룹코리아가 지난 달, 한국 취재단을 이끌고 볼로냐를 찾은 이유는 폭스바겐이 그룹차원에서 추진하고 있는 전동화 과정을 현장에서 보여주기 위함이었다. 람보르기니도 폭스바겐그룹의 일원으로 전동화에서 예외일 수는 없다. 볼로냐의 한적한 시골 도시 산타가타볼로녜세에는 람보르기니의 본사와 공장이 있다.

그러나 람보르기니야 말로 가능한 늦게 전동화가 됐으면 하는 브랜드다. 람보르기니라는 내연기관 슈퍼카의 정체성이 전기차에서도 온전하게 재현되리라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세계적인 SUV 열풍에 따라 ‘슈퍼 SUV’라는 이름으로 ‘우루스’가 나오기는 했지만 우루스로 람보르기니 스포츠카의 감성을 액면 그대로 표출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는 경험을 우리는 알고 있다.

한국 기자단에게 시승 기회가 주어진 람보르기니 모델은 쿠페형 슈퍼카 ‘우라칸 에보’를 위시해 모터스포츠 DNA를 이식한 ‘우라칸 STO’와 지붕이 열리는 ‘우라칸 에보 스파이더’였다. 모델명은 다르지만 동일하게 5.2리터 V10 자연흡기 엔진을 품고 있다. 

우라칸 에보(앞)와 우라칸 에보 스파이더.

V10 엔진으로 640마력을 내뿜는 우라칸 에보를 타고 한적한 시골길을 내달렸다. 통행량이 많지 않았지만 간간이 저속으로 달리는 앞차를 만난다. 길 건너편을 확인하고 추월을 위해 악셀을 꾹 밟았다.

명령을 받은 우라칸 에보는 정차라도 하려는 듯 멈칫하더니 곧바로 굉음을 지르며 총알처럼 튕겨나갔다.

우크라이나의 미녀 높이뛰기 선수 야로슬라바 마후치크의 스타트 자세가 생각난다. 마후치크는 빼어난 미모와 세계 기록을 써내려 가는 실력으로 유명하지만 독특한 출발 자세로도 깊은 인상을 새긴 선수다. 그녀는 양 팔과 다리로 달리기 자세로 취한 뒤 잠시 몸을 뒤로 젖힌다. 시위에 메겨진 화살처럼 몸을 켕긴 뒤 적절한 탄력이 생겼을 때 몸을 튕겨 도움닫기로 뛰쳐나간다. 

[사진] 높이뛰기 선수 야로슬라바 마후치크의 준비 자세.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우라칸 에보도 극히 짧은 순간이지만 마후치크 같은 포즈를 취한다. 한 촉의 화살이 되기 위해 활 시위는 한껏 움츠렸다 ‘핑’하니 내던져진다. 처음엔 당황했지만, 이 무슨 원리인가 싶어 두 번 세 번 시도해 본다. 무슨 이런 요물이 있나 싶다. 

계기반의 기어 정보를 보니 6단이나 7단에서도 킥다운을 하면 순식간에 2단까지 내려간다. 잠시 멈칫한다고 느끼는 그 짧은 순간, 61.2kg.m의 최대토크를 낼 준비를 하고 있었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가 되는데 걸리는 시간이 불과 2.9초인 차다. 킥다운에서의 차량 반응이 시위를 떠나는 화살과 다름 없었다. 촉 빠른 7단 DCT가 부리는 매직이었다.

우라칸 에보 STO.

헤어핀 코스가 연속적으로 이어지는 산길을 내려올 때는 리드미컬한 동계스포츠인 모굴스키가 생각난다. 올록볼록 솟은 눈더미 사이를 스키어는 요리조리 잘도 주파한다. 선수의 발에 채워진 스키는 눈바닥에 붙은 건지, 공중에 떠 있는 건지 모를 정도로 리듬있게 균형을 잡아간다. 3억 원을 우습게 호가하는 차를 이렇게 밀어붙여도 되나 싶었지만, 어떤 요구도 개의치 않고 받아주는 모습에 마냥 신이 오른다.

우라칸 삼형제의 주행 모습을 반겨주는 산타가타볼로녜세 주민들의 모습도 인상적이다. 반대 차로에서 우라칸 삼형제가 무리를 지어 달리는 모습을 본 운전자들은 차창 밖으로 팔을 내밀어 엄지 손가락을 쓱 치켜올린다. 차를 모는 기자나 반대 차선에서 지켜보는 운전자나 내 차가 아니라는 게 한스럽기는 하지만 우라칸의 가치를 인정해주는 마음 씀씀이는 넉넉하기 짝이없다. 

그들은 한결같이 슈퍼카 람보르기니 공장이 볼로냐의 한적한 도시에 있다는 걸 자랑스러워하고 있었다. 

산타가타 볼로냐 공장에선 람보르기니의 모든 모델들이 생산된다. 브랜드 설립자인 페루치오 람보르기니가 직접 공장부지로 선택한 곳으로, 1964년 브랜드 최초의 양산차 350 GT를 생산해 출고한 역사적 현장이기도 했다.

람보르기니 박물관에 전시돼 있는 350GT.

사실 람보르기니 공장은 차량 전동화 보다 친환경 공장으로의 변신이 더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람보르기니의 지속가능한 미래전략 ‘코르 타우리(Cor Tauri)’를 기반으로 2023 년까지 새로운 전력시스템을 도입하는데, 공장의 전력을 바이오메탄으로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바이오메탄은 음식물 쓰레기나 가축 분뇨를 분해할 때 만들어지는 친환경 메탄가스로 람보르기니는 이를 활용해 400만제곱미터에 달하는 부지에 전력을 공급할 예정이다. 이는 브랜드의 연간 가스 사용량의 65%를 차지하는 수준으로 이산화탄소 배출량 1만 1,000톤 감소를 예상하고 있다.

생태계 보전을 위한 의외의 노력도 있다. 공장 인근에서 꿀벌을 키우는 작업이다.

람보르기니는 공장 인근 람보르기니 공원에 벌집 13개로 구성된 양봉장을 설치해 약 60만 마리의 꿀벌을 관리하고 있다. 꿀벌 연구를 통해 이산화탄소 농도를 측정하고, 여기서 얻은 데이터는 환경 바이오 연구를 위해 제공된다. 

채집 꿀벌은 양봉장이 있는 람보르기니 공원뿐만 아니라 벌집 주변 반경 3km 내에서 꿀, 꽃가루, 물을 적극적으로 수집한다. 곤충학자와 양봉학자들은 벌집 매트릭스 분석을 통해 농업, 도시, 개인 녹지 공간에서 사용되는 살충제부터 중금속, 다환 방향족 탄화수소(PAH), 다이옥신 등을 포함한 광범위한 오염 물질을 감지할 수 있다. 양봉 프로젝트는 람보르기니의 지속가능한 글로벌 전략의 일환이다.

이런 노력들이 최근 갑자기 시작된 건 아니다. 이미 2015년에 람보르기니 시설 전체의 탄소 중립(CO2-neutral) 인증을 받았으며, 에밀리 로마냐에 1만 4,600㎡에 달하는 규모의 태양광 시스템을 설치해 연간 250만kWh의 전력을 생산해내고 있다.

람보르기니 공장은 크게 조립라인과 인테리어 라인, 도장 라인으로 구성돼 있다.

조립라인에선 엔진 타입에 따라 라인이 정해진다. V8 엔진이 들어가는 우루스 라인, V10 엔진이 들어가는 우라칸 라인, V12 엔진이 들어가는 아벤타도르 라인 등이다. 조립 라인에는 숙련 노동자 사이사이 젊은 인력도 많다. 우리나라의 고교생 나이 정도에서 진로를 정한 인력들이 일찌감치 전문교육을 받아 현장에 투입된다고 한다. 노장의 조화가 자연스럽다. 

람보르기니 공장의 인테리어 라인.

의외로 인테리어 라인의 근로자들이 더 엄숙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었다. 차량 내부에 들어가는 최고급 알칸타라 가죽을 재단하고 박음질하는 인력들로 고도의 숙련을 요하는 전문영역이라고 했다. 람보르기니의 테일러 메이드 프로그램 ‘애드 페르소남 스튜디오(Ad Personam Studio)’를 통해 주문된 특별한 옵션에 대응하는 예술가들이었다.

우라칸을 비롯한 람보르기니 스포츠카 모델들은 대부분 수작업으로 이뤄지는데, 일 평균 4.5-5대가 이 공장에서 생산된다. 다만 SUV 모델 우루스의 조립라인은 자동화율이 좀더 높아 일 평균 25대의 차량을 생산한다. /100c@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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