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대명'은 없다?..'반명 연대'로 전세역전 노리는 친문‧97그룹

박성의 기자 2022. 6. 30.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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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문' 전해철·홍영표‧이인영 '젊은 피' 강병원‧강훈식‧박용진 등 연대 가능성
'어대명' 맞서 앞다퉈 전대 출마.."두 달이면 대세 뒤집기 충분"

(시사저널=박성의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전당대회 출마가 점쳐지는 가운데 '반명 연대' 가능성이 고개를 들고 있다. '어대명'(어차피 대표는 이재명)을 저지하기 위해 '친문재인계'와 '친이낙연계' 의원, '97그룹'(1990년대 학번, 70년대 출생) 의원들이 단일대오를 구축해 반전을 노리려 한다는 분석이다. 취재 결과, 실제 설훈 의원과 이인영 의원 등이 이재명 의원에 맞설 '후배'들을 찾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의원(오른쪽)과 홍영표 의원(왼쪽)이 24일 오전 충남 예산군 덕산리솜리조트에서 열린 '새롭게 도약하는 민주당의 진로 모색을 위한 국회의원 워크숍'을 마친 뒤 얼굴을 맞대고 대화를 나누는 모습 ⓒ연합뉴스

30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재명 의원은 주변인들에게 전대 출마 의사를 명확히 전달하지는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침묵을 깨고 'SNS 정치'를 재개했다. 타깃은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이다.

이 의원은 이날 오전 페이스북에 "고통스러운 민생 현실 앞에서 정쟁에 몰두하는 정치만큼 국민 속 뒤집는 건 없다"며 "정치의 가장 큰 책무는 민생을 해결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해 공무원 피격사건'의 정쟁화를 비판한 것이다. 그러면서 이 의원은 "지지율이 떨어질 때마다 색깔론으로 반전을 꾀하려 했던 이전 보수정권을 답습해서야 되겠나"라고 정부‧여당을 직격했다. 야권에서는 이 의원이 당 대표 출마를 위한 몸풀기에 들어갔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 의원이 전대에 출마한다면 사실상 호적수는 없다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실제 이 의원과 대권 자리를 놓고 다퉜던 이낙연 전 대표는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김부겸 전 총리는 정계 은퇴를 시사했다. 당권을 잡았던 '친문계'는 문재인 전 대통령의 퇴임 이후 구심점을 잃었다. 여기에 이 의원은 이른바 '개딸'(개혁의딸‧이재명 여성 지지층)로 대표되는 팬덤까지 지닌 터라, 대중성과 당심 모두 이 의원이 앞선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당내 기류는 외부의 평가와는 다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의원 출마를 반대하는 '친문' 의원들과 당내 초‧재선 의원들을 중심으로 한 '97그룹' 간의 연대 움직임이 감지된다. 야권 일각에선 호남에 뿌리를 둔 이들의 세(勢)와 세대교체론이 맞물려 단일대오를 구축한다면, 민주당 전대의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른바 '반명 연대'의 구심점으로는 친문 유력 주자였던 전해철·홍영표‧이인영 의원과 이낙연계 좌장인 설훈 의원 등이 꼽힌다. 이 중 이인영 의원의 경우 당내 '젊은 피'인 강병원‧강훈식‧박용진‧박주민‧전재수 의원 등과 최근 별도의 모임을 갖고 전대 출마를 권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대를 앞두고 '이재명으로는 안 된다'는 공감대가 이들의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익명을 요구한 민주당 한 초선의원은 "지난 대선 당시 이준석 대표가 '세대포위론'(2030세대와 60대 이상의 지지층이 힘을 합치는 현상)을 내세우지 않았나. 그게 얼마나 실효성이 있었는지는 의문이지만, 민주당 내에도 비슷한 기류가 읽힌다"며 "다선 중진들과 초‧재선 의원들은 전대 분위기를 바꿔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다. 이미 (민주당) 워크숍에서도 (반명 연대의) 기미가 보였다. 아마 이재명 의원이 출마를 선언하면 반대 목소리가 꽤 거세게 제기될 것"이라고 전했다.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9일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당대표 출마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97그룹' 등판과 동시에 이재명에 '선전포고'

실제 친문의 지지를 얻는 '97그룹' 의원들의 전대 출마 선언이 연이어 이어지고 있다. 이들은 등판과 동시에 이 의원을 향한 선전포고에 나섰다. 이들 모두 '어대명'의 부당함을 호소하고 있다. 전대에 들어가면 이 의원에 대한 '네거티브 공세'도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29일 강병원 의원은 국회에서 열린 당 대표 출마 선언 기자회견을 통해 "이번 전당대회가 계파 싸움으로 얼룩질 것이란 우려가 있다. 저는 그 우려를 뛰어넘어, 통합의 싹을 틔우기 위해 출마했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의원과의 경쟁을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취재진의 물음에 "우리 당이 또다시 연이은 패배에 책임 있는 분들이 나와서 대결하는 것이 우리 국민들 눈에는 계파 싸움으로 비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30일 박용진 의원도 국회에서 당 대표 출마 기자간담회를 열고 "'어대명'이라는 체념, 그것을 박용진이라고 하는 가슴 뛰는 기대감으로 바꾸겠다"고 강조했다. 박 의원은 또 "'어대명'이라고 하는 말을 사실 이 의원과 친한 분들도 '다른 대안이 없지 않냐'고 해서 하는 말"이라며 "김대중 전 대통령이 사흘이면 처마를 뒤집을 수 있다고 했다. (전대가) 두 달 남았다. 민주당의 역동성이 발휘하는 전대를 만들겠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한편, 정치권 밖에서도 '어대명'을 향한 우려와 비판이 적지 않게 제기되는 양상이다. 대선과 지방 선거에서 2연패한 이 의원이 당 대표가 된다면, 다음 총선에서도 야당의 승리를 자신할 수 없다는 관측에서다.

유승찬 스토리닷 대표는 "이재명의 당 대표 출마는 민주당에도, 그 자신에게도 좋지 않은 선택이다. 역사상 대선과 지선 두 개의 전국 선거 패장이 즉시 당 대표에 도전한 사례가 없다. 그건 문재인의 길이 아니라 황교안의 길이 될 가능성이 더 높다"고 분석했다. 이어 "민주당이 이런 새로운 '해방일지'를 쓰지 못한다면, 2024년 봄에 '그래도 지방선거가 나았어'라는 탄식과 함께 총선에서도 참패할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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