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경제 살릴 것" "계엄의 아들"..필리핀 '마르코스2' 기대반 우려반

이서영 기자 2022. 6. 30.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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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르난디드 마르코스 주니어 대통령 오늘 취임식..'父의 명암'
"독재는 가짜뉴스" 젊은층 지지.."엄마는 사치여왕" 우려 공존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대통령과 그의 가족들. © 로이터=뉴스1 © News1 이서영 기자

(마닐라=뉴스1) 이서영 기자 = "원전, 일자리 약속은 많이 하는데 실행 할 수 있을지, 아니지 실행을 할 의지가 있는지 모를 일."(시민 로렌자 피교로아)

“마르코스 전 대통령 당시 경제 상황이 좋았다. 아들 대통령도 경제만은 책임지고 회복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조비 페르난도)

새로운 대통령 취임과 함께 필리핀의 새로운 시대가 개막을 앞두고 있지만, 시민들의 반응은 양분됐다. 일부는 탐탁지 않아했고, 다른 이들은 ‘그래도 경제만은’이라며 조건부로 신임 대통령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그러나 일부 극단적인 지지자들을 제외하고는 두 집단 모두에게 일종의 두려움과 미심쩍음이 공존하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선친 페르난디드 마르코스 전 대통령이 ‘계엄령’과 ‘국고 부정축적’ 같은 단어들로 얼룩진 독재자인 것이 그 이유다.

페르난디드 마르코스 주니어 필리핀 대통령 당선인(좌측)과 퇴임하는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이 30일(현지시간) 마닐라에 있는 대통령 궁인 말라카낭 궁에서 열린 취임 행사에 참석했다. © AFP=뉴스1

◇ ‘독재가문’이라는 칭호가 짊어진 무게…“못 믿겠다!” 여론 빗발쳐

30일 페르디난드 '봉봉' 마르코스 주니어 대통령 당선인이 취임했다. 마르코스 주니어는 선친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전 대통령이 시민들의 봉기로 축출된 지 36년 만에 다시금 필리핀 최고직에 오른 것.

역대 대통령들은 전통적인 퀴리노 그랜드스탠드에서 취임 선서를 해왔지만 마르코스 당선인은 마닐라 리잘 파크에 위치한 국립박물관에서 선서를 진행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온 국가가 어려운 시기를 거친 만큼 단순하지만 엄숙하게 진행하기로 한 것으로 풀이된다.

총 59.77%의 득표율로 신임 대통령에 취임했음에도 마르코스 주니어 대통령에 대한 일부 여론이 좋지 못한 까닭은 그의 선친의 과업 탓이다. 그는 독재 정치로 아시아에서 가장 유명한 정치왕조를 건설한 인물이다.

마르코스 전 대통령은 1965년부터 20년간 필리핀의 대통령으로 있었는데 그 중 절반은 계엄령 하에서 통치했다. 마르코스 전 대통령을 반대하는 비판자들은 계엄령을 통한 통치 방식이 그의 권력을 연장하게 한 핵심이라고 꼽았다.

실제 마르코스 전 대통령 통치 기간 동안 수천 명이 투옥되거나 죽거나 사라졌고, '마르코스 가문'은 사치, 국고 실종 등과 동의어로 사용될 정도였다.

실제 마르코스 전 대통령의 부인 이멜다 마르코스는 부정 축재한 재산을 탕진하며 호화로운 생활로 일세를 풍미했다. 그가 가진 888개의 핸드백, 15벌의 밍크코트, 1060켤레 신발 컬렉션은 두고두고 입방아에 올랐다. 다만 마르코스 가족은 횡령 혐의를 부인한다.

이에 시민 로자리오 리예스는 "사람들이 왜 독재자의 아들을 뽑았는지 정말 모르겠다"며 "그 가문이 권력과 돈을 쟁취한 탓에 우리는 여전히 못살고 있다"고 비판했다.

여전히 전 계엄령 박해 피해자들은 마르코스 주니어가 대통령에 취임하는 것을 막기 위해, 수십년 전 조세범칙 혐의로 마르코스 주니어의 대통령 당선인 자격을 박탈 해달라는 탄원서를 제출했다.

그러나 이마저도 기각되면서 마르코스 주니어 당선인의 대통령 취임식은 차질 없이 진행됐다.

9일(현지시간) 필리핀 만달루용 거리에서 대선 초기 결과 페르디난드 봉봉 마르코스 주니어의 당선이 확실시되자 지지자들이 기뻐하는 모습. 2022. 5. 9. © 로이터=뉴스1 © News1 최서윤 기자

◇ “그래도 경제만은!” 새 정부에 거는 기대 높은 59%의 유권자들

일부 유권자들은 마르코스 주니어가 "함께, 우리는 다시 일어설 것이다"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선거운동을 펼친 만큼 변화를 가져오길 바라고 있었다.

시민들은 1억1000만 인구의 나라에서 일자리를 더 많이 창출하고 소비자 물가를 낮추겠다고 공언한 것을 이행할 것을 믿는 듯 했다. 이들 중 1/4가량은 하루 2달러 이하로 생활을 영위 한다.

이에 대한 행동으로 마르코스 주니어 당선인은 식량난을 막고 물가를 관리할 필요성을 언급하며 착실히 일하겠다고 약속하며 스스로를 농업부 장관을 맡기도 했다. 대통령과 농업부 장관을 겸임하는 셈.

그는 겸임을 결정하면서 "우리는 기본으로 돌아가고 있으며, 농업의 가치 사슬을 재구축할 것"이라며 "지금 세계정세에 더 잘 대응할 수 있도록" 농무부를 개혁하겠다고 약속했다.

마르코스 주니어 당선인은 "처음부터 나는 전염병 이후 농업이 우리 경제 발전이나 경제 변혁의 중요하고 기초적인 부분이 될 것이라고 말해왔다"며 정부가 농업 생산력을 강화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민 카를로스 멘도사는 "그래도 식량 문제는 확실히 해결해주리라는 믿음으로 뽑았다"며 일말의 기대를 품고 있었다.

24세의 마르코스 지지자라고 소개한 카렌 파트리시아는 "마르코스 대통령의 선친이 독재했다는 얘기는 온라인상에 떠도는 가짜뉴스"라며 "새로운 대통령이 당선된 만큼 앞으로 우리 경제가 살아날 것이라고 믿는다"고 확실한 믿음을 보이기도 했다.

정치학 전문 칼럼니스트 리차드 하이다리안도 "마르코스 주니어의 최우선 과제는 향후 6개월과 첫 해에 걸쳐 경제를 회복하는 것"이라며 "그것은 향후 몇 년간 그의 행정부 분위기를 조성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seol@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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