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료도 벅찬 법원.. 퇴근 때 손전등앱 켜는 판사들

김무연 기자 2022. 6. 30.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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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에 주재하는 한 판사는 밤 11시까지 야근을 마치고 귀가하기 위해 휴대전화 손전등 앱을 켰다.

향후 법원이 국회를 통해 필요한 예산을 제대로 확보할 수 있을지에도 물음표가 붙는다.

대법원이 의뢰한 '사실심 충실화를 위한 재판연구원의 적정 수에 관한 연구'를 보면 재판연구원은 최대 256명을 충원할 필요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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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8일 서울 시내 한 오피스텔에서 시민이 전력계량기를 살펴보고 있다. 한국전력은 7월부터 전기요금을 ㎾h당 5원 인상한다. 뉴시스

■ 서초동 인사이드

예산 줄어 ‘전력사용 자제’공문

소송 늘어 재판연구원 확대 필요

사법신뢰 잃어 예산확보 미지수

지방에 주재하는 한 판사는 밤 11시까지 야근을 마치고 귀가하기 위해 휴대전화 손전등 앱을 켰다. 전기료를 아껴야 한다며 주요 공간을 제외한 공간에선 모두 강제 소등한 탓에 깜깜한 복도를 지나려면 휴대전화 불빛에 의존할 수밖에 없어서다. 그는 “전기세를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법원 예산이 줄어든 상황이라면 올해 남은 기간 법원이 살림을 어떻게 꾸려 갈지 걱정된다”고 전했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원행정처는 최근 각급 법원에 불필요한 청사 공간 소등 및 개인용 냉난방 기구 사용을 자제하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사법부 예산이 전년 대비 감소한 데다 공공요금이 급작스럽게 인상돼 각급 법원이 요청한 예산을 배정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올해 책정된 사법부 예산은 지난해보다 175억 원 줄어든 2조262억 원에 그쳤다. 올해 국가 전체 예산은 600조 원을 돌파했지만 법원 예산은 외려 감소했다. 법원이 예산 편성 과정에서 홀대를 받고 있는 것이다. 2017년 사법부 예산은 국가 전체 예산의 0.43% 수준이었지만 올해는 0.34%까지 떨어졌다. 질 높은 사법 서비스에 대한 국민 요구는 커진 반면 법원 예산은 그를 따라가지 못하는 모양새다.

향후 법원이 국회를 통해 필요한 예산을 제대로 확보할 수 있을지에도 물음표가 붙는다. 법원은 심리와 재판의 조사·연구 등을 수행하며 판사를 보조하는 재판연구원을 늘린다는 방침을 정하고 기획재정부와 확충 인원수를 협의하고 있다. 대법원이 의뢰한 ‘사실심 충실화를 위한 재판연구원의 적정 수에 관한 연구’를 보면 재판연구원은 최대 256명을 충원할 필요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선 판사들은 공판중심주의 확대와 소송 증가로 재판연구원 확대가 필요하다는 점엔 공감하고 있다. 다만, 김명수 대법원장 체제의 사법부가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잃은 상황이라 재판연구원이 필요하단 당위만으론 필요한 인원과 예산 확보가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예산 확보를 못해 재판연구원 증원 등으로 고정비인 인건비가 늘어나면 사법 서비스 제고를 위한 법원의 신사업 추진에 필요한 사업비가 삭감될 수 있다.

사법부가 먼저 성찰이 필요하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한 고위 법관 출신 변호사는 “사법부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선 예산 증액을 외치기에 앞서 특혜로 비칠 수 있는 과도한 해외 연수를 스스로 자제하는 방법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김무연 기자 nosmok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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