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럭 급정거에 놀라 넘어진 여아..대법 "충돌 없더라도 주의의무 위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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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호등이 없는 횡단보도 부근에서 9살 여자아이가 트럭으로 인해 다쳤다면, 물리적인 충격 유무가 증명되지 않았더라도 트럭 기사가 업무상 주의의무를 위반했다고 볼 수 있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은 또 "A씨가 횡단보도 부근에서 안전하게 서행했더라면 사고 발생을 충분히 피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A씨의 업무상 주의의무 위반과 사고발생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도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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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단보도 부근서 안전히 서행했더라면 사고 피할 수 있었을 것"
(서울=뉴스1) 류석우 기자 = 신호등이 없는 횡단보도 부근에서 9살 여자아이가 트럭으로 인해 다쳤다면, 물리적인 충격 유무가 증명되지 않았더라도 트럭 기사가 업무상 주의의무를 위반했다고 볼 수 있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도주치상)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의정부지법에 돌려보냈다고 30일 밝혔다.
앞서 2020년 4월 고양시 일산서구에 위치한 신호등이 없는 횡단보도 부근에서 A씨가 운전하던 트럭과 9살 여자아이 사이에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A씨는 차량을 정차해 내린 뒤 피해아동에게 괜찮냐고 물었는데, 아이는 괜찮다고 답한 뒤 다른 방향으로 걸어갔다. A씨는 이에 추가 조치를 하지 않고 현장을 이탈했다.
피해아동은 이후 부모에게 다리와 무릎 통증을 호소했고, 사고 다음날 병원에서 2주간의 치료가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았다
검찰은 A씨가 트럭을 운전하며 횡단보도를 횡단하는 피해아동을 충격했고, 피해아동 구호조치를 취하지 않고 도주했다며 A씨를 재판에 넘겼다.
이 사건의 쟁점은 피해아동이 A씨가 운전하는 트럭과 직접 부딪혀 다쳤는지 증명할 증거가 없는 상황에서 트럭기사의 업무상 주의의무 위반을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였다.
1심 법원은 "피해아동의 진술 만으로는 피해아동이 횡단보도 안에서 사고를 당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면서도 "A씨에게 업무상 주의의무 위반이 인정된다"며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A씨에게 사고의 발생을 예견하거나 회피할 업무상 주의의무를 다하지 못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2심 재판부는 "사고 당시 A씨의 차량위치 및 진행상태, 피해아동의 위치 및 방향을 직접 촬영된 영상이 존재하지 않는다"며 "A씨가 주의를 다했다면 피해아동의 존재를 좀 더 일찍 인식하고 넘어지는 일마저 방지할 수 있었는지 여부를 알 수 있게 하는 자료를 찾아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다시 2심의 판단을 뒤집었다. 대법원은 "비록 자동차가 보행자를 직접 충격한 것이 아니고 보행자가 자동차의 급정거에 놀라 도로에 넘어져 상해를 입은 경우라고 할지라도, 업무상 주의의무 위반과 교통사고 발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A씨로서는 횡단보도 부근에서 도로를 횡단하려는 보행자가 흔히 있을 수 있음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며 "아이를 발견한 즉시 안전하게 정차할 수 있도록 속도를 줄여 서행하고 안전하게 운전함으로써 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었다"고 덧붙였다.
대법원은 또 "A씨가 횡단보도 부근에서 안전하게 서행했더라면 사고 발생을 충분히 피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A씨의 업무상 주의의무 위반과 사고발생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도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sewryu@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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