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년 노력 결실..SK, 'K-바이오' 시대 열었다

전혜인 2022. 6. 30.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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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 2017년 SK바이오팜 미국법인 SK라이프사이언스 방문해 조정우 SK바이오팜 대표 등 관계자들과 회의를 하고 있다. <SK 제공>

SK바이오사이언스가 개발한 코로나19 백신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품목허가 결정을 받았다. 국내 첫 신약 개발로 대한민국 제약사의 첫 페이지를 쓴 SK그룹이 코로나19 백신 국산화에 성공하며 또 하나의 'K-바이오' 역사를 만들었다.

이처럼 SK가 바이오 사업 진출 35년 만에 국내 대표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바이오 주권을 확보해 사업보국을 하겠다"는 최종현 SK 선대회장과 최태원 회장의 끈질긴 노력이 뒷받침했다는 게 SK 측 설명이다.

30일 SK에 따르면 식약처는 전날 최종점검위원회를 열어 SK바이오사이언스의 코로나19 백신 '스카이코비원멀티주'에 대해 품목허가 결정을 내렸다.

SK의 바이오 사업 역사는 198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주력사업인 섬유사업을 대체할 성장동력으로 바이오 사업에 주목한 SK는 1987년 선경인더스트리 산하에 생명과학연구실을 설립한 뒤 합성신약, 천연물신약, 제제, 바이오 등 4개 분야로 나눠 연구에 돌입했다. 섬유를 만들 때 화합물을 합성하는 방식이 제약 제조 방식과 유사하고, 서울대와 미국에서 화학을 공부했던 최종현 선대회장의 이력도 바이오에 대한 관심에 영향을 미쳤다.

생명과학연구실은 1989년 연구소로 확대된 뒤 위암치료 신약을 1호 과제로 삼고 10년 연구한 끝에 1999년 3세대 백금착제 항암제인 '선플라'를 개발했다. 국내 최초이자 세계 최초 신약인 이 약으로 대한민국은 신약 주권을 가진 국가가 됐다.

최 선대회장은 미국 뉴저지와 대덕에도 연구소를 설립한 뒤 1993년 글로벌 신약기업을 따라잡기 위한 'P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이 프로젝트는 현재 SK바이오팜의 출발점이 됐다. 앞서 선경인더스트리에 설립된 생명과학연구소는 바이오와 백신, 제제 분야로 특화된 SK케미칼, SK바이오사이언스, SK플라즈마의 모태가 됐다.

선대회장이 남긴 바이오 사업 DNA는 최태원 회장과 사촌동생인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이 이어 받았다. 선플라 이후 SK는 2001년 국내 1호 천연물 신약 '조인스'(관절염 치료제), 2007년 신약 '엠빅스'(발기부전 치료제)를 개발하면서 국내 35개 합성신약 중 2개를 보유한 기업이 됐다.

최창원 부회장은 2006년 SK케미칼 대표이사를 맡은 이후 프리미엄 백신개발을 위한 스카이박스 프로젝트를 추진했고, 경북 안동에 백신공장을 설립하면서 백신 연구를 이끈 결과 2016년 세계 최초로 세포를 배양, 4가지 바이러스를 예방하는 독감백신(스카이셀플루)을 개발해 냈다. 이 같은 성과를 기반으로 최 부회장은 2018년 SK바이오사이언스를 설립하고 K-백신 노하우를 고도화시켜 나갔다. 빌&멜린다게이츠 재단이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360만 달러의 연구비를 지원한 것도 SK바이오사이언스의 기술력을 감안한 결정이었다.

최 부회장이 백신에 집중했다면 최태원 회장은 신약 개발에 주력했다.최 회장은 SK바이오팜을 설립, 2019년 수면장애 신약 '수노사'와 뇌전증신약 '엑스코프리' 등 신약 2개를 개발, 미 FDA 승인을 받아냈다. 국내 기업 중 신약후보 물질 발굴과 임상, 미 FDA 승인, 마케팅 등을 독자적으로 수행한 신약을 보유한 기업은 SK가 유일하다.

해외 시장 확대에도 힘을 쏟고 있다. 2017년에는 글로벌 제약사 BMS의 아일랜드 생산시설(CMO)과 2018년 미국의 위탁개발·생산업체(CDMO) 앰팩을 인수했다. 또 해외 생산시설을 통합관리하고 신약의 글로벌 마케팅을 담당할 SK팜테코를 미국 캘리포니아에 설립하면서 미국 시장도 공략 중이다. 지난해에는 프랑스의 세포·유전자치료제 기업 이포스케시를 인수했으며 올해도 미국 세포·유전자치료제 기업 CBM에 투자하며 외형을 더욱 확장했다.

SK그룹은 현재 SK바이오팜, SK바이오사이언스, SK플라즈마, SK팜테코 등 바이오 4개사를 보유하고 있다. 이들 기업은 각각 신약과 백신, 제제, 의약품 위탁생산을 주력으로 하면서 SK가 포트폴리오가 가장 탄탄한 바이오 기업으로 성장하는 원동력이 됐다. 4개 기업 매출은 2019년 9532억원에서 2021년 2조4022억원으로 증가하면서 반도체와 배터리에 이어 SK의 든든한 성장 버팀목이 됐다. 의약품 위탁생산을 주력으로 하는 SK팜테코의 경우 매출은 5554억원에서 9486억원으로 증가하는 등 SK 바이오 사업의 효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밖에도 SK는 인공지능을 활용, 단백질을 분해해 신약을 개발한 로이반트 사이언스에 투자하고 중국에 중추신경계 제약사인 이그니스를 설립하면서 해외시장 진출을 본격화하고 있다. SK는 바이오 관련 분야에 향후 5년간 최소 6조원 이상 투자를 단행할 예정이다.

SK 관계자는 "SK의 바이오 역사는 최종현 선대회장과 최태원 회장, 바이오 연구진들이 리스크를 두려워하지 않고 새로운 도전을 거듭하면서 이뤄낸 성과"라며 "과감한 투자와 연구를 지속해 'K-바이오'의 또 다른 신화를 만들어 내겠다"고 말했다.전혜인기자 hye@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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