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비즈] 치솟는 인플레이션에 위기감 갖고 전방위적으로 대처해야

2022. 6. 30.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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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을 위시한 세계 각국은 현재 치솟고 있는 인플레이션이 경기침체를 수반하는 스테그플레이션은 물론 경제위기로도 발전할 수 있다는 우려에 폭풍 전야에 놓인 심정으로 대책 마련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적절한 수준의 인플레이션은 생산과 투자 확대를 유도해서 소득 및 고용 증대를 가져오는 등 경제의 전반적인 활력소로 작용할 수 있다. 그러나 특정 수준 이상의 고인플레이션은 일반 근로자들의 실질 소득을 떨어뜨려서 생활 수준을 낮추고 불평등과 빈곤을 악화시키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채무자의 실질적인 부채 부담은 줄어들지만 이자율과 투자 비용을 상승시켜서 경제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

대표적인 전 세계적 스테그플레이션 현상은 1970년대 1차, 2차 오일 쇼크로 인한 공급충격으로 야기되었다. 1979년 미국의 인플레이션율은 13.3%에 달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1979년 8월 연방준비이사회(연준) 의장에 취임한 볼커(P. Volcker)는 1979년 기준금리를 11.5%에서 15.5%로 그리고 1981년에는 20%까지 올렸다. 그 결과 주식과 주택가격이 폭락하고 많은 기업이 파산하고 실업률은 10% 이상으로 급등했다. 그러나 온갖 원성과 위협에도 흔들림이 없이 정책을 유지한 결과 인플레이션율은 1983년에 2.4%로 떨어졌다. 이런 긴축정책은 이후 2000년대 중반까지 지속된 미국경제의 대안정기(great moderation) 기반을 마련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곡물과 에너지 가격 상승 그리고 미-중 갈등 심화에 따른 공급망의 불안 등 전 세계적인 공급 측면의 구조적·지정학적 요인으로 인해 각국의 독자적인 인플레이션 극복을 위한 정책적 노력에는 한계가 있다. 그럼에도 많은 국가들이 금리 인상 조치로 유동성을 축소하고 수입물가의 안정을 위해 자국의 환율 상승을 억제하는 역환율 정책을 채택하고 있다. 우리도 인플레이션 기대 심리를 낮추고 자본 유출을 억제하기 위해서는 현재 1.75%인 기준금리를 상당폭 인상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우리의 경우 과도하게 높은 민간부채 수준으로 인해 보다 과감하게 금리인상을 추진하는 데는 상당한 제약이 있다. 현재 GDP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경제성장을 저해하는 임계치로 학계에서 제시되고 있는 85% 수준을 훨씬 상회하는 117.6%이고, 기업부채 비율은 101.8%에 달해 민간부채가 세계에서 가장 높은 국가군에 속한다. 따라서 향후 기준금리 인상은 민간 소비와 투자를 제약해서 경기둔화로 연계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또 경기가 둔화될 경우 자본 유출로 인해 환율 불안이 확대될 수 있다.

향후 예상되는 위기적 상황에서 최전선 인플레이션 파이터로서의 한국은행의 역할은 과거 그 어느 때보다도 막중하다. 성공적으로 인플레이션을 통제하고 장기적인 경제안정 기반을 구축하기 위해서 한국은행은 볼커 의장의 경우처럼 외부로부터의 비경제적 압력에 흔들리지 말고 적시에 그리고 일관성 있는 통화금리 정책을 소신 있게 추진해야 할 것이다. 한편 정부는 구조적인 공급 측면의 애로를 완화하고 기업의 생산성을 제고하기 위해 전면적인 세제 지원 및 규제개혁을 신속히 추진하고, 근로자들의 직업훈련과 재취업교육을 확대해야 한다. 그리고 신공급망 구축을 위해 주요 국가들과의 경제협력외교를 강화하는 한편 환율 안정을 위해 미국은 물론 일본과도 빠른 시일 내에 통화스와프 협정을 체결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또 인플레이션과 경기둔화로 인해 타격이 클 것으로 예상되는 저소득층 및 사회적 약자층에 대해 부채조정 등 선별적 지원 프로그램을 신속하게 재정비해서 효율적으로 지원이 이뤄지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대통령 주재 범민관정합동 경제대책회의를 구성해서 전문가들의 다양한 의견이 정책에 반영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김태준 전 한국금융연구원장

th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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