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콘텐츠 '가성비' 떨어질 때, 넷플릭스 투자는 어디로 갈까
[현장] 문화체육관광부, 한국콘텐츠진흥원 주최 OTT 진흥 포럼
제작사 측 "OTT 플랫폼, 제작사와 정당하게 이익 나누나"
플랫폼 측 "넷플릭스, 큰 자본력으로 제작사 권리 모두 가져가…플랫폼 다양해야"
K콘텐츠에서 '가성비'를 빼면 넷플릭스가 여전히 투자할까
[미디어오늘 정민경 기자]
코로나19가 끝나고 'OTT 위기'가 온다는 이야기들이 나온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29일 서울 광화문 CKL스테이지에서 주최한 '포스트코로나 이후 OTT와 K-콘텐츠의 발전 방안' 포럼에서는, 이른바 '코로나19 수혜주' OTT들이 코로나 후 어떻게 변화할지, 현재 OTT플랫폼과 제작사에게 필요한 대책은 무엇인지 논의했다.
임석봉 JTBC 미디어정책담당 실장은 코로나19로 인해 OTT들이 '수혜'를 입었다고 봤다. 2020년 글로벌 팬데믹때 넷플릭스는 2억 구독자를 돌파했다. 2019년 대비 3700만 유료 구독자가 증가한 것이다. 2021년 4분기 2억2185만명으로 넷플릭스의 구독자는 정점을 맞는다.
그러나 2022년 1분기부터 상황은 바로 달라진다. 러시아 전쟁으로 러시아 구독자가 70만 명 빠진 탓도 있지만 코로나 상황이 완화되고 사람들이 더는 방에서 OTT를 보는 것이 아닌, 야외활동을 즐기기 때문이다. 그 외 OTT플랫폼들의 치열한 경쟁 역시 넷플릭스 구독자 수를 줄였다고 임 실장은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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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디즈니+, HBO MAX, 파라마운트와 티빙, 웨이브, 왓챠, 쿠팡플레이 등 OTT는 넘쳐난다. 넘쳐나는 OTT들의 경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IP'(지식재산권)다.
이성민 한국방송통신대학교 교수는 “OTT시대는 IP다”라며 결국 OTT를 구독하게 하는 것은 어떤 콘텐츠, 즉 IP를 가지고 있느냐의 싸움이라고 정리했다. 이 교수는 IP라는 개념은 단순한 콘텐츠와는 다른 개념으로, 무한 확장의 가능성이 있다고 짚었다. 일명 '콘텐츠 프랜차이즈 전략'으로, 하나의 콘텐츠가 인기를 얻을 시 그 이야기를 세분화하고 다시 만들고, 시리즈로 만들고, 웹툰이나 웹소설, 영화 등 다른 콘텐츠 포맷으로 변형하는 등의 행위를 말한다. 결국 IP가 팬덤을 만들고, OTT들은 '새 콘텐츠'를 만드는 데 혈안이 되는 대신 IP를 잘 모으고 관리하는 일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진흥 포럼 후반부 종합토론에서는 고중석 에그이즈커밍 대표, 이민석 와이낫미디어 대표, 김탁훈 중앙대학교 교수 겸 탁툰엔터프라이즈 대표, 고창남 티빙 국장, 김요한 왓챠 이사가 OTT 사업을 직접 경험하며 겪은 어려움을 나눴다.
제작사 측 “OTT 플랫폼, 제작사와 정당하게 이익 나누나”
고중석 에그이즈커밍 대표는 “우리는 '슬기로운 의사생활'에 대한 IP 확장을 위해 공연 등을 생각했는데, 배우들의 소속사와의 협의 등 현실적 문제가 많았다”며 “굿즈 등을 만들려고 해도 초상권 확보를 위해 또 다른 투자를 해야한다”고 말했다. 이성민 교수의 말처럼 'IP 확보'는 너무나 중요하지만, 실질적 사업자로서 실행이 어렵다는 것. 에그이즈커밍은 나영석 PD와 신원호 PD, 이우정 작가 중심으로 콘텐츠를 만드는 제작사다.
콘텐츠를 만드는 제작사가 IP 확보가 어렵고, 특히 플랫폼에 납품할 때 저작권까지 주는 경우가 있기에 제작사들은 더욱 어려워진다는 의견도 나왔다. 김탁훈 중앙대 교수이자 탁툰엔터프라이즈 대표는 토론 시간에 직접 OTT 대표들에게 질문을 던졌다.
김 대표는 “영화는 대박이 나면 제작사와 투자자가 수익을 나눈다. 그런데 OTT 콘텐츠가 대박이 났을 때, 플랫폼은 제작사와 수익을 나누느냐?”고 물었다. 옆에 앉아있던 김요한 왓챠 이사는 “OTT마다 제작사와의 계약 조건이 다르고 콘텐츠마다 계약이 다르지만, 콘텐츠를 가져오면서부터 제작사에 분배하는 경우도 있고, 콘텐츠가 OTT에 입점된 후 구독자가 늘어나면 수익을 배분하는 때도 있다”고 답했다. 각 콘텐츠를 입점할 때마다 조건이 다르다는 것.
김 대표는 “김 이사가 말씀하신 대로 OTT플랫폼과 제작사가 이익을 배분하는 합리적인 경우도 있겠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도 많다”며 “예를 들어 '오징어 게임'이 큰 인기를 얻었을 때도 넷플릭스가 모든 수익을 가져가고 제작사는 더 이상의 이익을 얻지 못하는 문제가 대두됐다. 이러한 구조가 계속된다면 제작사들은 IP를 가진 사업 등이 어려워진다”고 지적했다.
[관련 기사: 세계 최고 흥행 '오징어게임' 넷플릭스 수익 논쟁 커지나]
김 대표는 “이러한 문제에 대한 콘텐츠진흥원이나 문화체육관광부의 역할이 필요하다”며 “제작사가 제작비 등을 얻기 위해 저작권 등을 플랫폼에 모두 줘야 하는 구조를 변화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 플랫폼 측
“넷플릭스, 자본력으로 제작사 권리 가져가…플랫폼 다양해야”
고창남 티빙 국장과 김요한 왓챠 이사는 플랫폼 사업자 입장을 설명했다. 고창남 티빙 국장은 “OTT플랫폼과 제작사와의 상생 부분에서 지적하신 대부분이 넷플릭스와 관련된 내용”이라며 “넷플릭스는 콘텐츠 제작을 하면서 거의 모든 권리를 함께 산다. 저작권과 관련된 IP를 넷플릭스가 갖는다. 물론 그만큼 많은 돈을 주는 건 사실”이라며 “앞으로 넷플릭스가 OTT시장을 지배했을 때, 넷플릭스의 이 같은 정책을 모든 플랫폼이 따라 할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결국 콘텐츠가 힘을 얻으려면 플랫폼이 많아야 한다”고 말했다.
결국 넷플릭스가 자본의 힘으로 콘텐츠 제작사에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도록 큰돈을 투자하고, 그 대신 저작권 등을 사간다는 주장이다. 이러한 기조가 계속될 경우 제작사와의 상생이 어려워진다는 것.
고창남 티빙 국장은 “OTT가 발전하고 콘텐츠와 상생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OTT가 있어야 한다. 관련된 진흥 정책들도 빠르게 지원됐으면 한다”며 “콘텐츠를 제작하는 발전 기금을 조성한다고 하지만 최근 콘텐츠 한편에 200억 규모가 들어가는 작품들도 많은데, 펀드가 400억 수준이라면 많이 부족하다. 1조 규모의 콘텐츠 펀드 등이 나와야 한다”고 전했다.
K콘텐츠에서 '가성비'를 빼면 넷플릭스가 여전히 투자할까
김요한 왓챠 이사 역시 “넷플릭스는 제작사들에 큰 돈을 주고 제작 투자를 하고 권리를 거의 모두 가져간다. 국내 OTT는 돈을 적게 주지만 저작권 협상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제작사들이 큰 돈을 주는 넷플릭스를 선호할 수밖에 없지만, 장기적으로는 IP를 챙기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도 있다는 것이다.
김 이사는 넷플릭스가 현재는 '가성비' 좋은 한국 콘텐츠에 큰 돈을 투자할 것이지만 이 '투자처'는 언제든 변화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요한 이사는 “물론 현재는 넷플릭스가 한국 콘텐츠에 큰 투자를 계속할 것이다. 예를 들어 할리우드의 작품들은 천억 이상의 작품비가 들어가는데 한국은 몇백억을 가지고 '오징어 게임'같은 콘텐츠를 만들어 낸다”며 “현재 제작비가 올라 500억, 600억이 되었다고 해도 넷플릭스에서 한국은 여전히 '가성비 좋은 콘텐츠'를 만드는 곳이다. 그러나 이것이 계속될 것이란 보장은 없다. 이후 베트남, 태국에서 '오징어게임'과 같이 터지는 콘텐츠가 나오고 더 가성비가 좋은 제작비로 이것들을 만들어낸다면 넷플릭스의 투자처는 바뀔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이사는 “현재는 넷플릭스가 한국에 큰 투자를 하지만 이후에는 투자액이 쪼그라들 수도 있다”며 “그렇다면 넷플릭스라는 한 회사의 정책 결정에 따라 한국 콘텐츠가 쪼그라들 수 있다”고 말했다. 결국 다양한 OTT가 있어야 넷플릭스의 '독주'를 막을 수 있고 제작사와의 상생도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강지은 문화체육관광부 방송영상광고과장은 “한국은 전반적인 제작 경쟁력이 높고 소위 '가성비'가 좋다. 이 때문에 많은 플랫폼이 아시아 진출의 중점으로 한국 콘텐츠 투자를 대폭 확대하고 있다”며 “지속해서 콘텐츠가 제작되는 환경을 만들고 IP로부가가치를 창출하는, 투자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하며 플랫폼과 제작사라는 이분법적인 시각을 넘어 함께 상생하는 구조로 가야한다”고 말했다.
강 과장은 “제작비 지원 펀드, 제작사와 IP 공유를 전제로 한 제작지원 사업, 추가적 사업을 위한 지원, 세제 지원 등 다양한 지원 정책을 검토하고 있으며 국회에 가있는 법안들도 조속하게 통과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송진 한국콘텐츠진흥원 본부장은 “전략적으로 콘텐츠 기획이나 IP 부분의 사업화에 집중 지원할 필요가 있다”며 “콘텐츠의 성과가 다시 콘텐츠 제작 생태계로 다시 유입될 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스위스에서 글로벌 OTT가 스위스에서 얻어 들이는 수익의 일부를 스위스의 제작 영상물을 구매하거나, 투자하도록 의무화하는 법안이 통과되었는데 시사하는 바가 크다”며 “IP 권리 등 저작권 정비가 우선으로 필요하며 추가 보상 청구권, 저작권의 포괄적 양도 금지, 재상영 분배금 도입과 같은 방안들을 논의하고 있다. 콘텐츠와 플랫폼 간에 저작권의 보유 방식 혹은 보유 기간 등을 합리적으로 설정하고 서로 상생할 수 있도록 구조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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