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와 시각>이재명과 검찰의 진검승부

김충남 기자 2022. 6. 30.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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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4월 30일 노무현 전 대통령이 소환된 이후 대검 중앙수사부는 긴박하게 돌아갔다.

노 전 대통령은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에게 금품을 받은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노 전 대통령이 임기 말 임명한 임채진 당시 검찰총장은 불구속 기소 의견과 함께 확실한 영장 발부를 위한 보강 수사 필요성을 피력했다.

검찰이 구속이든 불구속이든 신속하게 노 전 대통령을 기소해 재판에 넘겼다면 어떻게 됐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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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충남 사회부 부장

2009년 4월 30일 노무현 전 대통령이 소환된 이후 대검 중앙수사부는 긴박하게 돌아갔다. 노 전 대통령은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에게 금품을 받은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박 전 회장의 일관된 진술을 확보한 수사팀은 구속영장 청구 의지가 강했다. 노 전 대통령이 임기 말 임명한 임채진 당시 검찰총장은 불구속 기소 의견과 함께 확실한 영장 발부를 위한 보강 수사 필요성을 피력했다. 영장 청구에 대한 이견과 추가 증거 수집으로 시간을 끄는 사이 노 전 대통령은 5월 23일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당시 수사 상황을 지켜본 검찰 출신 변호사는 “전직 대통령 가족과 관련된 사건이고, 뇌물 공여자의 증언이 확실한 만큼 영장 청구 결단을 빨리 내렸어야 했다”고 말했다. 검찰이 구속이든 불구속이든 신속하게 노 전 대통령을 기소해 재판에 넘겼다면 어떻게 됐을까. 유무죄 여부로 수사의 정당성이 가려지고, 이후 벌어진 야당의 ‘정치 보복’ 프레임에 의한 진영 갈등 격화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집권 후 적폐 수사를 명분으로 이명박 전 대통령을 구속해 보복의 악순환 고리를 확대했다.

다시 보수 정권으로 바뀐 2022년 윤석열 정부에서 2009년 데자뷔 조짐이 뚜렷해지고 있다. 지난 28일 ‘윤 라인’ 특수통을 전면 배치한 검찰 간부 인사가 마무리되면서 사정 정국이 본격화할 태세다. 1차 타깃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향하고 있다. 지난해 서울중앙지검에서 벌인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수사는 이 의원이 수천억 원에 달하는 개발 이익을 민간회사에 몰아주는 최종 결정을 했는지, 대장동 일당의 배임 혐의 공범인지가 핵심이다. 이 의원은 변호사비 대납 의혹, 백현동 아파트 용도 변경 특혜 의혹, 성남FC 후원금 의혹도 받고 있다. 고소·고발로 시작된 사건들이 이미 강제 수사에 돌입한 만큼 이젠 칼을 거둬들일 수도 없다.

민주당의 검수완박 강행으로 충돌했던 여야는 하반기 국회 원(院) 구성 협상 등으로 가파른 대치 정국을 이어가고 있다. 대선 패배 후 검찰의 칼끝이 자신을 향하고 있음을 직감한 이 의원은 6·1 인천 계양을 보궐선거에 출마해 당선된 데 이어 오는 8월 말 민주당 대표 선거에도 나올 가능성이 매우 크다. 불체포 특권을 가진 이 의원이 당 대표가 되면 보복 수사 논리로 검찰과 야당 간 극한 대결 양상이 펼쳐질 것이다. 이 때문에 검찰은 더욱 신속하고 과감하게 움직여야 한다. 노 전 대통령 사건 이후 전설적인 특수통 심재륜 전 부산고검장이 후배들에게 권고한 ‘수사 십결(十訣)’에는 ‘칼을 찌르되 비틀지 마라’ ‘피의자를 굴복시키지 말고 승복시켜라’ ‘끈질긴 수사만이 능사가 아니다, 외통수는 금물’ 등이 있다. 환부만 싹 도려내는 ‘외과 수술형’ 수사 방식 조언을 새겨들을 필요가 있다. 명백한 직권남용과 배임, 이 의원 본인 및 측근의 금품 수수 등의 혐의가 드러난다면 빨리 기소하고, 혐의가 불분명하면 곧바로 무혐의 결론을 내야 한다. 대다수 국민은 권력형 비리 단죄에는 찬성하지만, 2009년과 같은 비극의 되풀이를 원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사정 정국으로 날을 세우기에는 미증유의 복합 경제위기와 외교·안보 현실이 너무나 엄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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