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사도세자·순조·헌종 태실 그린 '태봉도' 보물 된다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조선 후기 왕실 인물의 태실(胎室)을 묘사한 '태봉도'(胎封圖) 3건이 국가지정문화재 보물이 된다. 태실은 태아를 둘러싼 조직인 태를 항아리에 봉안한 뒤 조성한 시설이다.
문화재청은 '장조 태봉도', '순조 태봉도', '헌종 태봉도'와 '건칠보살좌상', '금동아미타여래삼존상 및 복장유물', '묘법연화경'을 보물로 지정 예고했다고 30일 밝혔다.
태봉도는 모두 한국학중앙연구원이 소장하고 있으며, 불상 2건은 국립중앙박물관에 있다. 묘법연화경은 경북 청도 도연사 소유물이다.
장조 태봉도는 1785년 정조 부친 사도세자(1735∼1762) 태실과 주변 풍경을 담은 작품이다. 장조는 사후 추존된 명칭이다.
장조 태실은 경북 예천 명봉사 뒤쪽에 마련됐다. 1785년 사도세자로 추존되면서 난간석과 비석이 추가로 설치됐다.
그림을 보면 장조 태실은 첩첩한 산에 둘러싸여 있다. 중앙부에 명봉사와 문종 태실이 있고, 위쪽에 장조 태실인 '경모궁 태실'이 배치됐다. 이중으로 된 연꽃 형태 지붕돌, 팔각형 난간석, 거북 받침이 있는 비석이 확인된다.
활짝 펼친 듯한 구도, 줄지어 표현한 삼각형 모양 산, 짙은 먹으로 거칠게 그린 봉우리, 지명 표기 등이 특징으로 꼽힌다.
순조 태봉도는 조선 제23대 임금 순조(1790∼1834) 태실을 화폭에 담았다. 순조 태실은 충북 보은에 조성됐다. 순조가 즉위한 뒤인 1806년 난간석 등이 추가됐다.
산세를 'S'자 형태로 표현한 뒤 오른쪽 상단에 태실을 그렸다. 태실은 둥근 봉우리 위에 있으며, 시설물이 돋보이도록 주변에 별다른 사물을 그리지 않았다. 왼쪽 하단에는 속리산 법주사가 있다.
붉은 선으로 도로를 뚜렷하게 표시했고, 반복된 붓질로 무성한 나뭇잎을 나타내 지도와 산수화 성격이 혼합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헌종(1827∼1849)은 순조의 뒤를 이어 왕위에 올랐다. 헌종 태실은 충남 예산에 들어섰고, 1847년 난간석과 비석이 더해졌다.
헌종 태봉도는 태실 아래쪽에 빽빽한 나무숲을 그리고, 위쪽은 여백을 남겼다. 태실에는 연꽃 형태 지붕돌, 난간석, 비석이 있다.
사도세자·순조 태봉도와 비교하면 전경(前景), 중경(中景), 후경(後景) 등 거리에 따라 구성을 달리하는 전형적인 산수화 구도를 띠고 있다. 전경에는 마을, 중경에는 태실, 후경에는 산이 각각 배치됐다.
능숙한 필치와 부드러운 먹색 덕분에 현실감과 입체감이 두드러지는 편이다. 안개 낀 모습을 효과적으로 묘사해 신비로운 느낌도 든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태봉도는 삼국시대부터 이어진 장태(藏胎·태를 묻음) 문화와 의례를 보여주는 자료"라며 "태봉도가 많지 않다는 점에서 역사성과 희소성이 있고, 작품의 제작 동기와 시기도 명확해 가치가 있다"고 전했다.
건칠보살좌상은 고려 후기 혹은 조선 초기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불상이다. 건칠불은 흙으로 상(像)을 빚은 뒤 그 위에 천을 여러 겹 바르고 옻칠해 만든다.
현존하는 국내 건칠불은 나말여초(羅末麗初) 시기의 '봉화 청량사 건칠약사여래좌상'을 비롯해 20여 점에 불과하다고 알려졌다.
보물로 지정 예고된 건칠보살좌상은 높이가 124.5㎝이며, 화려한 보관을 쓰고 있다. 안정된 비례감과 중후한 신체 표현, 석영 재질 눈동자 등이 특징이다.
금동아미타여래삼존상 및 복장유물은 고려시대 후기인 1333년 조성됐다. 본존인 아미타여래를 중심으로 관음보살과 대세지보살이 있다.
불상 제작을 위해 시주한 인물은 장현과 그의 처 선씨, 김진, 이겸 등이다. 김진과 이겸은 고위 관직을 지낸 인물이다.
묘법연화경은 안심사에서 1405년에 만든 불교 경판을 활용해 후대에 찍은 책이다. 7권 2책으로 구성된 완질로, 시주자와 간행 정보도 확인된다.
문화재청은 예고 기간 30일 동안 각계 의견을 수렴한 뒤 문화재위원회 심의를 거쳐 문화재 6건의 보물 지정 여부를 정한다.
psh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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