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외교 시동건 尹대통령..한미일 공조·고강도 제재로 압박
文정부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전면 백지화 수순
중·러 반발 속 北 변화 미지수..'신냉전' 전선 한가운데로
(서울=연합뉴스) 한지훈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북핵 외교에 시동을 걸면서 새 정부의 대북 정책 기조도 한층 더 뚜렷하게 드러났다.
북한의 7차 핵실험이 임박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자유와 인권의 보편적 가치를 중시하는 우방국과의 확고한 안보 협력을 통해 대북 압박 수위를 높여가겠다는 것이 골자다.
윤 대통령은 이번 나토 정상회의 기간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처음 대면해 한일관계 개선에 공감대를 형성하고, 4년 9개월 만에 열린 한미일 정상회담을 통해 삼각공조를 복원했다. 이어진 나토 회원국·파트너국 정상회의에서는 한반도 평화를 위한 새 안보 전략에 지지를 호소했다.
윤 대통령은 29일(현지시간)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기자들과 만나 "북핵이 고도화될수록 안보 협력도 점점 더 강화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나토 회원국·파트너국 정상회의 연설을 통해 "북한의 무모한 핵·미사일 개발 의지보다 국제 사회의 북한 비핵화 의지가 더 강하다는 것을 분명하게 보여줘야 한다"고 역설했다.
여기에는 "자유는 오직 힘으로 지켜진다는 평소 철학에 따라 확고한 안보 태세를 기반으로 가치와 뜻을 같이하는 국가끼리 힘을 모으자는 취지"가 담겼다고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이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같은 날 열린 한미일 정상회담에서도 "북한 핵·미사일이 고도화되고 국제 정세의 불안정이 커진 상황에서 한미일 협력의 중요성이 더욱 커졌다"고 말했다.
전임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전면 백지화하는 수순으로 보인다.
앞서 북한의 6차 핵실험 직후인 지난 2017년 9월 열린 한미일 정상회담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은 "대화를 통한 평화"를 강조한 바 있다.
이런 가운데 강력한 대북 제재 필요성도 거론됐다.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기자들에게 "(한미일 정상이)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에 필요한 재원을 북한이 조달할 수 없도록 하는 방안을 비롯해 경제적 압박 차원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논의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대통령실 관계자는 브리핑에서 "북한의 인물, 기관에 대한 제재를 확대하겠다는 플랜은 이미 준비된 것 같다"며 한미간에 협의가 이뤄진 상태라고 언급했다.
다만 이번 한미일 정상회담에 제재 문제가 직접적 의제로 오르지는 않았다고 대통령실 관계자가 전했다.
윤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대북 강경 메시지를 일관되게 발신해왔다.
북한에 굴종적인 태도로는 북핵 문제를 해결할 수 없으며, 북한의 도발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대처하겠다는 입장을 일찍부터 분명히 한 것이다.
지난달 취임사에서 "일시적으로 전쟁을 회피하는 취약한 평화"를 비판하고, 한미정상회담 후 공동성명에서 확장 억제 수단의 하나로 핵을 포함하는 초강수를 둔 것도 그 연장선이었다. 6·25 전쟁 72주년에도 "평화는 굴복해서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강력한 힘으로 지키는 것"이라며 '힘을 통한 평화'를 강조했다.
다만, 나토 회원국과 파트너국의 광범위한 지지, 한미일의 삼각공조, 국제 사회의 고강도 제재 등을 통해 북한의 변화를 견인하겠다는 윤 대통령의 구상은 당장 중국과 러시아의 반발에 부딪힐 가능성이 있다.
이번 나토 회의에서 중국을 '구조적 도전'으로 규정하고, 러시아를 파트너가 아닌 '가장 크고 직접적인 위협'이라 겨냥하면서 '신냉전' 전선이 뚜렷해졌다.
대중 수출 의존도를 고려, 중국의 경제 보복을 우려하는 시각도 없지 않다. 북중 밀착에 따른 역내 안보 전략의 대폭 수정이 요구될 수도 있다.
최상목 경제수석은 전날 브리핑에서 "중국을 통한 수출 호황의 시대가 끝나가고 있다"고 말했다가 이날 "글로벌 교역 환경의 구조적인 변화에 미리 준비하자는 취지"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hanj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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