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류세 인하폭 37%까지 확대·가공식료품 부가세 면제..尹정부, 민생안정 총력전

세종=전준범 기자 2022. 6. 30.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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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반기부터 이렇게 달라집니다]
유류세 인하 폭 30%서 37%로 7%p 확대
면세농산물 매입세액공제 한도 10%p 상향
단순가공식료품·수입품 부가가치세 면제
승용차 개별소비세 인하 기간 6개월 연장

상반기 내내 이어진 에너지·원자재 가격 급등의 여파로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를 돌파했고, 소비 심리는 크게 꺾였다. 고물가에 따른 서민 부담이 날로 심화하자 정부는 민생안정 총력전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기로 했다. 다음 달부터 유류세 인하 폭이 법적으로 허용된 최대한도인 37%까지 확대되고, 음식점 등을 운영하는 개인사업자가 받는 면세농산물 의제매입세액공제 한도는 10%포인트(p) 상향된다. 개별 포장된 김치와 수입 커피 원두에 붙는 부가가치세도 면제된다. 승용차 개별소비세 인하 기간은 6개월 연장된다.

정부는 30일 이런 내용이 담긴 ‘2022년 하반기부터 이렇게 달라집니다’ 책자를 발간했다. 정부는 1997년부터 매년 2회(1·7월) 정부기관의 달라지는 주요 법·제도 등을 묶어 지자체·공공기관·도서관 등에 비치하고 있다. 이 책자에는 37개 정부기관(부·처·청·위원회)에서 취합한 157건의 정책이 분야·시기·기관별로 구성돼 있다.

서울의 한 주유소에 유가 정보가 표시돼 있다. / 연합뉴스

◇ 유류세 인하 폭 30→37% 확대

우선 정부는 7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6개월간 휘발유·경유·LPG부탄에 대한 유류세 인하 폭을 기존 30%에서 7%p 증가한 37%로 확대한다. 정부는 “고유가 상황 지속에 따른 서민·자영업자의 유류비 부담을 완화하고 물가 안정화에 기여하고자 유류세 인하 폭을 대통령령으로 가능한 최대 폭까지 확대했다”고 설명했다.

이 조치로 기존 30% 인하와 비교해 휘발유는 리터(ℓ)당 57원(247원→304원), 경유는 38원(174원→212원), LPG는 12원(61원→73원)의 추가 인하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달 19일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비상경제장관회의에 참석해 “유류세 인하 폭을 최대한도까지 확대해 석유류 판매가격 인하를 유도하겠다”고 했다.

정부는 유류세 인하 효과가 소비자에게 제대로 전달되는지 파악하기 위해 산업통상자원부와 공정거래위원회를 중심으로 합동점검반을 구성해 주유업계 현장점검을 강화할 방침이다. 점검반은 유류세 인하분이 정유사 공급가격과 주유소 판매가격에 온전히 반영되는지, 업계가 유가 상승 분위기에 편승해 가격을 부당하게 올리지 않는지 등을 확인한다는 계획이다.

시민들이 서울의 한 식당가를 걷고 있다. / 연합뉴스

◇ 수입 커피·코코아 원두 부가가치세 면제

유류세 인하 확대와 더불어 정부는 치솟는 생활·밥상물가에 대응하고자 2023년 12월 31일까지 적용되는 면세농산물 의제매입세액공제 한도를 10%p 상향하기로 했다. 현재 연 매출 2억원 이하 음식점을 운영하는 개인사업자는 매입세액 계산 시 매출액의 65%까지 매입액을 인정받는다. 7월부터는 10%p 상향된 75%까지 매입액을 인정받을 수 있다.

정부는 이 조치로 세액공제액이 15%가량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예컨대 매출액 2억원, 농산물구입비 1억5000만원인 개인사업자의 세액공제액은 기존 대비 166만원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식품제조·외식업계의 재료비 부담을 낮춰 생활물가 상승을 억제하겠다는 게 정부 의도다.

또 정부는 올해 7월부터 2023년 말까지 플라스틱이나 알루미늄 파우치 등으로 개별 포장돼 판매되는 김치·간장·단무지 등에 붙는 부가가치세를 면제하기로 했다. 커피·코코아 원두도 내년 말까지 부가가치세 없이 수입할 수 있도록 했다. 이들 품목은 그간 모두 과세 대상이었다. 가령 커피 원두 1000달러를 수입할 때 환율(1250원 기준)과 부가가치세 1.1%를 적용하면 지금까진 137만5000원이 필요했지만, 7월부터는 세금 부담이 125만원으로 낮아지는 셈이다.

운전자 납세 부담을 낮추려는 조치로는 승용차에 대한 개별소비세 인하 기간이 올해 6월 30일에서 12월 31일까지로 6개월 연장된다. 연내 제조장에서 출고되거나 수입 신고된 승용차에는 법정 개별소비세율에서 30% 인하(5→3.5%)된 탄력세율이 적용된다. 정부는 “소비자의 납세 부담 경감과 자동차 판매 확대 등 내수 진작을 통해 경기 활성화를 유도할 것”이라고 했다.

시민들이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고 있다. / 연합뉴스

◇ 기대인플레이션 4% 육박…소비심리는 ‘뚝’

정부가 민생안정 총력 대응에 나선 건 고물가·고환율·고금리 등 3고 악재와 경기 둔화의 그림자가 우리나라를 위협하고 있어서다. 29일 서울외환시장에서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5.6원 오른 1299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1292.4원으로 출발한 환율은 장중 상승 폭을 확대하면서 1300원에 근접한 수준까지 치솟았다.

같은 날 한국은행이 발표한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6월 기대인플레이션율은 전월 대비 0.6%p 오른 3.9%로 집계됐다. 이는 2012년 4월(3.9%) 이후 10년 2개월 만에 최고치다. 상승 폭 역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황희진 한국은행 경제통계국 통계조사팀장은 “기대인플레이션은 최근 물가 흐름을 반영한다”며 “유가와 국제식량가격 상승, 공급망 차질 등 해외 요인이 큰 영향을 미쳤고 외식비를 포함해 생활과 밀접한 체감물가가 높은 점도 기대인플레이션을 끌어올리는 데 기인했다”고 설명했다.

기대인플레이션은 자기 예언적인 특성이 있어 중앙은행과 정책 당국이 예의주시하는 물가지표다. 근로자가 앞으로 물가 상승을 예상하면 기업에 임금 인상을 요구하고, 기업은 비용 인상분을 제품 가격에 반영하면서 실제 물가도 상승 압력을 받게 된다. 이른바 ‘임금발 물가 상승(wage push inflation)’인데, 물가가 계속 오를 것이란 전망이 인플레이션을 부추기는 셈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소비자심리는 크게 꺾였다. 한국은행이 집계한 6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전월 대비 6.2p 내린 96.4로 나타났다. CCSI가 100 아래로 떨어진 것은 코로나19 확산세가 한창이던 지난해 2월 이후 처음이다. CCSI는 기준값을 100으로 두고 이보다 높으면 낙관적, 낮으면 비관적으로 해석한다. 이달 들어 경제 상황을 비관적으로 보는 소비자가 늘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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