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부자들에겐 기회".. 경매 한파 속 강남선 '고가 낙찰' 잇따라
아파트 경매시장에서 강남권 매물이 고가에 낙찰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아파트 경매시장 관련 지표들이 전체적으로 하향세를 보이는 것과 대조적이다. 전문가들은 ‘현금부자’들에게 경매가 여전히 규제를 피하면서 시세 대비 저렴한 가격에 아파트를 매매할 수 있는 기회라고 인식된 결과라고 평가한다.
30일 법원경매 전문기업 지지옥션에 따르면, 이번 달 서울 아파트 경매 평균 낙찰가율은 111.0%로 집계됐다. 96.4%까지 떨어졌던 지난 달과 비교해 약 15%포인트(P) 상승했다. 매각가율도 5월 36.2%에서 이번 달 56.1%로 상승했다.
그러나 높아진 서울 아파트 경매 낙찰가율은 일종의 착시효과다. 강남권(강남·서초·송파) 매물들이 감정가 대비 높은 가격에 낙찰되면서 전체 낙찰가율을 끌어올렸기 때문이다. 강남권 매물들을 제외하면 이번 달 서울 아파트 평균 경매 낙찰가율은 98.4%까지 떨어진다. 지난 달과 큰 차이가 없다.
구체적으로는 지난 2일 서초구 반포자이 전용면적 244.6㎡가 감정가(48억7600만원)보다 20억원 이상 높은 69억11만원에 낙찰됐다. 15명이 경쟁한 이 매물의 낙찰가율은 141.5%에 달한다. 그런데도 이 매물과 평수가 비슷한 244.5㎡가 지난 3월 75억원에 매매된 것과 비교하면 시세 대비 저렴한 가격에 낙찰된 셈이다.
다른 아파트의 경매 결과도 비슷하다. 서초구 신반포 아파트 전용 137.1㎡의 낙찰가율은 140%로 집계됐다. 현재 호가가 최대 43억원에 형성돼 있는 신반포 전용 137.1㎡는 지난 23일 41억1488만원에 낙찰됐다. 이 매물의 감정가는 낙찰가보다 10억원 이상 낮은 29억2000만원이었다.
강남구 일원동 수서아파트 전용 59.9㎡도 지난 2일 감정가(12억7000만원)를 2억원 가량 웃도는 14억2550만원에 낙찰됐다. 5명이 이 매물 낙찰을 위해 경쟁하면서 낙찰가율을 112.2%까지 끌어올렸다. 이 단지 역시 현재 호가인 15억4000만~16억5000만원보다 낮은 가격에 낙찰됐다.
강남권 경매 매물들이 감정가 보다 높은 가격에 낙찰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우선, 이번 달에 강남에서 낙찰된 매물 대다수의 감정가가 기존 시세보다 턱없이 낮았다. 반포자이의 경우 직전 실거래가보다 감정가가 26억원 이상 저렴했다. 경쟁을 통해 낙찰가가 높아진다 해도 매매 시장에서 거래되는 가격보다 낮은 것이다.
경매 물건이 ‘규제 사각지대’에 있는 점도 영향을 줬다. 주택 경매는 매매와 달리 자금조달계획서 제출 의무가 없다. 더구나 강남권 일대는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돼 있는데, 토지거래허가구역내 허가를 받을 의무도 없다. 다만, 낙찰가가 대출 가능금액인 15억원을 넘어 사실상 ‘현금 부자’들만 접근 가능하다.
같은 기간 서울 아파트 경매 지표는 다소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서울 아파트 낙찰가율은 지난해 상반기부터 7개월 동안 낙찰가율이 110%를 웃돌며 5차례나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지만 지난해 11월부터 하락세가 이어졌다. 지난 2월 들어서는 낙찰가율이 1년 만에 90%대로 떨어졌다.
비(非) 강남권에서는 유찰 끝에 감정가 보다 낮은 가격에 낙찰되는 사례를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지난 15일 낙찰가 72.8%에 낙찰된 강서구 화곡동 삼익아파트 전용 37.1㎡가 대표적이다. 이 매물의 감정가는 2억900만원이었지만, 두 차례 유찰을 겪은 끝에 낙찰가가 1억5225만원까지 낮아졌다.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작년 말부터 경매 시장이 활기를 잊었지만, 강남권 매물을 찾는 발길은 꾸준하다”면서 “사실상 대출을 받을 수 없는 매물들이지만, 매매시장보다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고 자금조달계획서,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허가 등의 의무가 없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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