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家 '바이오 주권' 35년 집념..K-바이오 시대 열었다
코로나 백신 '스카이코비원' 개발..SK, 바이오에 5년간 6조 투자 계획
(서울=뉴스1) 구교운 기자 = "바이오 주권을 확보해 사업보국을 하겠다."
SK그룹이 'K-바이오' 역사를 쓰게 된 바탕에는 고(故) 최종현 SK 선대회장와 최태원 회장의 35년 집념이 있었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SK그룹은 1999년 국내 최초로 신약을 개발한 데 이어 2022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스카이코비원멀티주'를 개발하며 코로나19 백신 국산화에 성공했다. 대한민국 제약사의 첫 페이지를 쓴 데 이어 또 하나의 K-바이오 역사를 만들었다는 평가다.
최 선대회장은 1980년대 SK그룹 바이오 사업의 '씨앗'을 뿌렸다.
SK는 1980년대 주력사업인 섬유산업을 대체할 성장동력으로 바이오를 택했다. 당시 제약업계는 다국적 기업의 신약을 수입해 단순 가공·포장하거나 복제 판매하는 수준이었다.
최 선대회장은 1987년 선경인더스트리 산하에 생명과학연구소(당시 연구실)를 설립했다. 연구소는 1999년 3세대 백금착제 항암제인 '선플라'를 개발했다. 선플라는 국내 최초이자 세계 최초 신약으로 한국 근대의약이 시작된 지 100년여 만에 한국을 신약 주권을 가진 국가로 만들었다.
이 생명과학연구소는 바이오와 백신, 제제 분야로 특화된 SK케미칼, SK바이오사이언스, SK플라즈마의 모태가 됐다.
최태원 SK 회장과 사촌동생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은 최 선대회장이 틔운 K-바이오의 씨앗을 키워나갔다.
SK는 2001년 국내 1호 천연물 신약 ‘조인스’(관절염 치료제), 2007년 신약 '엠빅스'(발기부전 치료제)를 개발하면서 국내 35개 합성신약 중 2개를 보유하게 됐다.
최창원 부회장은 SK의 백신 기술 개발을 이끌었다. 그는 2006년 SK케미칼 대표이사를 맡은 뒤 프리미엄 백신개발을 위한 스카이박스(SKYVAX) 프로젝트를 추진했고, 경북 안동에 백신공장을 설립해 백신 연구를 주도했다. 그 결과 2016년 세계 최초로 세포를 배양해 4가지 바이러스를 예방하는 독감백신(스카이셀플루)을 개발해 냈다.
최 부회장은 2018년 SK바이오사이언스를 설립하고 백신 노하우를 고도화했다. 빌&멜린다게이츠 재단이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360만달러의 연구비를 지원한 것도 SK바이오사이언스의 기술력을 감안한 결정이었다.
최태원 회장은 신약 개발에 주력했다. 최 회장은 SK바이오팜을 설립해 2019년 수면장애 신약 '수노사'와 뇌전증신약 '엑스코프리' 등 신약 2개를 개발해 미 FDA 승인을 받아냈다. 국내 기업 중 신약후보 물질 발굴과 임상, 미 FDA 승인, 마케팅 등을 독자적으로 수행한 신약을 보유한 기업은 SK가 유일하다.
최 회장과 최 부회장은 SK 성장을 이끌 동력원으로 바이오 사업을 키워가고 있다.
SK는 SK바이오팜, SK바이오사이언스, SK플라즈마, SK팜테코 등을 설립했다. 이들 4개 기업 매출은 2019년 9532억원에서 2021년 2조4022억원으로 증가하면서 반도체와 배터리에 이어 SK의 성장 버팀목이 됐다.
최 회장은 또 SK의 바이오 사업을 글로벌로 확장하면서 'K-바이오' 위상을 강화하고 있다. 최 회장은 2017년 글로벌 제약사 BMS의 아일랜드 생산시설(CMO)과 2018년 미국의 위탁개발∙생산업체(CDMO) 앰팩(AMPAC)을 인수했다.
세종시 공장을 포함하면 한국과 미국, 유럽에 바이오 생산기지를 갖췄다. 해외 생산시설을 통합관리하고 신약의 글로벌 마케팅을 담당할 SK팜테코를 미국 캘리포니아에 설립하면서 미국 시장도 공략하고 있다.
최 회장은 지난해 프랑스 세포·유전자치료제 기업 이포스케시를 인수했고 지난 1월에는 미국 세포·유전자치료제 기업 CBM에 투자해 세포·유전자치료제 생산까지 외형을 확장했다.
또 SK는 인공지능을 활용, 단백질을 분해해 신약을 개발한 로이반트 사이언스에 투자하고 중국에 중추신경계 제약사인 이그니스를 설립하면서 해외시장 진출을 본격화하고 있다.
SK는 바이오 관련 분야에 향후 5년 간 최소 6조원 이상 투자하며 K-바이오 역사를 쓴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SK 관계자는 "SK의 바이오 역사는 최종현 선대회장과 최태원 회장, 바이오 연구진들이 리스크를 두려워하지 않고 새로운 도전을 거듭하면서 이뤄낸 성과"라며 "과감한 투자와 연구를 지속해 ‘K-바이오’의 또 다른 신화를 만들어 내겠다"고 말했다.
kukoo@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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