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둘레길 157km 완주..함께 걸으며 우정 쌓고 스트레스 풀고

기자 입력 2022. 6. 30. 09:30 수정 2022. 6. 30.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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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

서울 둘레길을 돌면서 이 말을 새삼 떠올렸다.

혼자서는 엄두도 못 낼 일이었지만, 친구들과 어울려 같이 가다 보니 둘레길 157㎞도 그리 어렵지 않게 완주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술자리에서 둘레길을 한번 완주해보자는 한 친구의 말에 쉽게 동의할 때만 해도 그게 현실이 될 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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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23일 서울 구파발 은평성모병원 뒤편에 있는 스탬프 앞에서 찍은 모습. 왼쪽부터 필자, 이승신, 강충식, 홍용표. 필자 제공

■ 사랑합니다 - 초등학교 친구들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

서울 둘레길을 돌면서 이 말을 새삼 떠올렸다. 혼자서는 엄두도 못 낼 일이었지만, 친구들과 어울려 같이 가다 보니 둘레길 157㎞도 그리 어렵지 않게 완주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초등학교 동창인 친구들과 필자는 지난해 가을 둘레길 등정에 나서게 됐다. 술자리에서 둘레길을 한번 완주해보자는 한 친구의 말에 쉽게 동의할 때만 해도 그게 현실이 될 줄 몰랐다. 웬걸 그 친구에게서 다음 날 카톡으로 날아온 둘레길 상세 계획을 담은 엑셀 파일을 보고는 한번 가보자는 마음이 들었다.

그렇게 시작한 둘레길은 우리 친구들에게 뜻밖의 즐거움을 선사했다. 우정을 돈독히 하고 건강을 다지자며 출발한 여정은, 이내 주말이 기다려지는 행사가 됐다. 사정이 있어 한 주라도 건너뛰게 되면 뭔가 허전하고 나사가 하나 빠진 기분이 들었다.

어느덧 둘레길 완주는 당연한 목표가 됐다. 둘레길을 둘레둘레 다니며 두런두런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 보면 지난 한 주의 스트레스가 봄바람에 눈 녹듯이 사라지고, 뒤풀이 자리에서 막걸리 한잔으로 서로의 뜨거운 마음을 느끼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차수를 늘리게 된다.

둘레길을 돌다 보면 빠질 수 없는 재미가 스탬프 찍기가 아닌가 싶다. 대부분 사람이 한두 번 찍다 말거나 아예 시도조차 하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처음에 별생각 없이 찍다가 하나둘 스탬프 북에 늘어가는 도장을 보는 게 즐거움이 됐다. 어쩌다 짧은 코스에서 스탬프를 여러 번 찍으면 횡재를 한 느낌이 들 정도였다.

마침내 둘레길 완주 마지막 날 구파발 은평성모병원 입구에서 마지막 스탬프를 찍는 순간엔 세상 모든 것을 다 가진 사람처럼 둥실둥실 어깨춤이 절로 나왔고, 주위 등산객들도 진심으로 축하해줘 어깨가 으쓱하기도 했다.

둘레길을 돌며 서울을 재발견하는 기쁨도 누렸다. 평생을 서울에서 살아도 학교, 회사와 집으로 다람쥐 쳇바퀴 돌 듯 살다 보니 다니던 지역이 한정됐는데, 둘레길을 돌며 서울 변두리를 다녀보니 처음 가본 곳도 많고 그동안 발전한 곳도 많았다. 미처 알지 못하는 사이에 서울이 선진국 대도시처럼 매우 잘 정비돼 참 아름다운 곳이라는 생각을 새삼 하게 됐고 사랑하게 됐다.

서울 둘레길 157㎞ 8개 코스를 완주하면 서울시에서 기념 배지, 완주 증서, 배낭에 달 수 있는 푸른 리본을 준다. 친절하게 우리 일행을 맞아주고 축하해준 둘레길 안내센터 직원분에게도 감사 인사를 뒤늦게 전한다. 작은 기념품이기는 하지만, 그간의 노력에 대한 보상이라 생각하니 의미가 남다른 것 같다. 은근히 나 스스로에 대한 믿음도 다시 확인하게 됐다.

내년이면 필자를 포함한 친구들이 정년퇴직하게 되는데, 둘레길을 완주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해서 60년 인생에 방점을 찍는 의미로 ‘제주도 한 달 살기’를 할까 생각 중이다. 물론 올레길 완주도 포함된다. 둘레길 같이 돈 친구들 모두 애썼고, 고맙고, 사랑하네.

전성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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