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나토서 "국제사회 비핵화의지, 북핵의지보다 강해야" 강조
"北핵·미사일, 국제사회 중대도전"
7차 핵실험 시 한미공조로 제재할 듯
尹 "한미일, 북핵 위기 협력 공감대"
경색된 한일 관계 개선 의지도 천명
윤석열 대통령은 29일(현지시간) "북한을 비핵화의 길로 끌어내기 위해서는 무모한 핵·미사일 개발 의지보다 국제사회의 비핵화 의지가 더 강하다는 것을 분명하게 보여줘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동맹국·파트너국 정상회의’에서 이같이 연설했다고 대통령실 관계자가 브리핑에서 전했다. 한국 정상이 나토 외교 무대에서 연설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며, 이날 연설은 약 3~4분 간 이뤄졌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에 이어 7번째로 연단에 오른 윤 대통령은 "북한의 핵·미사일 프로그램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명백히 위반한 것"이라며 "한반도와 국제사회 평화안보에 중대한 도전"이라고도 지적했다. 윤 대통령은 이번 연설에서 나토의 이른바 ‘신전략개념’을 언급하며 인도·태평양 지역의 안보 문제를 거론하기도 했다. 그는 "오늘날 국제사회는 단일국가로서는 해결할 수 없는 복합적인 안보위협에 직면해 있다"며 "신전략개념이 반영된 인도·태평양 지역에 대한 나토 차원의 관심도 이러한 문제의식 잘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에 윤 대통령은 "대한민국과 나토는 지난 2006년 글로벌 파트너 관계를 수립한 이래로 정치·군사 분야의 안보 협력을 발전시켜왔다"며 "이제 대한민국이 역량을 갖춘 국가로서 더 큰 역할과 책임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특히 경제안보와 사이버안보 등을 거론하며 "나토 동맹국과 긴밀한 협력을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또 윤 대통령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를 시사하듯 "새로운 경쟁과 갈등 구도가 형성되는 가운데 우리가 지켜온 보편적 가치가 부정되는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며 "자유와 평화는 국제사회와의 연대에 의해 보장된다. 한국과 나토의 협력관계가 이런 연대의 초석이 되기를 기대한다"는 말로 연설을 마무리했다.
윤 대통령이 유럽을 기반으로 한 국제적 안보 공동체인 나토에서 북핵·미사일 문제를 거론함에 따라 정부는 각종 군사 도발을 지속하고 있는 북한에 대해 한미 공조를 통해 압박 기조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저녁 마드리드 프레스센터에서 진행한 브리핑에서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한미일 정상회담에서) 새로운 형태의 대북 제재 방안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고 예고했는데 논의됐느냐’는 물음에 "오늘 (정상회담에서) 논의되지는 않았다"면서도 "그러나 그중 하나는 ‘북한 인물과 기관에 대한 제재를 확대하겠다’는 플랜이 준비돼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또 "나머지 추가 제재는 군사 사항도 많고 여러 가지 보안 사항이라 한미 간에 협의는 해놓았지만, 지금은 말씀드리기 곤란하다"고 덧붙였다.
앞서 설리번 보좌관은 지난 28일 기자간담회에서 재닛 앨런 미 재무부 장관의 내달 방한시 추가 대북 제재에 대해 논의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북한이 (제재에 대응해) 지속적으로 수익을 얻는 방법 측면에서 적응해왔기 때문에 우리도 지난 18개월간 새 제재 대상을 계속해서 찾고 있다"고 답한 바 있다. 그는 또 "조 바이든 대통령은 윤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함께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에 필요한 재원을 북한이 조달할 수 없도록 하는 방안을 비롯해 경제적 압박 차원에서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논의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대북 압박 기조를 위해 일본과의 관계 개선에도 나서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 등 한·일 정상은 이번 나토 정상회의에서 양자 회담은 갖지 않았지만, 연이틀 5차례 대면했다. 두 정상은 이번 정상회의 환영 갈라 만찬, AP4(한국·일본·호주·뉴질랜드) 정상회담, 한미일 정상회담, 나토 동맹국·회원국 정상회의를 통해 4차례 대면하고 AP4 및 나토 사무총장 기념촬영도 함께 했다.
특히 윤 대통령은 이날 나토 정상회의 참석에 앞서 도어스테핑(약식회견)에서 기시다 총리에 대해 "한일 현안을 풀어가고 양국 미래의 공동 이익을 위해 양국 관계를 발전시킬 수 있는 그런 파트너가 될 수 있다고 저는 확신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4년 9개월만에 성사된 ‘한미일 3개국 정상회담’에 대해선 "오늘이 아니라도 한미일 간에는 북핵 위기와 관련해 안보협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다"며 "안보협력은 북핵이 고도화될수록 점점 더 강화되는 것으로 귀결된다"고 말했다. 기시다 총리도 전날 스페인 국왕 펠리페 6세가 주최한 만찬에서 윤 대통령과 만나 "윤 대통령이 한일관계를 위해 노력해주는 것을 알고 있다"며 "한일 관계가 더 건강한 관계로 발전할 수 있도록 노력하자"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박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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