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리드 최강자 도요타, 최근 출시한 전기차로 망신살

도쿄/성호철 특파원 2022. 6. 30. 07:16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도요타의 신형 전기차 bZ4X. /출처 Toyota Motor Corp. via AP.<저작권자 ⓒ 1980-2022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도요타자동차가 일본 전기차 시장에서 예상외로 고전하고 있다. 주력 전기차인 신형 EV ‘bZ4x’가 거의 팔리지 않고 있는 것이다. 경쟁자인 닛산과 같은날 신형 전기차를 내놨는데 밀리는 형국이다. 당초 자동차업계에서는 하이브리드 차량의 압도적 강자인 도요타가 본격적인 신형 전기차를 내놓으면, 당장 전기차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낼 것으로 봤다. 막상 자국에서도 고전하는 모양새다. 세계 1위 자동차회사 도요타의 명성에 금이 가기 시작한 것이다.

30일 일본 잡지인 도요게이자이 온라인판에 따르면, 도요타의 신형 전기차인 ‘bZ4x’는 6월 중순까지 주문 대수가 약 1700대에 불과했다. 그나마 상당수가 법인용으로 추정된다. 개인에게는 직접 판매 방식이 아닌, 중간에 킨코라는 회사를 둔 채로 월정액제로 팔고 있긴 하지만, 개인 소비자들의 반응이 예상에 훨씬 못 미치는 것이다. 도요타는 지난 5월 12일 신형 EV ‘bZ4X’를 일본에서 출시했다. 목표치는 올해 5000대다. 너무 많은 수요가 몰려도 생산이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에 조용한 출발을 상정했다. 심지어 첫 주문은 3000대만 받기로 했다. 이후 가을 쯤에 추가로 2000대를 받을 예정이었다. 고객의 양해를 위해 처음부터 판매 가능한 수치를 공개한 것이다. 단숨에 주문 완료가 될 줄 알았기 때문이다.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시장의 반응은 딴판이었다. 도요게이자이는 판매 현장의 관계자 발언을 인용, “개인의 주문은 법인의 70% 정도일 것 같다”고 보도했다. 역산하면 일반 소비자가 도요타의 신형 전기차를 구매한건, 700대에도 못 미치는 셈이다. bZ4X에 시승한 한 판매법인 대표는 도요게이자이에 “주목할만한 선진성이 없고, 개인적으로는 꼭 보유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며 “고급 차량을 원하는 소비자들에게는 큰 반향이 없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심지어 도요타는 6월 23일 일본 국토교통성에 ‘bZ4X’에 대한 리콜을 보고했다. 급선회할때 타이어의 볼트가 느슨해지는 바람에 타이어가 떨어질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리콜 대상은 도요타의 신차와 함께 공동 개발해 형제차로 불리는 스바루의 ‘솔테라’도 포함됐다. 두 차종 합쳐서 총 204대의 리콜이다. 도요게이자이는 “현 시점에선 문제 원인이 특정되지 않아, 생산과 출하는 중지했고, 6월 이후에 잡혔던, 오사카, 도쿄 등지에서의 대대적인 시승 이벤트도 모두 중지됐다”고 보도했다.

일본의 전기차 시장 자체가 안 좋은가 하면 그것도 아니다. 시장 문제가 도요타 부진의 원인도 아니라는 것이다. 닛산자동차는 도요타의 신차 출시일과 같은 날, 신형 전기차 ‘아리아’를 내놨다. 가격대도 도요타와 비슷한 500만엔대다. 아리아는 출시 첫달인 5월에만 4973대의 선주문이 들어왔다. 반도체 부족 등으로 당장 차량 인도에는 시간이 걸리긴 하지만, 시작은 좋은 셈이다.

도요타의 전기차와 경쟁하는 상대는 아니지만, 소형 전기차도 호조다. 6월 16일에 미쓰비시와 닛산이 각각 발표한 소형 전기차는 등장하자마자 인기를 끌고 있다. 닛산의 사쿠라와 미쓰비시의 ‘eK크로스EV’를 합치면 3주만에 벌써 1만4000대 정도의 주문이 몰린 것이다. 가격대가 230만엔대로 저렴한 소형차다. 미쓰비시자동차는 약 3400대의 주문을 수주했다고 밝혔다. 도요게이자이는 “당초 미쓰비시는 월 850대를 예상했는데 4배를 넘었다”고 말했다.

도쿄에서 만난 한 자동차법인의 고위 관계자는 조선일보에 “도요타의 신형 전기차에 대한 기대가 굉장히 높았었는데 정작 시승한 다음엔 많은 사람들이 고개를 갸우뚱하는 분위기”라며 “전기차는 전기차만의 강점이 있는데, 여전히 하이브리드차를 연상케하는 디자인과 각종 기능이 상존했다”고 말했다. 도요타의 전기차 전환 전략 자체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