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일논단] 원숭이두창 바로 알기

김대경 대전을지대병원 비뇨의학과 교수 2022. 6. 3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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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경 대전을지대병원 비뇨의학과 교수

지난주 국내 원숭이두창 감염자가 최초로 확인됐다. 엄밀히 말하자면 국내 발생은 아니고 독일에서 입국한 내국인에서 잠복기 후 발병한 해외 유입 케이스다. 이에 따라 방역 당국은 원숭이두창의 감염병 위기 수준을 '주의'로 격상했다.

두창은 예전에 '마마'라는 별칭으로 불리던 감염성 질환인 '천연두'의 표준 질병명이다. 천연두는 고대로부터 20세기 중반까지 맹위를 떨치며 치사율이 무려 20-60%에 달하는 치명적인 질환으로, 1950년대만 해도 전 세계적으로 연간 수백만 명이 이로 인해 사망했다. 1960년대 WHO 주도로 적극적인 천연두 근절 사업을 시작해 백신을 대량 보급하면서 감염자 수가 급격히 줄어 1978년을 마지막으로 감염례가 보고되지 않았다. 이에 WHO는 1980년 공식적으로 천연두가 근절됐음을 선언했다. 현대 의학의 쾌거로써 천연두는 인류가 완전히 정복한 첫 번째 감염성 질환으로 기록돼있다.

원숭이두창은 문자 그대로 원숭이들 사이에 감염되는 천연두 유사 질환이다. 감염원이 되는 바이러스명도 원숭이두창바이러스(Monkeypox virus)로 불린다.

원숭이두창이 언론에 오르내리게 된 것은 최근이지만 원숭이에서 질환이 처음 확인된 것은 195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인체 감염은 1970년에는 처음 보고됐으며 이후 중앙아프리카와 서아프리카 일부 국가에서 지속적으로 발병이 보고되면서 지역 풍토병으로 자리 잡고 있었다. 한정적인 지역에서만 발생하던 이 원숭이두창이 올해 5월 이후 유럽 및 북미에서 다수 보고되면서 주목을 받게 된 것이다.

바이러스성 감염 질환이라는 면에서 원숭이두창에 의해 코로나19와 같은 대규모 지역 사회 감염 우려가 일부 제기되기도 했지만,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국내에서 원숭이두창 팬데믹 발생 가능성은 극히 낮다고 할 수 있다.

우선, 원숭이두창은 코로나19처럼 단순 접촉에 의해서는 전파되지 않는다. 주로 감염된 사람의 혈액, 체액, 피부, 점막 병변과의 직접 접촉이나 체액이 묻은 의복이나 침구류 등에 의한 간접 접촉이 주요 감염 경로이다. 물론 환자로부터 나온 침이나 호흡기 분비물에서도 바이러스가 발견되므로 근접 위치에서 비말 감염에 의한 전파는 가능하지만, 미세 에어로졸을 통한 공기 전파 가능성은 극히 낮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조금 구체적인 상황을 예로 들면 확진자와의 가벼운 대화라든지, 거리나 상점에서 확진자를 스쳐 지나가는 경우 등으로는 감염되지 않는다. 하지만 확진자가 사용했던 물건과 천 종류의 접촉에 의해서는 감염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질환의 진행 과정에서 1-2주간의 잠복기 후 급성 발열, 두통, 근육통, 무기력감 등의 전구 증상을 거쳐 1-3일 후 특징적인 원형 발진이 발생한다. 발진은 대개 얼굴에서 시작해 손바닥, 발바닥 등 몸의 다른 부위로 확산되면서 수포(물집), 농포(고름이 차 있는 물집) 등으로 진행된다.

감염원으로 작용할 수 있는 바이러스 배출은 발진 발생과 함께 급격히 증가하므로 이후로는 근접 접촉을 삼가야 한다. 때로 발진이 쉽게 인지할 수 있는 얼굴 부위가 아니라, 생식기나 항문 부위 등 국소를 중심으로 발생할 경우 확진이 늦어진 상태로 감염원이 될 수 있어 주의를 요한다. 유럽에서는 특히 성접촉 후 발생 예가 많이 보고돼있다.

확진 후에는 격리와 함께 증상을 완화시키는 대증적인 치료를 시행하면서 필요에 따라 항바이러스제 및 면역글로블린을 투여할 수 있다. 감염 후 예후는 이전의 예방 접종력, 감염 초기 건강상태, 기저 질환 등의 요인에 따라 다르지만, 전체적인 치명률은 3-6% 정도로 알려져 있다.

원숭이두창은 질환 특성상 광범위한 감염이 일어날 가능성은 적으므로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백신 접종이나 사회적 격리는 불필요하다. 하지만 감염자에서 발진 발생 위치가 비특이적인 경우 질환에 걸린 것을 인지하기 어려워 진단이 늦어지고 '조용한 전파'가 지속될 우려가 있다. 그러므로 몸살 기운이 있으면서 신체 어느 부위라도 발진이 생기면 주위와 근접 접촉을 삼가고 즉시 의료기관을 방문해 적절한 진단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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