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대상 이 작품]잠시 잊고 있었던 도전의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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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사는 도전의 기록이다.
단선율에 대선율을 붙이려는 르네상스 시대의 도전, 음악으로 감정을 표현하려는 바로크 시대의 도전, 양식을 확립하려는 고전 시대의 도전, 그 양식에서 벗어나려는 낭만 시대의 도전 등.
그런데 낭만 시대를 이어받아 양식 중 하나인 조성에서 벗어나고자 했던 작곡가 쇤베르크의 도전은 자신도 모르게 음악의 판도라의 상자를 열었고, 침묵부터 소음까지, 더 나아가 모든 것이 음악이 되는 새로운 시대를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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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상블 블랭크 '플럭서스; 영향과 영감'
제899회 하우스콘서트 2022 아티스트 시리즈
'포스트-클래시컬 뮤직'에 반(反)하는 도전·시도
관객의 직접적인 경험을 추구한 공연
[송주호 음악평론가] 음악사는 도전의 기록이다. 단선율에 대선율을 붙이려는 르네상스 시대의 도전, 음악으로 감정을 표현하려는 바로크 시대의 도전, 양식을 확립하려는 고전 시대의 도전, 그 양식에서 벗어나려는 낭만 시대의 도전 등. 그런데 낭만 시대를 이어받아 양식 중 하나인 조성에서 벗어나고자 했던 작곡가 쇤베르크의 도전은 자신도 모르게 음악의 판도라의 상자를 열었고, 침묵부터 소음까지, 더 나아가 모든 것이 음악이 되는 새로운 시대를 맞았다. 존 케이지처럼 조용히 앉아 있어도, 마우리치오 카겔처럼 이리저리 걸어 다녀도, 백남준처럼 악기를 부숴도 모두 음악이라고 불렀다. 이렇게 각자 도전했던 현대에는 새로움이 도전의 목적이 되고, 다양성이 사조가 됐다.
그런 점에서, 지난 13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 예술가의집에서 ‘플럭서스; 영향과 영감’이라는 제목으로 열린 앙상블 블랭크(예술감독 최재혁)의 제899회 하우스콘서트 공연은 국내에서는 아직도 어색한 도전을 수행함으로써 관객들이 직접적인 경험을 했던 자리였다. 거실에서의 일상적인 모습과 도구를 활용해 만든 존 케이지의 ‘거실 음악’이 ‘삶이 곧 예술’이라는 플럭서스 정신에 부합하는 작품이라면, 지시자의 지시에 따라 악기를 연주하는 즉흥적인 작품인 페터 아블링어의 ‘악기와 목소리’는 플럭서스로부터 파생된 불확정성을 규격화한 예다. 이원석의 ‘?musi(que).’는 연주자가 즉흥연주를 하면서 관객의 참여를 유도하는 작품으로, 관객들은 다가오는 연주자들에 어리둥절해하고 난데없는 종이공 투척에 당황했지만, 곧 음악 행위에 참여해 작품을 함께 완성시키는 예술적 경험을 했다. 이와 함께 그린우드의 현악사중주곡 ‘새로 나타난 중력’의 한국 초연을 비롯해 쇤베르크와 베베른의 작품도 연주됐다.
하지만 연주 중에 자유롭게 이동해달라는 사전 멘트에 청중은 거의 응하지 않았는데, 이러한 경험이 부족한 청중을 고려해 프로그램을 더욱 정교하게 설계해야 한다. 공연 종료 후 관객들이 참여형 작품이 아닌 쇤베르크의 ‘실내교향곡 1번’이 좋았다는 대화가 여럿 들렸던 것 또한 이와 관련이 있다. 기존 청취 습관과 가장 가까운 작품이 기억을 차지하고 만 것이다. 그러므로 최대한 의도한 결과에 이르기 위해서는 프로그램이 ‘플럭서스’라는 주제에 더욱 집중해야 한다.
그럼에도 앙상블 블랭크의 공연은 잠시 잊고 있었던, 예술에서 매우 중요한 도전의 가치를 일깨워주었다는 점에서, 참여한 음악가들과 참석한 감상자 각자의 예술 활동에 있어서 중요한 시점으로 기억될 것이다. 무엇이든 하라! 도전하는 예술가와 감상자가 예술을 이끌어 갈 것이며, 그들은 새로운 시대를 열 것이기 때문이다.
장병호 (solanin@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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