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스타일] 어차피 질게 뻔한 선거에 출마한다는 것

김영화 기자 2022. 6. 30. 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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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말 경북 구미에서 취재하다 먹게 된 떡볶이가 종종 생각난다.

임미애 더불어민주당 경북도지사 후보의 유세를 취재하던 중이었는데, 그 사실을 잠시 잊을 정도의 맛이었다.

'서울 언론'치고도 취재 시간이 긴 편인 주간지 기자였지만, 고작 사흘 본 것으로 글 쓰고 말하는 일에 대해 생각했다.

선거 막바지 '험지'에서 분투하는 정치인을 취재하는 것도 그런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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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프리스타일]
임미애 더불어민주당 경북도지사 후보. ⓒ시사IN 신선영

5월 말 경북 구미에서 취재하다 먹게 된 떡볶이가 종종 생각난다. 순대와 깻잎, 양배추를 버무리고 그 위에 들깨를 뿌린 매콤한 떡볶이였다. 임미애 더불어민주당 경북도지사 후보의 유세를 취재하던 중이었는데, 그 사실을 잠시 잊을 정도의 맛이었다.

내 반응을 보고 캠프 관계자가 물었다. “고향이 대구라면서 이 떡볶이를 안 먹어봤어요?” 알고 보니 대구 서문시장에 줄서서 먹는다는 떡볶이집이었고, 대구 지인들은 모두 알고 있었다. 나름 원활한(?) 취재를 위해 고향까지 밝혔는데 얕은 경험이 탄로 나는 순간이었다.

대구·경북에서 기자로 일하는 지인이 이 이야기를 듣더니 웃으며 말했다. “서울에서 출장 오면 길어봤자 3~4일 본 것만으로 써야 하니까.” 아무리 ‘서울 언론’이 지역 문제를 ‘밀착’ ‘심층’ 취재해도 한계가 있다는 이야기였다. 그는 지역에서 발생하는 재난재해, 대량해고 사태 이후 나머지 360일 동안 지역공동체가 붕괴되는 문제는 언론의 조명을 받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때부터 ‘고작 3~4일’라는 말이 머릿속에서 윙윙 울렸다. ‘서울 언론’치고도 취재 시간이 긴 편인 주간지 기자였지만, 고작 사흘 본 것으로 글 쓰고 말하는 일에 대해 생각했다.

선거 막바지 ‘험지’에서 분투하는 정치인을 취재하는 것도 그런 일이었다. 승리를 위해 온갖 중상모략이 벌어지는 선거판에서, 지는 게임에 나오는 선수들의 마음은 어떤 것일까. 거리유세 현장을 가도 민주당 후보를 향한 경북민들의 냉담한 반응 위주로 눈에 들어오던 내게, 경북 민주당의 정치인들은 그동안 얼마나 변화했는지, 거기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인생이 ‘갈려 있는지’ 이야기했다. 남들이 볼 땐 하나 마나 한 선거에 출마해 사람을 만나고 설득하는 과정 자체가 굳건한 지역주의를 허무는 과정이었을 것이다. 중앙 정치가 볼 수 없는 ‘지방선거’의 의미가 어떤 것인지 새삼 느꼈다.

취재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스마트워치를 보니 2만 보가 넘게 찍혀 있었다. 몹시 피곤했지만, 마음은 그렇지 않았다. 다음번에 대구에 갈 땐 서문시장부터 들러야겠다.

김영화 기자 young@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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