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운용사들 앞다퉈 내높은 TDF ETF, 퇴직연금 시장 '게임체인저' 될까

김효선 기자 2022. 6. 3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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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TDF 설정액 작년보다 2배 이상 늘어
30일 TDF ETF 10종 동시 상장

내달 퇴직연금에 디폴트옵션(사전지정운용제도)이 도입됨에 따라 TDF(타깃 데이트 펀드·Target Date Fund)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국내 주요 자산운용사들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TDF 시장이 활성화 될것으로 예상되자 시장 선점을 위해 자산운용사들이 앞다퉈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자산운용업계에서는 TDF ETF가 퇴직 연금 시장의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을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조선DB

TDF는 투자자가 예상 은퇴 시기를 ‘타깃 데이트(목표 시점)’로 삼아 해당 시점에 자산 가치가 최대한 불어날 수 있도록 자산 운용사가 알아서 돈을 굴려주는 펀드를 말한다. 한 번 가입하면 투자자의 연령에 맞춰 자동으로 투자 포트폴리오가 조성된다. 포트폴리오는 국내외 주식은 물론 채권, 예금, 부동산 등 다양한 자산으로 구성된다. 미국에서는 은퇴를 구체적으로 의미하는 키워드를 넣어 TRF(Target Retirement Fund)라고도 불린다.

펀드명에 붙는 네 자리 숫자는 은퇴를 예상하는 연도를 의미한다. 가령 2020년에 입사한 신입사원이 30년 근무 후 퇴직한다고 가정하면, TDF2050 상품을 선택하면 된다.

연초 이후 글로벌 증시가 약세장에 돌입한 가운데서도 TDF로는 꾸준히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 29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현재 국내 TDF 설정액은 8조654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올해 1월 3일(7조1669억원)과 비교하면 1조원 가량 늘어난 금액이다. 지난해 1월 4일(3조6685억원)보다는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오광영 신영증권 연구원은 “TDF 대부분 유형에서 설정액이 증가하는 등 성장하고 있다”면서 “요즘 사회 트렌드에 맞게 젊은 세대도 미리 은퇴 자금을 준비하며 TDF에 투자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다음달 디폴트옵션 도입을 앞두고 국내 자산운용사들은 파이 차지를 위해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30일에는 삼성자산운용, 키움투자자산운용, 한화자산운용에서 운용하는 TDF ETF 10개 종목이 동시에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다.

TDF ETF란 TDF를 거래소에 상장하는 ETF 형태로 만든 것이다. 현재 TDF는 구체적인 포트폴리오가 공개되지 않고, 환매에 몇 주씩 시간이 소요되는 단점이 있다. TDF ETF는 일반 ETF처럼 즉시 거래가 가능할 뿐만 아니라 총보수(수수료)가 연 0.14~0.38%로 최대 1% 수준인 기존 TDF보다 비교적 적다.

삼성과 키움은 2030, 2040, 2050년을 목표로 하는 ETF 각 3종, 한화는 2060년을 목표로하는 ETF까지 총 4종을 출시한다. 이 밖에 KB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 등 다른 자산운용사들도 TDF ETF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TDF ETF가 퇴직 연금 시장의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을지 지켜보는 분위기다. 현재 국내 TDF 시장 점유율은 미래에셋자산운용이 3조5578억원으로 약 44%를 차지하고 있는데 삼성과 키움, 한화가 TDF ETF를 내놓으면서 점유율에 균열이 생길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내달 도입되는 디폴트옵션은 가입자가 운용 지시를 하지 않더라도 근로자가 사전에 정한 상품으로 퇴직금을 운용하도록 한 제도를 말한다. 가입자 지시 없이 총 4주가 지나면 디폴트옵션으로 운용됨을 통지하고, 통지 이후에도 2주 간 운용 지시가 없으면 자동으로 디폴트옵션이 적용된다.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퇴직급여법)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오는 7월 12일부터 디폴트옵션이 도입된다.

이전까지는 퇴직연금이 원리금보장형 상품만으로 구성돼 퇴직급여의 수익률이 낮은 상태로 장기간 방치되는 경우가 많았다. 이를 방지하고 수익률을 높이고자 가입자의 운용지시가 없더라도 실적배당형 투자상품 등을 사전에 정한 비율대로 투자할 수 있는 제도가 디폴트옵션이다. 이미 디폴트옵션을 도입한 미국과 호주 등에서는 ‘연금 수익률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편 전문가들은 7월 12일부터 사전지정운용제도(디폴트옵션)가 시행됨에 따라 TDF 투자 수요가 점진적으로 확대됨과 동시에 성장 속도가 가속화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전균 삼성증권 연구원은 “사적 연금의 큰 축인 퇴직연금의 성장세는 지속될 것이며 디폴트옵션 시행으로 TDF에 대한 투자 수요도 점진적으로 확대될 것”이라며 “특히 TDF의 성장은 향후 국내 ETF 시장의 새로운 동력으로 작동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남재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내 TDF 시장은 2016년 이후 매년 두 배 성장을 기록하고 있으며 이러한 성장세는 디폴트옵션제도의 도입에 따라 보다 가속화될 것”이라면서 “디폴트옵션제도와 TDF의 속성을 감안하면, 미국의 TDF 시장과 유사하게 한국도 상위 대형 펀드로의 쏠림현상이 심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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