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이 최고'는 맞지만..많은 것을 포기하고 있는 벅스턴[슬로우볼]
[뉴스엔 안형준 기자]
'건강만 하면 된다'고 했다. 하지만 건강을 위해 포기하는 것이 적지 않다.
미네소타 트윈스는 6월 29일(한국시간)까지 시즌 43승 34패를 기록했다. 승률 0.558. 아메리칸리그 중부지구 선두를 달리고 있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투타의 조화가 제법 잘 이뤄지고 있고 시카고 화이트삭스가 부진한 것도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미네소타는 1위를 달리고 있는 팀 성적 만큼이나 의미있는 시즌을 보내고 있다. 바이런 벅스턴이 한 번도 부상자 명단(IL)에 오르지 않은 것. 커리어 내내 부상에 시달려온 벅스턴은 2016년 이후 처음으로 IL에 오르지 않고 시즌을 보내고 있다. 2016시즌은 2015년 빅리그에 데뷔한 벅스턴이 IL을 경험하지 않은 유일한 시즌이었다.
벅스턴은 메이저리그 최고의 기대주였다. 2012년 신인드래프트에서 카를로스 코레아(현 MIN, HOU 지명)에 이어 전체 2순위로 미네소타가 이름을 부른 이후 줄곧 최고 유망주였다. 2013년 곧바로 TOP10 유망주에 포함됐고(베이스볼 아메리카 선정) 2014-2016년 3년 연속 전체 유망주 순위에서 1,2위를 오갔다.
그야말로 '특급 유망주'였다. 지금 메이저리그를 이끌고 있는 '주니어'들 중에서 유망주 시절 벅스턴보다 평가가 높았던 선수는 없다. 벅스턴은 장타력을 제외한 모든 부문에서 최고에 가까운 평가를 받았다. 장타력 역시 최고만 아니었을 뿐 높은 평가를 받았다. 벅스턴은 '의심의 여지가 없는 5툴 플레이어'이자 '마이크 트라웃처럼 성장할 선수'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벅스턴의 앞에는 큰 적이 있었다. 바로 부상이다. 벅스턴은 데뷔시즌부터 지난해까지 2016시즌을 제외하면 매년 부상에 시달렸다. 손가락(2015), 사타구니(2017), 편두통과 발가락 및 손목(2018), 손목과 뇌진탕 및 어깨(2019), 어깨(2020), 엉덩이와 손(2021) 등 매년 굉장히 다양한 부상으로 IL에 올랐다.
부상에 시달리는 사이 성장도 더뎌졌다. 데뷔 첫 4시즌 동안 벅스턴은 306경기에서 .230/.285/.387 28홈런 99타점 46도루를 기록하는데 그쳤다. 4년 동안 한 번도 리그 평균 이상의 공격력을 보이지 못했고 유망주 시절 평가와 달리 장타력은 있었지만 정교함이 부족했다. 삼진은 지나치게 많았고 선구안은 너무 부족했다. 벅스턴은 '발빠르고 수비 좋은 공갈포'였다.
하지만 특급 재능은 역시 특급 재능. 벅스턴은 그대로 주저앉지 않았다. 2019년 역시 부상은 있었지만 87경기에서 .262/.314/.513 10홈런 46타점 14도루를 기록하며 처음으로 시즌 OPS가 0.800을 넘어섰다. 그리고 타격 생산성도 리그 평균을 훌쩍 넘어섰다. 벅스턴은 4시즌 연속 OPS 0.800 이상, OPS+ 115 이상(ML 평균 100)을 기록하며 확실한 성장을 이뤘다. 특히 지난시즌에는 61경기 출전에 그쳤지만 .306/.358/.647 19홈런 32타점 9도루의 엄청난 성적을 쓰기도 했다.
올시즌 벅스턴은 29일까지 57경기에 출전했고 .236/.315/.585 20홈런 36타점 1도루를 기록했다. 커리어 처음으로 20홈런 고지를 밟았고 시즌 OPS는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리그 평균(8.4%) 수준의 볼넷율(8.6%) 역시 데뷔 후 가장 높은 수치다. 배럴타구 비율(16%, ML 상위 6%), 강타비율(47.2%, 상위 15%), 평균 타구속도(92.4마일, 상위7%), 기대가중출루율(0.378, 상위 11%), 기대 장타율(0.583, 상위 8%) 등 대부분의 세이버매트릭스 기대 지표에서 리그 최상위권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사라진 것도 있다. 바로 강점인 빠른 발을 활용한 도루다. 벅스턴의 올시즌 도루는 단 1개. 지난 4월 12일 시즌 4번째 경기에서 기록한 것이다. 도루 성공율이 줄어들어 실패가 쌓이는 것이 아니다. 도루 시도 자체가 단 한 번 뿐이었다. 4월 중순 잠시 무릎 문제를 겪은 벅스턴은 부상으로 이탈하는 것을 피하기 위해 아예 도루 자체를 포기했다.
골드글러브는 물론 플래티넘 글러브까지 수상한 경력이 있는 벅스턴은 메이저리그 최고의 수비력을 가진 중견수. 하지만 올시즌 선발출전한 52경기 중에서 중견수로 나선 것은 36경기 뿐이다. 나머지 16경기는 지명타자로 나섰다. 미네소타는 29일까지 77경기를 치렀지만 벅스턴은 그 중 20경기나 결장했다. 무릎 문제를 겪은 4월 중순, 엉덩이에 이상을 느꼈던 5월 초에 빠진 경기가 7경기. 나머지는 뚜렷한 부상 없이 휴식 혹은 예방 차원에서 빠진 것이다. 벅스턴은 간신히 규정타석에 '턱걸이'를 하는 수준으로 출전하고 있다.
결장이 잦다보니 타격감을 꾸준하게 유지하기도 쉽지 않다. 올시즌 기록 중인 타율 0.236은 데뷔 첫 4시즌에서 쓴 성적과 비슷한 수치. 1-2경기에서 완전히 침묵한 뒤 이후 1-2경기에서 조금 몰아치는 식의 타격을 이어가고 있다. 29일까지 팀 도루 13개를 기록한 미네소타는 메이저리그 전체 도루 최하위. 벅스턴을 제외하면 빠른 발로 상대 배터리를 농락할 수 있는 주자가 없는 미네소타는 벅스턴까지 발이 묶이며 기동력이 완전히 봉쇄된 상태로 시즌을 치르고 있다. 팀 홈런 90개로 전체 9위인 미네소타는 장타력이 좋은 팀이기는 하지만 90홈런 중 20홈런을 벅스턴이 책임졌다는 점을 감안하면 테이블세터에서 한 베이스를 더 얻는 야구를 해내지 못하고 있는 현재 상황은 분명 아쉽다.
물론 미네소타 입장에서도 이는 고육지책이다. 벅스턴이 부상으로 이탈하는 것보다는 득점력, 공격력, 수비력 등 대부분의 부문에서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벅스턴을 빅리그 로스터에 붙잡아두는 것이 낫다는 계산을 한 것이다. 29일까지 지구 2위(CLE)와 승차는 3경기. 만약 벅스턴에게 제한을 걸지 않았다면 더 큰 경기차로 1위를 달리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미네소타는 '크게 리드했다가 벅스턴이 이탈하며 팀이 위기를 맞이하는 것'보다 '근소한 리드라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쪽을 선택했다. 게다가 벅스턴은 2028년까지 1억 달러 대형 장기계약을 맺은 선수기도 하다.
지난해 시즌을 절반도 뛰지 못했지만 리그를 폭격했던 벅스턴은 '건강하다면'의 조건이 충족됐을 때 얼마나 무서운 선수인지를 확실하게 보였다. 지난해 벅스턴은 트라웃의 아성에 충분히 도전할만한 선수였다. 하지만 결국 건강을 지키지 못하며 '리그 폭격'과 '건강'의 양립이 힘들다는 것 역시 다시 한 번 증명했다. 그리고 올시즌 건강과 성적을 맞교환하며 절충안을 찾은 듯하지만 '절충 버전'의 벅스턴은 더이상 '압도적인 5툴 플레이어'도 '트라웃 같은 선수'도 아니다.
물론 부상으로 장기간 이탈하는 것보다는 이렇게라도 건강을 유지하는 것이 낫다. 그리고 지금의 벅스턴이 낮은 생산성을 보이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더 폭발적인 선수가 될 힘을 가진 벅스턴이 스스로 한계를 짓고 그 안에 자신을 가둘 수 밖에 없는 지금의 상황은 분명 아쉽다.
스스로에게 제한을 둔 벅스턴은 과연 끝까지 건강을 유지할 수 있을까. 미네소타와 벅스턴의 선택이 최종적으로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자료사진=바이런 벅스턴)
뉴스엔 안형준 markaj@
사진=ⓒ GettyImages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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