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선두' 잡을뻔한 '작년 2부 꼴찌', 부천의 동화는 끝나지 않았다

김성수 기자 2022. 6. 30.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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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김성수 기자] K리그2(2부)의 유일한 FA컵 8강 진출팀이었던 부천FC1995가 K리그1(1부) 선두 울산 현대와 승부차기까지 가는 접전 끝에 아쉽게 탈락했다. 하지만 이날 부천이 보여준 끈질긴 경기력은 이들이 왜 올 시즌 K리그2에서 반전을 일으키고 있는지를 명확히 보여줬다.

ⓒKFA

부천은 29일 오후 7시 울산 문수구장에서 열린 2022 하나원큐 FA컵 8강 울산과의 원정경기에서 1-1로 정규시간 종료 후 연장전을 득점없이 마쳐 승부차기로 향했다. 승부차기에서 울산에 5-6으로 패하며 4강행이 좌절된 부천이다.

경기는 홈팀 울산이 원정팀 부천에게 파상공세를 퍼붓는 양상으로 주로 전개됐다. 하지만 오히려 선제골은 부천의 한방에서 나왔다. 전반 33분 부천의 왼쪽 코너킥 공격 후 혼전 상황에서 굴절돼 연결된 볼을 박스 바로 앞 왼쪽에 있던 부천 공격수 이의형이 배로 받아낸 후 빙글 돌면서 오른발 발리슈팅으로 가져갔고 공은 원바운드된 다음 울산의 골망을 흔들었다. 지난 27일 경남FC를 떠나 부천의 유니폼을 입은 이의형은 이적 2일 만에 부천 데뷔전에서 데뷔골을 터뜨렸다.

하지만 K리그1 선두의 자존심이 있는 울산도 쉽게 무너지지는 않았다. 후반 2분 왼쪽에서 넘어온 전환패스를 부천 박스 안 오른쪽에 있던 김민준이 받아 오른발로 올렸고 부천 수비수 이용혁이 머리로 걷어낸다는 것이 자책골이 되면서 1-1 동점이 됐다. 양 팀은 추가골을 위해 혈투를 벌였지만 정규시간 안에 승부를 내지 못하고 연장전으로 향했다.

부천은 연장전에도 빗장을 굳게 잠그고 울산의 공격을 막아냈다. 연장 전반 8분 문전에 있던 울산 레오나르도가 오른쪽에서 올라온 김태환의 크로스를 헤더슛으로 가져갔다. 골문과 매우 가까운 지점에서 슈팅이 이뤄졌기에 득점이 되는 듯했지만 부천 골키퍼 이주현이 엄청난 반사신경과 함께 왼손으로 이 헤더슛을 쳐내며 1-1 균형은 이어졌다. 연장 후반 6분에는 오히려 부천 수비수 이용혁이 울산 박스 안에서 크로스를 머리에 제대로 맞혔지만 이번에는 울산 골키퍼 조수혁이 귀신같은 오른손 선방으로 응수했다.

양 팀은 연장전에서 득점을 올리지 못하며 승부차기에 돌입했다. 양 팀의 다섯 번째 키커까지 모두 성공한 상황에서 부천의 여섯 번째 키커 국태정의 왼발 킥이 울산 골키퍼 조수혁에게 막혔다. 이후 울산의 여섯 번째 키커 김성준이 페널티킥을 성공시키면서 울산이 FA컵 4강에 진출했다.

ⓒKFA

부천은 비록 울산에 아쉽게 패배했지만 경기를 승부차기까지 끌고 가며 대등한 승부를 펼쳤다는 점에서 박수를 받을 만했다. 길어지는 경기에 근육 통증을 호소하는 선수들이 나오기도 했지만 부천은 끝까지 한몸으로 싸웠다.

부천의 이날 경기는 올 시즌 달라진 그들의 모습을 단편적으로 보여주는 것이었다. 부천은 2021시즌 K리그2에서 최하위를 기록하는 굴욕을 겪었다. K3리그와의 승강제는 존재하지 않기에 강등을 당할 걱정은 없었지만 굴욕감까지 떨쳐내기는 역부족이었다. K리그2에서도 예산이 많은 편이 아닌 부천이기에 다음 시즌 반등의 가능성도 그리 커보이지는 않았다.

하지만 세간의 예측을 비웃기라도 하듯 부천은 2022시즌 K리그2에서 엄청난 돌풍을 일으켰다. 13라운드까지 9승 2무 2패의 놀라운 성적을 거뒀다. 이 기간에 광주FC와 선두를 다투며 리그의 패권 싸움을 하기도 했던 부천이다. 지난 시즌에 최하위를 기록했다고는 상상하기 힘든 행보였다.

부천은 이후 7경기 연속 무승(2무 5패)를 거두며 급격히 하락하는 듯했으나 지난 26일 있었던 부산 아이파크와의 23라운드 원정경기에서 2-0 승리를 따내며 리그 3위(21경기 10승 4무 7패, 승점 34점)로 상위권을 유지했다. 그리고 이날 K리그1 선두 울산과의 FA컵 경기에서도 물러서지 않는 투혼을 보여주며 울산을 벼랑 끝까지 몰아붙였던 부천이었다.

ⓒKFA

부천의 FA컵 여정은 8강에서 마무리됐지만 K리그2는 이제 막 반환점을 돌았다. 그리고 이날 부천이 보여준 악착같은 모습은 그들의 남은 시즌을 더욱 기대하게 만들었다.

 

스포츠한국 김성수 기자 holywater@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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