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태그플레이션이냐, 슬로플레이션이냐

손진석 기자 2022. 6. 30.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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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각계 "경기침체" 쏟아내자, 연준은 "침체 아닌 둔화" 반박
23일(현지 시각)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 입회장에서 한 트레이더가 업무를 처리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미국이 구조적 장기 침체에 빠질 가능성과 그렇지 않을 가능성을 60대40으로 본다.”(래리 서머스 전 미 재무장관)

“올해 미국 성장률이 1~1.5%가 될 것으로 본다. 이 정도는 침체가 아니라 물가 상승 압력을 낮추기 위해 필요한 경기 둔화일 뿐이다.”(존 윌리엄스 뉴욕연방은행 총재)

41년 만에 최고치로 치솟은 인플레이션 공포로 미국 경제가 휘청거리는 가운데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물가 상승 속 경기 침체)’과 ‘슬로플레이션(slowflation·물가 상승 속 경기 둔화)’을 둘러싼 경기 전망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고물가 상황이 지속된다는 전망은 공통적이지만,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질 것이냐 아니면 둔화로 그칠 것이냐를 놓고 난타전이 벌어진다는 얘기다.

경제 규모 1위인 미국이 세계 경제에 미치는 파장이 크다는 점에서 미국의 경기 향방에 전 세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는 미국 경제의 향배에 큰 영향을 받는다.

28일(현지 시각) 미국 민간 경제조사기구인 콘퍼런스보드가 발표한 6월 소비자신뢰지수는 98.7로서 전월(103.2)보다 크게 하락했다. 코로나 사태 파장이 크던 작년 2월 이후 16개월 만에 100을 밑돌았다. 이번 조사에서 6개월 후 전망을 나타내는 경기기대지수는 66.4로 전월(73.7) 대비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2013년 3월 이후 최저치를 찍었다. 이에 따라 경기 침체 공포가 부각돼 나스닥지수가 2.98% 급락한 것을 비롯해 이날 뉴욕 증시 3대 지수가 모두 하락했다.

통상적으로 경기 침체란 2분기 연속으로 경제 성장률이 마이너스인 경우를 말한다. 이미 올해 1분기 미국 성장률은 -0.4%(연율 기준 -1.5%)였다. 2분기에도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다면 본격적인 침체 국면으로 빠져든다고 볼 수 있다.

한국에서 ‘돈나무 언니’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캐시 우드 아크인베스트 최고경영자는 “우리는 이미 경기 침체에 빠져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나의 45년 투자 경력에서 요즘처럼 재고가 많이 쌓인 건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2000년 이후 미국이 2분기 이상 마이너스 성장을 이어간 시기는 글로벌 금융위기(2008년 3분기~2009년 2분기)와 코로나 사태(2020년 1~2분기)뿐이다.

미 연방준비제도 고위 인사들은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을 적극 반박하며 불안감 해소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메리 데일리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금리 인상으로) 실업률은 다소 오르겠지만 침체가 예상되는 정도는 아니다”라고 했고,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연방준비은행 총재 역시 “금리를 올려 인플레이션 수준을 낮추면 강력한 경제 성장을 촉진할 수 있다”고 했다.

글로벌 투자은행 UBS는 이날 “미국 경제가 향후 1~3년 사이 슬로플레이션 시대를 경험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내년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질 가능성에 대해 뱅크오브아메리카(BoA) 40%, JP모건 33%, 골드만삭스 30% 등으로 대부분의 투자은행이 아직은 50% 미만으로 보고 있다. 최근 블룸버그통신은 미국의 노동 참여율과 소비 지출이 회복세를 보인다는 점 등을 부각시키며 “침체에 빠지지 않을 수 있다”고 했다.

스태그플레이션과 슬로플레이션 사이에서 경기 전망이 엇갈리면서 연준이 미국 경제의 향방을 불투명하게 만들었다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연준이 ‘뒷북 대응’으로 급격하게 금리를 올리는 바람에 충격이 크고 침체 가능성도 높인다는 지적이 많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필립 힐데브란트 부회장은 이날 “중앙은행(연준)이 경기 연착륙을 이끌 가능성에 회의적”이라며 “물가를 낮추기 위해 필요한 금리 수준이 매우 높을 것이기 때문에 큰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스태그플레이션, 슬로플레이션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은 높은 인플레이션 속에 경기가 침체에 빠지는 현상을 말한다. 오일 쇼크가 강타한 1970년대 미국 경제가 대표적이다. 반면 슬로플레이션(slowflation·물가 상승 속 경기 둔화)은 고물가가 이어진다는 점은 비슷하지만 속도가 느리긴 해도 경제가 성장세를 유지하기 때문에 침체라고 하기는 어려운 국면을 가리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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