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포커스] 성과급 반납한다고 달라질 것 같은가?

이진석 경제부장 2022. 6. 30.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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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마다 공공기관 개혁 나서도 번번이 흐지부지 제자리걸음뿐
성과급 반납한다고 개혁인가… ‘낙하산’ 없애야 흉내라도 낸다

“우리는 수재(秀才)들을 뽑아서 범재(凡才)로 만드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몇 해 전 한 공기업 임원은 웃는 얼굴로 이렇게 말했다. ’신의 직장’으로 불리는 곳이라 입사 경쟁률이 높고 명문대 출신들이 몰리지만, 입사 후 1~2년 지나면 민간 기업에서는 도저히 버텨낼 수가 없는 공기업 직원으로 다시 태어난다고 했다. “공기업은 성과 제일주의가 아니라 안전 제일주의다. 그런 분위기에 젖는 데 오래 안 걸린다”고 했다. “웃으면서 할 얘기는 아니지 않느냐”고 했는데, “운다고 별수가 있는 것도 아니라는 걸 우리는 너무 잘 알고 있다”고 했다. 우리나라는 공기업이 그야말로 공기업스럽고, 공기업 직원들이 정말로 공기업 직원다운 나라라고 했다. 아마 영원히 그럴 것이라고 했다. 다 맞는 말인지는 몰라도 없는 말은 아닐 것 같았다.

정부가 공공 개혁에 나선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통령으로서가 아니라 예전에 한 사람의 시민으로서 보고 느낀 것을 얘기하겠다”면서 “공기업이 방만하게 운영되고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호화로운 청사를 매각하고, 과하게 넓은 사무 공간을 축소하고, 고연봉 임원들 성과급 반납하라는 대통령의 말이 과하다고 생각하는 국민들은 별로 없을 듯싶다. 경제 부총리는 “파티는 끝났다”고 했다.

문재인 정부는 공공기관은 공공성이 중요하다면서 100점 중 7점이었던 사회적 가치 지표를 25점으로 높였다. 거꾸로 재무 건전성 등에 대한 배점은 15점에서 5점으로 끌어내렸다. 이걸 원래대로 되돌리는 방안이 검토된다고 한다. 부채 비율이 높은 10여 곳을 골라 ‘재무 위험 공공기관’이라는 딱지를 붙이고 특별 관리를 하겠다고 했다. 시범 케이스로 삼을 모양이다. 공공기관 부채는 지난해 583조원으로 사상 최대로 불어났다. 직원 평균 연봉이 1억원을 넘는 곳이 20곳에 달한다. 문재인 정부 첫해인 2017년에는 5곳이었는데 4배로 늘어났다.

‘시작이 반’이라는 속담은 개혁에는 독(毒)이다. 영화 ‘스타워즈’의 등장인물 중에 주인공의 스승으로 등장하는 ‘요다’의 대사 가운데 이런 것이 있다. “한다, 하지 않는다. 이 두 가지뿐이다. ‘한번 해보겠습니다’ 이런 말은 입에 담지 마라.” 정부마다 공공기관 개혁하겠다고 했지만, 달라진 것이 없는 것은 다들 한 번씩 해보다 말았기 때문이다.

공기업 직원들이 뛰게 만들고 ‘공기업스럽다’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부채 비율 낮추고, 성과 평가 강화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일이다. 기준 초과니, 하위 10%니 숫자만 쳐다봐서는 어렵다. 개혁이 진심이라는 것을 공기업들이 느껴야 한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지난 정부들의 공공 개혁이 추진력을 잃고 추락한 것은 ‘낙하산 부대’를 해체시키지 못했기 때문이다. 세상에 일석이조(一石二鳥)는 좀처럼 없는 일이다. 돌멩이 하나로 새 한 마리를 잡는 것도 어려운데, 두 마리를 한꺼번에 잡는 것이 쉬울 리가 없다. 공기업에 낙하산도 내려보내고, 공기업도 혁신하고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대통령과 부총리가 공공기관 개혁을 말하려면, 대선 캠프 출신들, 여당 주변 인사들, 실세라는 국회의원들의 보좌진들이 낙하산을 맬 수 없도록 해야 한다. 공공기관의 넘버 2인 감사라는 자리에 대해 과거 정부의 한 인사가 “(낙하산을 태워준 사람에게) 감사하면서 가만히 있으면 되는 자리”라고 하는 걸 들은 적이 있다. 공공기관 임원 자리를 전리품처럼 차지하고, 선물처럼 주고받으면, 고치겠다 바로잡겠다 뭐라고 하든 그건 잠꼬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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