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법원, 102세 나치 교도관에 징역 5년형.. "살인시스템 도와"[사람,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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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독일 브란덴부르크의 한 체육관에 마련된 임시 법정에 휠체어를 탄 노인이 들어섰다.
그는 법원 직원이 미는 휠체어에 앉은 채로 판사 앞까지 가는 내내 쭈글쭈글한 손으로 파란색 서류철을 펼쳐 얼굴을 가렸다.
고령을 고려해 그의 집 근처 체육관에서 재판을 해온 독일 법원은 그가 80년 전 저지른 범죄에 대해 이날 징역 5년을 선고했다.
그는 제2차 세계대전 중이던 1942∼1945년 베를린 작센하우젠의 나치 강제수용소에서 교도관으로 근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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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수용소서 학살 가담한 혐의
최후진술서 "농장서 일했다" 부인
28일 독일 브란덴부르크의 한 체육관에 마련된 임시 법정에 휠체어를 탄 노인이 들어섰다. 그는 법원 직원이 미는 휠체어에 앉은 채로 판사 앞까지 가는 내내 쭈글쭈글한 손으로 파란색 서류철을 펼쳐 얼굴을 가렸다. 피고인인 그의 나이는 올해 102세. 고령을 고려해 그의 집 근처 체육관에서 재판을 해온 독일 법원은 그가 80년 전 저지른 범죄에 대해 이날 징역 5년을 선고했다.
피고인 이름은 요제프 쉬츠. 그는 제2차 세계대전 중이던 1942∼1945년 베를린 작센하우젠의 나치 강제수용소에서 교도관으로 근무했다. 그는 수감자 3518명의 학살에 가담한 혐의로 지난해 기소됐다. 당시 수용소에는 나치 반대파, 유대계, 동성애자 등 20만 명이 갇혔다. 그는 소련군 포로들이 총살되고 수감자들이 독성가스로 살해당하는 상황에서 이를 방조했다는 혐의를 받았다.
80년이 흘러 백발이 된 쉬츠 씨는 27일 최후 진술에서 판사에게 “내가 왜 여기에 있는지 모르겠다”고 항변했다. 그는 ‘문제’의 기간에 수용소가 아닌 농장에서 일했다며 끝까지 혐의를 부인했다. 하지만 재판장은 “피고인이 수용소 경비원으로 일한 사실이 인정된다. 피고인은 3년 동안 수용자들이 잔인하게 고문당하고 살해당하는 것을 지켜보며 나치의 ‘살인 시스템’이 돌아가도록 도왔다”고 지적했다고 독일 DPA통신은 전했다.
과거 독일 법원은 나치 교도관들의 부역 행위를 단죄하는 데 소극적이었다. 이로 인해 유대인 대학살(홀로코스트) 가해자들이 법의 심판을 받지 않고 하나둘 세상을 떴다. 2011년 ‘존 데미야뉴크’ 판결을 계기로 유죄 판결이 잇따르기 시작했다. 강제수용소 경비원이었던 데미야뉴크는 살해에 가담한 직접 증거가 없었음에도 교도관 근무 사실만으로 살인 조력 혐의가 인정돼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쉬츠 씨는 현재까지 독일에서 나치 부역 혐의로 법정에 선 피고인 중 최고령이다. 그가 이번 판결로 실형을 살 가능성은 낮지만 유대계 사회에서는 “피해자와 유족들을 위한 뒤늦은 보상”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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