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지 100인 선정됐지만.. '마이너 필링스' 잊지 않을 것"
“책 출간 뒤 내 상처는 많은 부분 치유됐다. 하지만 작가 토니 모리슨의 말을 새긴다. ‘당신이 자유로워졌다면 다른 사람을 해방시켜야 하고, 당신에게 힘이 생겼다면 다른 사람에게 힘을 실어주는 것이 당신 역할이다(If you are free, you need to free somebody else. If you have some power, then your job is to empower somebody else).”
아시아계 미국인에 대한 차별을 다룬 에세이 ‘마이너 필링스(Minor Feelings·소수적 감정)’로 지난해 미 ‘타임’지 선정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꼽힌 한인 2세 작가 캐시 박 홍(46·럿거스대 문예창작과 교수). 29일 한국을 찾은 그에게 세계적 명성을 얻은 지금도 여전히 ‘마이너 필링스’를 느끼느냐고 묻자 돌아온 답이다. “여전히 차별과 억압을 받는 이들을 위해 그들이 느낄 소외감을 다루겠다”는 얘기였다. ‘인종주의’ 같은 일반적인 용어 대신 ‘마이너 필링스’라는 단어를 사용한 이유는 “사회에서 보이지 않는 투명 인간들이 겪는 감정을 표현하고 싶어 고른 표현”이라고 설명했다.
원래 시인이었다. “트럼프가 대통령이 된 뒤 백인 우월주의가 심각해질 무렵 딸아이를 낳았다. 아이를 위해서라도 글로 사회를 바꾸는 일에 더 개입해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껴 에세이를 썼다”고 했다. 그렇게 쓴 첫 에세이로 작년 퓰리처상 최종 후보까지 올랐다.
2008년 이후 14년 만의 고국 여행은 딸 메렛을 위한 결정이었다. “딸의 눈으로 한국을 체험하고 싶었다. 아이에게 한국 문화유산을 보여주고 싶어 경복궁, 국립민속박물관 등을 다니고 제주도도 갔는데 정작 아이는 애니메이션과 게임에 눈이 돌아가더라(웃음).” 그는 “이민 1세대는 힘든 과거로부터 도망치기 바빠 뒤를 돌아보고 싶지 않아 했다. 나 같은 2세대는 과거의 그림자 속에서 정체성 혼란을 겪고 살았다. 3세대는 이런 혼란이 훨씬 덜하길 바란다”고 했다.
간간히 한국말을 곁들였다. 미국에서 태어났지만 초등학교에 입학할 때까지 영어를 거의 몰랐다. 어린 시절의 이중 언어 환경에 대해 그는 한국말로 “짬뽕”이었다고 표현했다.
‘마이너 필링스’는 곧 드라마로 제작될 예정이다. 영화 ‘미나리’ 제작사인 ‘A24′가 제작을 맡고, 한국계 배우 그레타 리가 프로듀서로 참여했다. “책의 스토리를 기반해 각색한 드라마가 나올 예정이고 현재 파일럿 프로를 만들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작가 일을 시작하면서 엄마 성씨인 ‘박’을 미들 네임으로 썼지만 모녀 간의 미묘한 감정 균열을 책에서 에둘러 드러내곤 했다. “차기작은 어머니와 딸을 다룬 산문이 될 것 같다”며 “이번 한국 여행이 차기작을 위한 취재이기도 하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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