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읽기] 일본 총리는 왜 탈핵운동가가 됐는가

국제신문 2022. 6. 30.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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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3월 11일을 기억하는가? 그날 이후 일본산 고등어에 벌벌벌 떨던 사람들을, 아니 당신 자신을 기억하는가? 그렇다. 그날은 일본 후쿠시마 원전이 폭발한 날이었다. 그날 이후 방사능 피폭 공포에 떨며 우리의 일상은 완전히 바뀌었다. 그리고 11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후쿠시마 원전사고도, 방사능 피폭에 대한 공포도 완전히 잊었다. 그것은 완벽히 과거의 일, 모르는 일, 잊혀진 일이 돼버렸다.

당시 일본의 총리는 간 나오토였다. 내각을 이끌던 나오토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수습하고 책임져야 할 수장이었다. 그러나 나오토는 원전 폭발과 관련된 정확한 정보를 알 수가 없었다. 그는 철저히 정보에서 배제됐다. 고의로 누락시키거나 은폐한 정보, 왜곡되거나 틀린 정보를 받을 뿐이었다.

총리에게 정확한 정보를 보고하고 제공해야 할 의무가 있는 기관, 일본의 핵마피아 집단(트라이앵글)인 원자력안전위원회, 도쿄전력(한국의 한수원), 경제산업성 관료(한국의 산업자원부)는 모두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거짓, 무능을 은폐하기 위한 변명으로 일관했다. 이 일을 겪은 나오토는 총리직에서 사퇴한 뒤 탈핵운동가로 변신한다.

기이한 일은 계속, 더 일어난다. 후쿠시마 원전 폭발에 대해 책임을 진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누구도 처벌받지 않았다. 원전 폭발 후 몇 년이 흐른 뒤 시민으로 구성된 검찰심사회가 의결해 기소된 도쿄전력 경영진 3명 역시 법원으로부터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국민의 생존권과 재산권을 침해한, 인류에게 가장 치명적인 방사능 누출 사고가 일어났는데도 그 누구도 책임지지 않았고, 처벌받지 않았다.

물론 여전히 후쿠시마 원전에서는 방사능이 누출되고 있다. 그러나 얼마나 누출되는지, 방사능 누출로 국민의 생명과 건강이 얼마나 위협받는지, 대기와 해양과 토양이 얼마나 오염됐는지에 대한 정확한 실상을 아무도 모른다. 어떤 투명하고 객관적인 데이터도 존재하지 않는다. 단 하나 분명한 사실은 방사능 누출을 늦추거나 최소화하기 위해 하청의 하청의 하청업체 직원들, 일용직 노동자들, 그러니까 가장 가난하고 취약한 사람들이 ‘원전 사무라이’라는 이름으로 사고현장에 투입되고 있다는 것이다. 가장 가난한 사람들이 목숨을 걸고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사고를 수습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났겠는가? 이유는 명백하게 단 하나다. 누출된 ‘핵-방사능’을 통제할 수 있는 기술이 인류에게 없기 때문이다. 스리마일과 체르노빌, 그리고 후쿠시마의 핵발전 사고가 증명하듯이 미국과 소련과 일본의 관료 전력사업자 과학자 원자력안전위원회는 누출된 방사능을 수습할 수 없었고, 책임지지 않았고, 그저 무능했다.

그런데 이 무능은 윤리적 도덕적 무능을 넘어선 절대적 무능이고, 그들만의 무능이 아니라 인류 자체의 무능이다. 이것이 핵발전(사고)의 증명된 실체다. 방사능을 제어할 수 있는 기술이 지금 인류에게 없다는 것, 이것만이 진실이다.

‘부산’의 ‘기장’에 있는 핵발전소 고리 2호기는 내년 4월이면 만 40년의 가동을 마치고 설계수명이 끝난다. 그런데 정부와 부산시, 한수원은 고리 2호기의 수명을 연장하려고 한다. 사고가 날 확률이 높은 노후 원자로를 주민의 의견수렴이나 동의 없이 재가동하려는 것이다. 고리 2호기 ‘비상계획구역’ 내의 시민 수는 335만 명이다. 만약 핵발전 사고가 나면 335만 명의 생명과 건강이 위험에 처하는데도 그들은 시민의 의견을 묻지 않는다. 윤석열 대통령은 한술 더 떠서 ‘경제’를 위해 핵발전을 확대하겠다고 한다.


다시 강조하지만 한국보다 핵발전 역사가 긴 일본의 총리도 핵발전에 대해선 무지했고, 무능했고, 배제돼 있었다. 윤석열 대통령은 과연 핵발전에 대해 무엇을 알고 무엇을 책임질 수 있기에 핵발전 확대 정책을 펼치는가? 당신이 알고 있던 것을 간 나오토도 알았고, 그 앎은 사고가 났을 때 무용지물이었다는 사실을 당신은 아는가? ‘경제’의 참뜻은 GNP, GDP 따위의 수치가 아니라 사람을 살리는 것이다.

고리 2호기 폐쇄를 고집하는 게 아니다. ‘고리 2호기’ 폐쇄와 재가동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시작하라. 생명을 저당 잡힌 ‘시민’의 동의를 구하라.

황경민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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