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비처럼 자연을 벗 삼아 유유자적 지내볼까

김미희 기자 2022. 6. 30.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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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영주

- 울창한 소나무 숲이 반기는 소수서원
- 소백산 전경 앞마당으로 삼은 부석사
- 여유로운 자연 속 자아성찰 하기 제격

- 9월 오픈 K-문화 테마파크 ‘선비세상’
- 6가지 테마로 선비정신 체험 가능해져
- ‘물 위 연꽃’ 무섬마을 가옥 숙박 가능

경북 영주는 선비의 고장이다. 소백산을 품은 영주에는 화엄종의 근본 도량인 부석사, 우리나라 최초의 사액서원이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소수서원, 물 위에 뜬 연꽃 모양의 무섬마을 등 전통문화의 유적과 얼이 살아있다. 옛 선비들은 자연의 여유로움을 즐기며 자신을 성찰하고 세상의 이치를 깨우치고자 했다. 역사의 숨결 속에 새겨진 선비의 발자취를 찾아 다녔다.

사시사철 빼어난 절경을 자랑하는 부석사 무량수전으로 향하는 길.


■선비의 품격 소수서원

소수서원은 조선 최초의 서원으로 지성의 요람이었다. 1542년 풍기군수 주세붕이 최초의 성리학자인 회헌 안향(1243∼1306) 선생을 기리고자 백운동서원을 건립한 데서 비롯됐다. 이후 풍기군수로 부임한 퇴계 이황 선생이 조정에 건의, 소수서원이란 사액을 받았다. 사액서원은 임금으로부터 책 토지 노비를 하사받고 면역(병역이나 부역 등을 면제)의 특권을 가진 서원을 말한다. ‘소수(紹修)’라는 이름은 학문을 이어 닦게 했다는 뜻을 담고 있다.

소수서원의 규모는 아담하다. 입구에 들어서니 울창한 소나무 숲이 입장객을 반긴다. 운치 있게 뻗은 소나무 가지들은 서원 쪽으로 고개를 숙이고 있다. 마치 서원에 공경을 표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이 소나무 숲은 소수서원의 경관을 이루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소나무는 추운 겨울을 이겨내고 항상 푸름을 간직하는 것이 선비의 기개와 닮아 학자수로도 불린다. 선비들이 지친 심신을 달래려 잠시 쉬던 정자인 ‘취한대’는 한 폭의 그림 같다.

서원은 학문을 닦고 배우던 공간인 강학영역과 제향영역으로 나뉜다. 발걸음을 옮기니 글 읽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강학당 안에는 머리에 탕건을 쓰고 두루마기를 입은 어르신 두 명이 나란히 앉아 있었다. 이 중 한 명인 황영회(72) 씨는 “소수서원을 찾는 방문객에게 선비정신을 보여주기 위해 지역주민들이 조를 짜서 강학당에서 글을 읽는다”면서 “사서(대학 논어 맹자 중용) 가운데 중용은 이제 거의 다 외울 정도”라고 말했다.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

‘그리움에 지친 듯 해쓱한 얼굴로 나를 반기고, 호젓하고도 스산스러운 희한한 아름다움은 말로 표현하기가 어렵다’.

베스트셀러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의 저자 최순우(1916~1984) 선생은 부석사의 무량수전을 이렇게 표현했다. 지금도 수많은 관광객이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려고 부석사를 찾는다.

부석사는 676년 의상대사가 창건한 호국사찰로 우리나라 최고의 목조건물인 무량수전 등 각종 문화재를 보유했다. 사시사철 빼어난 절경을 자랑한다.

부석사 입구부터 무량수전까지 가는 길은 만만치 않다. 숨이 찰 정도의 가벼운 등산코스다. 이마와 콧잔등에는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108계단을 오르는 걸음마다 번뇌를 내려놓게 된다. 최종 목적지인 무량수전에 다다라 뒤를 돌아보자 안개에 휩싸인 소백산 전경이 앞마당처럼 펼쳐졌다. 비가 오는 산사의 고즈넉한 운치는 잠시 시간을 잊게 한다.

무량수전 서쪽 암벽에는 커다란 바윗덩어리인 ‘부석(浮石)’이 있다. 아래 위가 붙지 않고 떠 있다고 해 뜬 돌, 부석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부석에는 전설이 깃들어 있다. 의상대사를 사모한 선묘낭자가 몸을 던져 바다의 용이 돼 거대한 바윗돌을 띄워 도적을 물리치면서 의상을 지켰다고 한다.

■선비정신 체험하는 K-문화 테마파크

오는 9월 3일 문을 여는 K-문화 테마파크 ‘선비세상’ 전경.


전통과 현대를 잇는 새로운 공간도 생겼다. K-문화 테마파크 ‘선비세상’이 오는 9월 3일 문을 연다. 이곳에서는 선비처럼 먹고 입고 보고 배우며 선비정신을 체험할 수 있다.

부지 면적만 96만974㎡ 에 달한다. 영주시는 사업비 1700억 원을 투입, 9년 만에 선비세상을 완공했다. 한옥촌 한복촌 한글촌 한음악촌 한지촌 한식촌 등 6개 테마별 전시관을 조성했다. 기계 장치로 움직이는 인형극, 몰입형 미디어아트 등 다양한 볼거리도 마련했다.

공식 개관을 앞두고 다음 달 22일부터 8월 15일까지 매주 토, 일요일과 광복절에 일반인을 대상으로 무료 임시개방을 진행한다. 임시개방 기간 중 방문을 원하는 사람은 다음 달 25일부터 영주시청 홈페이지 공지사항에서 사전 예약하면 된다. 일일 입장객은 1500명 이내로 제한된다. 장윤찬 선비세상 사업단장은 “전통에 기반한 현대적인 콘텐츠로 21세기를 살아가는 힙한 선비들의 핫플레이스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전통 가옥에서 하룻밤을

무섬마을의 상징인 외나무 다리를 건너는 방문객들.


영주에서 숙박은 무섬마을을 추천한다. 마을 이름인 무섬은 물 위에 떠 있는 섬을 뜻하는 수도리의 우리말이다. 원래 물섬이라고 불렸다. 과거 무섬마을은 지리적으로 고립돼 있었다. 외나무다리가 마을과 외부를 이어줬다. 이 다리는 지금도 실제로 건널 수 있어 특별한 산책 코스다. 선조들의 숨결이 오늘까지 이어오고 있는 곳으로 굽이굽이 돌아 흐르는 강줄기를 감싼 자연의 정취를 즐길 수 있다.

현재 주민 50여 명이 살고 있다. 반남 박씨와 선성 김씨의 집성촌이다. 오헌고택(박종우 가옥), 무송헌 종택(김광호 가옥), 마당넓은 집(김광옥 가옥) 등 40여 동의 전통 가옥이 있다.

# 소백산서 숲캉스…水치유센터 인기

◇ 국립산림치유원

국립산림치유원 내 수치유센터의 노천탕에서 이용객들이 산을 바라보면서 여유를 즐기고 있다.


사방이 고요한 숲에서 새가 지저귀는 소리를 들으며 쉴 수 있다면 지상낙원이 따로 없다. 올 여름 ‘숲캉스(숲+바캉스)’를 떠나는 건 어떨까. 소백산 옥녀봉 자락에 있는 한국산림복지진흥원 산하 국립산림치유원은 최적의 장소다.

이곳에는 산림치유지도사 80여 명이 상주해 다양한 맞춤형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스트레스 해소와 심신 안정에 탁월한 산림치유의 효과를 체험할 수 있다.

국립산림치유원 박나경 대리는 “초록빛 숲을 보면 눈부터 휴식한다. 숲은 기분 좋은 행복감을 제공한다”며 “MZ세대 사이에 일명 사진이 잘 나오는 핫플레이스로 떠오르면서 어르신뿐만 아니라 20, 30대 이용객도 느는 추세”라고 말했다. 숲속을 걷고, 해먹에 누워 명상도 할 수 있다. 무장애 데크로드는 경사도가 낮아 휠체어, 유모차도 다닌다.

건강측정실과 전문가 상담을 제공하는 건강증진센터와 수(水)치유센터는 단연 인기다. 수치유센터에선 다양한 수압과 수류를 이용한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있다. 14가지 종류의 다양한 수압마사지(바데풀)를 제공한다. 수압마사지는 근육의 긴장을 풀어주고 혈액순환 등을 돕는데 뛰어난 효과를 보인다. 아쿠아 마사지 스파의 인기도 높다. 옷을 입고 마사지 받을 수 있는 건식타입이다. 목부터 발끝까지 12개 부위로 구분해 40도의 뜨거운 물줄기를 분사해 몸에 쌓인 노폐물을 배출시키고 혈액순환은 촉진시킨다.

식사를 제공하는 장·단기 숙박시설도 있다. 자세한 내용은 홈페이지 참조. 경북 영주시 봉편면 테라피로 209.

# 메밀 구수함이 가득…냉면·태평초·묵밥
# 생강·인삼향이 은은…보약 같은 도너츠

◇ 영주 먹거리

유명한 관광지를 끼고 있는 영주에서 먹거리를 빼놓을 수 없다. 들르지 않으면 섭섭할 만한 맛집 3곳을 소개한다.

■원조 서부냉면

원조 서부냉면은 2대째 평양식 냉면의 맛을 고수하고 있다. 직접 맷돌에 갈아서 채로 친 메밀가루로 면을 만든다. 면발이 질기지 않다. 화학조미료를 넣지 않아 심심하고 깔끔한 육수 맛이 특징이다. 쌀 배추 무 열무 고춧가루 모두 국내산을 쓴다. 메뉴는 평양식 메밀냉면과 한우 불고기. 무 김치와 겨자, 계란을 같이 먹으면 가장 맛있게 냉면을 즐길 수 있다. 풍기역에서 도보 1분 거리에 있다. 영주시 풍기읍 인삼로3번길 26.

■영주전통묵집식당

영주는 예부터 메밀 재배가 흔했다. 제사나 잔치를 지낼 때 메밀묵이 빠지지 않았다. 영주 향토 음식인 ‘태평초’는 메밀묵과 김치 돼지고기 등을 넣은 찌개다. 김치찌개처럼 얼큰하면서도 담백하다. 영주전통묵집식당의 메뉴는 태평초, 묵밥, 순두부, 모두부. 현지인이 찾는 맛집으로 착한 가격을 자랑한다. 국수처럼 채 썬 묵에 국물을 붓고 밥을 말아 먹는 묵밥도 별미다. 박나물 등 밑반찬이 입맛을 돋운다. 영주시 원당로 163번길 24.

■정도너츠

1982년 작은 분식집에서 출발한 ‘정도너츠’는 영주의 대표적인 디저트 전문점으로 자리 잡았다. 이곳은 밀가루 대신 100% 국내산 찹쌀로 수제 도너츠를 만든다. 기름 흡수율을 줄여 소화가 잘된다. 전분 팽창제 보존제 트랜스지방 등을 넣지 않았다. 시그니처 메뉴는 생강도너츠(사진). 은은한 생강향이 베여있어 느끼하지 않다. 고명인 깨, 땅콩과 함께 어우러져 고소함을 더한다. 지역 특산물인 인삼을 활용한 인삼도너츠도 인기다. 소를 수삼으로 사용해 인삼의 진한 풍미를 느낄 수 있다. 이외에도 마늘크림치즈 코코넛크림치즈 보약 고구마 등 종류가 다양하다.  본사 영주시 풍기읍 소백로 2000.

※ 취재 협조=경북 영주시, 승우여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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