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총리”전력 공급 위해 原電 최대 활용” 비상대응 선언
일본 정부가 29일 도쿄 등 수도권 지역에 ‘전력 수급 핍박(逼迫) 주의보’를 내렸다. 27일부터 3일 연속 주의보를 이어가며 국민에게 전기를 절약해 달라고 요청한 것이다. 일본 정부는 30일에도 주의보를 내리겠다고 사전 고지했다. 예년보다 약한 장마 탓에 때 이른 무더위가 닥치면서 전력 수요가 급증, 전력 회사가 공급할 수 있는 최대 전력량을 넘어설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전력 수요가 공급량을 넘으면 ‘블랙 아웃(blackout·대규모 정전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
전력 상황이 심각해지자 28일(현지 시각) 독일 바이에른주에서 열린 주요 7국(G7) 정상회의에 참석 중이던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기자회견에서 비상 대응을 선언했다. 기시다 총리는 “(일본 내) 전력 공급량 확보를 위해 원자력을 최대한 활용하겠다”며 “(원전 재가동을 위한) 심사를 신속하게 처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앞으로 화력발전소 2기를 재가동해 여름철 전력 공급량을 늘릴 것”이라고 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라는 심각한 의제를 다루는 G7 정상회담에 참석한 총리가 현지 기자회견에서 자국의 전력 확보 대응책을 언급해야 할 정도로 일본의 전력 수급이 최악 상황에 달한 것이다.
전력 핍박 주의보는 전력 공급 예비율이 5% 미만으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할 때 내려진다. 전력이 공급이 부족하면 대규모 정전 사태를 맞을 수 있어 항상 충분한 예비율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통상 예비율이 5% 미만이면 ‘위험 상황’으로 간주한다. 마지노선은 예비율 3%인데, 이런 경우엔 계획 정전을 감행할지 판단해야 한다. 계획 정전은 전력 수요를 줄이기 위해 정해진 시간대에 특정 지역에 전기를 공급하지 않는 조치다.
올해 일본의 여름 기온은 심상치 않다. 군마현 등 일부 지역에선 벌써 40도를 웃돌며 6월 기온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에어컨과 선풍기 등 냉방 기기 사용이 폭증하는 7~8월을 앞두고 긴장감이 돈다. 일본 전력 사정은 2011년 3월 동일본 대지진으로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발생한 이후 악화하기 시작했다. 일본은 당시 54기의 원전 전체를 일제히 정지하고, 긴급 점검에 들어갔다. ‘원전 공포’에 짓눌린 일본 열도는 한때 ‘원전 제로’ 방향으로 나가기도 했다.
하지만 2018년 원전을 중시하는 정책으로 선회했다. 당시 전체 전력 공급량에서 2%대까지 떨어진 원전 비율을 2030년까지 22%로, 10배 정도 늘리기로 한 것이다. 원전을 재가동하지 않고 전력량 부족을 막을 순 없다는 판단이었다. 이에 따라 원전 27기의 재가동을 신청했다. 17기가 엄격한 심사를 통과했지만, 원전은 여전히 본 궤도로 복귀하지 못하고 있다.
일본 원자력규제위원회에 따르면 현재 가동 중인 원전은 오이원전 3호기와 이카타원전 3호기, 사쓰마센다이의 원전 1·2호기 등 총 4기에 불과하다. 나머지 13기는 심사를 통과했지만, 지역민의 동의 요청이나 정기 점검 등 명목으로 가동이 중지된 상태다. 일본 정부는 원전 재가동과 관련, 지역 여론의 반대에 부딪힐 때마다 정면 돌파보다 회피에 급급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재가동한 원전 4기가 있는 일본 서쪽 지역은 전력 사정이 그나마 나은 편이다. 일본 동쪽 지역에는 재가동 원전이 1기도 없다. 전력 위기가 유독 도쿄를 포함한 일본 동쪽에서 심각한 이유다.
일본 전력 회사들은 지난 10년간 태양광과 같은 친환경 에너지를 16배나 늘려왔지만, 급증하는 전력 수요를 당해내지 못하고 있다. 태양광발전에선 정오 무렵 전력 생산량이 피크였다가 오후 4시부터 급감하는데, 가정과 사무실에서는 여전히 에어컨을 켜고 있기 때문이다. 도쿄전력은 소비자들에게 “오후 3~6시에 절전해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태양광발전 이전에는 블랙아웃 위험 시간이 가장 무더운 오후 1시였지만, 지금은 오후 4시가 된 것이다.
다급한 일본 전력 회사들이 기댈 곳은 화력발전소와 소비자의 절약이다. 가동을 중단했던 지바현의 화력발전소(60만㎾)를 30일부터 급히 재가동하는 등 7월 중순까지 화력발전소 재가동으로 660만㎾를 추가 확보할 예정이다. 현재 일본 전력 공급량에서 화력발전 비율은 80%에 육박한다. 반면 한때 30%를 넘나들었던 원전은 3%대로 쪼그라들었다.
요미우리신문은 “(심사를 통과했는데도) 가동 중단 중인 가시와자키가리와원전 6·7호기를 가동하면 약 270만㎾를 확보할 수 있지만, 지역민의 동의를 얻지 못해 언제 재가동될지 알 수 없다”고 보도했다. 기시다 총리가 “원전 최대 활용”을 선언했지만, 현장에선 실제 몇 기를 재가동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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