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의진의 시골편지] 짝달비

음악 공부하는 한 친구가 “비야 날 좀 바라봐~” 엉뚱한 노랫말. 비가 아니라 ‘희야’라고 정정해 주었다. 록그룹 ‘부활’ 1집에 ‘희야’, ‘비와 당신의 이야기’, 둘이 비에 젖는 날이면 헷갈리기도 하겠어. 장맛비 속에서 어딜 싸돌아 다니질 못하니 친구들과 수다가 는다. 희야는 어디 사시옹? 영희, 순희, 경희, 은희, 숙희, 선희…. 예전에는 앞에 이름자 빼고 ‘희야!’ 하고 부르기도 했지. 엄청 느끼하지만 연인들은 크림 파스타 같은 건 원샷 후루룩 쩝쩝. 북미 인디언들은 바다가 처음 생긴 사연을 어부 때문이라고 생각했단다. 가물어서 강에 물고기들이 다 말라 죽자 어촌에 기근과 역병이 생겼어. 배고픔에 가족을 잃은 어부들이 짜디짠 소금눈물을 흘렸대. 그러자 갑자기 하늘이 짠물을 펑펑 붓더래. 그만들 울라면서 말이야. 그게 처음 바닷물이 된 거래. 이후부터 바다에도 물고기가 살게 되고….
굵은 장대비를 가리켜 할매들은 짝달비라고 하덩만. 비가 시원하게 내린 뒤로 조금 서늘해져 잠자리에 누웠어. 밤새껏 비가 후두둑. 호수에 물은 찰방찰방 찼겠군. “하얀 얼굴에 젖은 식어가는 너의 모습이 밤마다 꿈속에 남아 아직도 널 그리네. 사랑한단 말하고 떠나면 나의 마음 아파할까봐 빗속을 울며 말없이 떠나던 너의 모습 너무나 슬퍼….” 날 좀 바라봐! 누군가 흔들어 깨우는 아침. 전축을 켜 놓은 채로 잤군.
아침에 가까운 동네에 사는 친구가 엄마표 감자 자루를 놓고 갔다. 엄마표는 뭐든 맛나. 감자를 찌고 잘 익은 물김치도 꺼냈어. 며칠간 단식기도 하고 굶어도 돼. 왜냐면 토요일에 내 먹그림으로 전시와 공연 예정. 제목이 무려 ‘홍어전’, 홍어 이야기로 도배를 했다. 흑산도 홍어도 한 마리 잡아 온단다. 그러니 며칠 감자 고구마만 먹어도 돼. 아뿔싸! 손이 큰 이 사내, 감자를 너무 많이 쪘나봐. 짝달비 속에서 배 터지도록 감자나 먹게 생겼다.
임의진 목사·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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