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배의 공간과 스타일] [141] 샤토 클레멘트

발레벵(Val-les-Bains)은 프랑스 론(Rhone) 지역의 한적한 산속 마을이다. 이곳에 ‘샤토 클레멘트(Château Clement)’가 있다. 19세기 말에 지어진 저택으로 현 주인 마리 앙투아네트(Marie-Antoinette)가 2004년 폐허가 된 건물을 구입, 2년간의 복원을 마치고 호텔로 개관했다. 주변에 큰 도시나 관광지가 없는 곳이라 투숙객은 거의 자동차 여행 중 지나가는 사람들이다. 그리고 그 손님들이 잊지 못할 추억을 가지고 다시 찾는 곳이다.

10년 전 프랑스 여행 중 이곳에 묵을 기회가 있었다. 샤토 안에서 벨기에, 영국에서 온 부부와 함께 저녁을 했다. 주인 마리는 식사 전 나폴레옹 3세 스타일의 거실에서 손님들과 만난다. 지역 와인과 식전주를 권하고, 샤토의 역사와 본인의 이야기로 살롱의 분위기를 이끈다. 집안 대대로 숙박업을 했고, 본인도 유럽의 특급호텔에서 일하던 중 영국인 셰프를 만나 결혼, 같이 샤토를 운영하게 되었다고 했다. 네 명의 자녀를 두고 ‘캐시미어’라는 이름의 레트리버를 기르고 있었다. 대화 도중 두 살짜리 막내아들이 품에 안기자 주저 없이 손님들 앞에서 젖을 물린다. 옆방으로 옮겨 이어진 만찬에서도 마리는 ‘해리포터’에서 등장할 법한 긴 테이블의 한가운데서 음식과 와인을 권하며 손님을 챙겼다. 주인의 친절한 접대의 마음은 특별했다.

10년이 지난 얼마 전 이곳을 다시 찾았다. 반갑게 맞이하는 마리는 지난 세월의 변화를 이야기했다. 8년 전 남편이 자신의 친구였던 변호사와 눈이 맞아 떠난 후, 홀로 네 자녀를 키우며 샤토를 지켜왔다고 한다. 근래에는 직원이 부족해 직접 대부분의 살림을 챙기고 있다고도 했다. 그래도 예전 손님들이 전 세계에서 다시 찾아주면서 아직까지 잘 유지하고, 또 벨기에의 대학에서 복원(Restoration)을 전공하는 큰딸이 돌아오면 큰 도움이 될 거라며 웃는다. 10년 전과 똑같은 환한 웃음이다. 환대의 본질은 음식도 시설도 아닌 사람의 친절임을 또 경험한다. 샤토 정원의 100년 넘은 나무들처럼 손님을 대하는 마리의 마음은 한결같았다. 많은 경우 집은 그 집의 주인으로 기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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