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본 '윤계상'] 현재에 안주하지 않는 '진짜 배우'
"연기=운명, 끊임없이 잘하고 싶어요"
[더팩트|박지윤 기자] '아이돌 출신 배우'에서 '믿고 보는 배우'가 되기까지, 보이지 않는 곳에서의 부단한 노력과 이에 안주하지 않는 마음가짐이 지금의 배우 윤계상을 만들었다.
유독 비가 많이 내리던 지난 23일, 배우 윤계상을 만나기 위해 서울 삼청동에 위치한 한 카페로 향했다. 윤계상은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키스 식스 센스'(극본 전유리, 연출 남기훈)에서 뛰어난 오감으로 전조를 읽는 초예민 광고의 신 차민후로 분해 열연을 펼치고 있다.
영화 '범죄도시'에서 장첸 역을 맡아 연변 사투리와 장발로 '인생 캐릭터'를 탄생시키고, '크라임 퍼즐'에서 살인을 자백한 천재 범죄 심리학자 한승민 역을 맡아 삭발을 감행하는 등 한동안 액션이나 장르물에서 선 굵은 연기를 보여줬던 윤계상이다. 그런 그가 2015년 영화 '극적인 하룻밤' 이후 약 7년 만에 로맨틱 코미디로 돌아와 관심을 모았다.
극 중 차민후는 제우기획 기획1팀 팀장으로, 까칠하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여자에게는 직진하는 인물이다. 이를 연기하며 시청자들에게 설렘을 있는 윤계상에게 가장 먼저 오랜만에 로맨스 연기를 한 소감을 물었다. 그러자 그는 "죄송하다"는 의외의 답을 해 함께 있던 10명의 취재진을 놀라게 했다. 이런 겸손함은 기자의 눈에 더 특별하게 비쳤다.
"너무 재밌었지만 부담스러웠어요. '크라임 퍼즐'이 끝나고 바로 촬영에 들어갔고, 저는 장르에 맞게 자신을 혹사하는 편이어서 촬영 당시에 제 얼굴 상태가 좋지 않았거든요. 지혜 씨는 너무 예쁜데 제 상태가 안 좋아서 죄송했어요. 초반에 가발을 써야 했고, 여러모로 늙어 보이지 않기 위해 최고의 스태프들을 동원하며 기본적인 틀을 만들려고 노력했어요. 그런데 별말씀이 없으신 거 보니까 그렇게 돋보이지 않았나 봐요.(웃음)"
"감회가 새로웠어요. 제가 기억하는 지혜 씨는 수줍음이 많은 친구였는데, 능숙해졌더라고요. 그때도 너무 예뻤지만 지금은 완숙미까지 갖췄고요. 17년 전의 기억이 있어서 빨리 친해질 수 있었어요. 키스신이 많았는데, 합을 필요로 하는 장면은 현장에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면서 편하게 맞췄죠."
'크라임 퍼즐'을 찍고 있을 때 대본을 받았다는 윤계상은 "저희 대표님이 저에게 '너무 좋은 시나리오가 왔다. 형의 멋진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작품'이라고 해서 봤는데, 너무 달달했어요. 저보다 더 잘생기고 어린 분들이 해야 하지 않을까 싶었죠"라고 겸손함을 드러내다가도 "사실 이번 로맨스가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해서 하게 됐어요. 결혼 전이었으니까요"라며 호탕하게 웃어 보였다.
"좋은 반응은 다 지혜 씨 덕분이에요. 제가 앞으로도 로맨스를 할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해요. 저는 인간이 할 수 있는 가장 큰 감정이 사랑이라고 생각해요. 사랑으로 인해 바보가 되기도 하고, 영웅이 되기도 하니까요. 그래서 로맨스 장르는 들어오면 다 하고 싶어요."
"저도 '내가 왜 그랬을까?'라며 되돌아본 적이 있어요. 그런데 그렇게 갈 수밖에 없었던 거 같아요. 가수가 하기 싫고, 연기가 너무 하고 싶어서 그랬던 것도 아니었고요. 제가 나중에 이렇게 될 거라는 미래를 본 것도 아니었으니까요. 2년 전의 제가 결혼할지 누가 알았겠어요. 분명 정해진 길이 있었을 거예요. 지금의 제가 할 수 있는 말은 '그럴 수밖에 없는 운명이지 않았을까'예요. 45년을 살아보니까 제가 원하던 게 찌그러지기도 하고, 기대하지 않았던 게 잘 되기도 하더라고요. 받아들이는 연습을 하면서 행복해진 거 같아요."
그렇게 윤계상은 누군가에게는 여전히 god 멤버로, 누군가에게는 배우로, 혹은 '범죄도시' 장첸 그 자체로 기억되고 있다. 지난 5월 개봉한 영화 '범죄도시2'가 팬데믹 이후 최초로 천만 관객을 돌파하면서 이 뜨거운 관심은 자연스레 '범죄도시'와 장첸으로 향했기 때문이다. 흥행 당시에는 '범죄도시'를 향한 인기를 온전히 즐기지 못했다는 윤계상은 손석구와 함께 다시 언급되고 있음에 감사한 마음을 드러냈다.
2004년부터 배우의 길을 걷기 시작한 윤계상은 어느덧 18년 차 배우가 됐다. 그동안 꾸준하고 우직하게 한 길만을 달려오며 굵직한 활약을 펼쳤지만, 그에게 아직 만족이란 없었다. "저는 계속 끊임없이 잘하고 싶어요"라고 단호하게 말하는 윤계상에게서 18년간 연기에만 몰두했던 이유를 조금은 느낄 수 있었다.
"저는 계속 끊임없이 잘하고 싶어요. 제 스스로가 잘했다고 느끼는 수준에 도달하고 싶죠. 이번 작품도 그렇고, '범죄도시'도 그렇고 100% 만족은 없어요. 저한테는 늘 숙제 같은 말이지만 잘하고 싶죠. 다른 사람들과 작품을 같이 봐도 부끄럽지 않은 순간이 왔으면 좋겠어요. 아직도 다른 사람들과 같이 못 보거든요. 저는 그저 연기를 잘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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