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타워] 행안부 경찰국 신설과 속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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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27일 기자회견에 작심하고 나온 듯했다.
경찰제도개선 자문위원회 권고안대로 행안부가 경찰을 지휘·감독하는 방안을 밝히는 자리였다.
이 장관은 세간의 의혹이 일고의 가치도 없다는 듯, 행안부의 경찰 지휘·감독은 정당하고, 비정상의 정상화라고 설파했다.
과거 청와대 민정수석·치안비서관이 행안부 장관을 '패싱'하고 경찰을 입맛대로 움직였지만, 이제 대통령이 총리·장관을 거치도록 하니 오히려 지휘 계통의 시스템화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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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27일 기자회견에 작심하고 나온 듯했다. 경찰제도개선 자문위원회 권고안대로 행안부가 경찰을 지휘·감독하는 방안을 밝히는 자리였다. 그는 사전 배포된 원고에 없는 내용을 대거 추가하며 제도개선 취지를 설명했다. ‘청와대가 행안부를 패싱하고 경찰을 지휘했다’ ‘전임자들이 게을렀다’며 강한 표현을 서슴지 않았다. 통상 장차관 기자회견은 적절한 선에서 맺고 끊는다. 길게 얘기하긴 했는데 변죽만 울린다거나 요령 좋게 빠져나간다는 인상을 줄 때가 많다. 이 장관은 달랐다. 에두르는 말로 논란을 피하지 않았다. 애초에 20분으로 계획됐던 회견은 40분이 지나서야 끝났다.
그럼에도 의문은 남는다. 당장 검찰 사례가 떠오른다. 주요 길목에 친정권 검사를 앉혀 정권비리 수사를 뭉갰던 게 최근 일이다.
무엇보다 걸리는 점은 행안부의 속도전이다. 권력기관을 어떤 형태로 견제할 것인가는 인권 보장, 민주주의 실현과 직결되는 중요한 물음이다. 공론화와 사회적 합의가 필수다. 그러나 행안부 자문위가 지난달 13일 첫 회의를 시작해 제도개선 권고안을 내놓기까지 들인 시간은 한 달 보름이 못 된다. 행안부 최종안도 내달 15일이면 나온다.
급해도 너무 급하다. 지지자들조차 ‘너무 서두른다’고 했던 대통령실 용산 이전이 떠오른다. 이 장관은 다급한 기색으로 “지금도 늦었다”고 했다. 현 정부에서는 민정수석·치안비서관이 없어 ‘경찰 지휘 공백’ 상태라는 것이다. 그는 “민주적 통제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1년을 두고 여론을 모으고 해야 되냐”고 되물었다. “더 여론 수렴한다고 새로운 얘기가 나올 게 아니다. (길어지면) 논의가 흐지부지된다”는 말은 그의 인식을 잘 보여준다.
하지만 속도 못지않게 과정도 중요하다. 행안부가 속도에 치중하다보니, 경찰이라는 권력기관을 누가 통제하느냐는 근본 물음은 뒷전으로 밀렸다. 학자들은 행안부보다 국가경찰위원회 아래 경찰을 두는 안을 선호한다. 경찰위를 ‘합의제 행정기관’으로 격상해 다수에 의한 견제를 하자는 것이다. 경찰이 정권의 도구로 쓰인 뼈아픈 과거를 반면교사 삼아 나온 결론이다.
이 장관은 “경찰위 격상은 굉장히 큰 담론, 국민적 합의를 거쳐 진행할 사안”이라고 했다. 맞는 말이다. 경찰 견제는 ‘큰 담론’이다. 시급하다고 당장 경찰국 신설부터 추진할 일이 아니다. 비록 첫 단추는 급하게 끼웠더라도, 행안부가 만들겠다고 한 경찰제도 발전위원회에서는 신중하고 근본적인 논의가 이뤄지길 바란다.
송은아 사회2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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