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북 핵미사일 위협 고도화..한·미·일 협력 더 중요"
기시다 "한·미 동맹의 억지력 강화 위해 일본 방위력 증강"
윤석열 대통령,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의 29일(현지시간) 정상회담은 한·미·일 3국 공조의 확장으로 요약된다. 지난달 바이든 대통령의 한·일 순방으로 각각 열린 한·미, 미·일 정상회담과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 공동 참여에 이은 한·미·일 밀착 행보의 연장선이다. 한·일 정상회담은 불발됐지만 3국 공조 강화를 고리로 관계 개선 의지는 확인했다. 중국 리스크를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한국 정부의 과제로 남아 있다.
이날 3국 정상회담은 구체적 합의보다는 3국 공조 강화 의지를 재확인하는 의미가 컸다.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정상회의 개최일에 각국이 릴레이 양자회담 일정을 소화해야 하기 때문에 세 정상 간 대면 시간은 25분 정도에 그쳤다. 직전 3국 정상회담(2017년 9월, 뉴욕)의 절반 수준이다.
짧은 시간임에도 3국 정상이 모인 것은 각국의 이해관계가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과거사 문제 등 관계개선의 선결조건이 남은 한국과 일본은 양자 회담 대신 3국 회담으로 첫 정상회담의 우회로를 뚫었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한·미·일 공조를 중국 견제의 핵심 축으로 둔 미국도 한·일과 모이는 자리가 필요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회담장에선 이날 회담을 주최한 바이든 대통령이 중앙에, 그 좌우로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가 자리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먼저 회담장에서 기시다 총리를 맞이한 뒤 윤 대통령이 입장해 두 정상과 차례로 인사를 나눴다. 세 정상이 함께 회담을 여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모두발언에서부터 세 정상은 “한·미·일 3각협력은 대단히 중요”(바이든 대통령), “한·미·일 협력의 중요성 더욱 커져”(윤 대통령), “한·미·일의 공조 강화 불가피”(기시다 총리)라고 3국 공조를 강조했다.
회담에서 세 정상은 한·미·일 공조의 범위를 확대하는 데 공감했다. 세 나라를 “자유민주주의와 인권, 법치주의와 같은 기본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로 규정하면서, 이를 바탕으로 “당면한 지역 및 글로벌 문제”에 협력하자고 했다. 직전 회담에서도 3국의 긴밀한 공조가 여러 차례 언급됐지만 이는 북핵 해법에 국한됐다. 이번에는 전통적 안보를 넘는 협력을 말해 기류가 달라졌다. 앞서 지난달 21일 한·미 정상회담 공동성명에도 안보 분야 협력 외에 “양 정상은 공동의 경제적 도전에 대한 효과적 대응에 있어 한·미·일 3국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여기엔 우크라이나 전쟁과 글로벌 공급망 위기 등 현안을 두고 중국과 러시아를 견제하는 데 협력하자는 메시지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회담 모두발언에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것에 대해 책임을 지도록 만들 것이며 국제사회와 공조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미국을 중심으로 중국·러시아 견제를 강화하면서 최근 각국 정상회담과 다자회의 등에선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 대 ‘그렇지 않은 국가’로 구분해 경제·안보 등 전방위로 협력 수준을 높이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한국은 나토 정상회의 참석과 한·미·일 3국 정상회담을 통해 이 같은 흐름에 동참하는 것을 재확인했다.
한·미·일 밀착 행보가 가속화하는 데 대한 중국의 반발은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당장 한·일관계가 급진전할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당초 2년6개월 만에 한·일 정상회담이 이뤄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으나 양국 조율과정에서 무산됐다. 대신 한·일 정상은 한·미·일 정상회담과 나토에 함께 초청된 아시아·태평양 4개국 정상회동 등에서 연이어 대면하면서 접촉면을 늘려갔다.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는 전날 스페인 국왕 주최 갈라 만찬에서 처음으로 인사하며 4분 정도 한·일관계 개선을 포함한 대화를 나눴다. 만찬장에서 기시다 총리가 윤 대통령에게 인사를 건네자 윤 대통령이 “나와 참모들은 (다음달 10일) 참의원 선거가 끝난 뒤 한·일 간 현안을 조속히 해결해 미래지향적으로 나아갈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고 대변인실이 전했다. 이에 기시다 총리는 “감사하다”면서 “윤 대통령이 한·일관계를 위해 노력해주시는 것을 알고 있다. 한·일관계가 더 건강한 관계로 발전할 수 있도록 노력하자”고 답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과거사 문제는 언급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마드리드 | 유정인 기자 jeong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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